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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터뷰: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a.k.a. 곰사장)

인터뷰: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a.k.a. 곰사장)

경쟁보다 연대가 중요한 시대

차우진(이하 차): 2017년에 붕가붕가레코드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곰사장(이하 곰): 붕가붕가레코드의 소비자는 언제나 20대 초중반이에요. 그리고 이들은 3년 정도 지나면 시장에서 이탈해요. 그러니까 감상자는 항상 그 나이대에 있는데 우리는 나이를 먹어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봤죠. 그때 실리카겔과 새소년을 만났어요.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났고,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만든 음악을 10대 때 듣고 자란 친구들이에요.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는 2005년에 설립된 인디 레이블로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술탄 오브 더 디스코 등의 인디 스타를 배출했으며, 현재 인디 신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밴드 새소년이 소속되어 있다.

1990년대생들은 주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던 세대라서 시대별로, 계보에 따라 음악을 감상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예상 못한 레퍼런스의 조합이 나오기도 하고, 이들이 만드는 음악의 장르를 명확히 정의하기도 힘들어요. 이건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고, 메인스트림에서도 보편적 현상인 것 같아요.

사실 이 고민이 가장 크죠
팬들이 달라졌다는 것

* 1990년대생 멤버들이 결성한 밴드 새소년의 '긴 꿈' ©새소년/붕가붕가레코드

 

차: 붕가붕가레코드 소속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되죠?

 

곰: 아티스트는 50명인데, 직원은 최소한으로 두고 있어요. 400명 규모의 공연을 동시에 세 개씩 진행하면 힘이 들긴 하는데, 그래도 우리는 아티스트와 회사가 거의 일체화된 구조라서 이게 가능해요.

젊은 팬 중심의 인디 신

차: 저는 장기하와얼굴들의 성공에 방송과 블로그가 영향을 주는 것을 보고 앞으로는 인디와 메인스트림의 구분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나의 시장에서 모두와 경쟁하는 구도랄까요.

 

곰: 전 다르게 생각해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인디가 미디어의 수혜를 받은 건 사실인데, 그 때문에 메인스트림으로 돌파한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그때든 지금이든 인디 신의 음악이 알려지는 건 대부분 공연을 통해서예요. 다만 최근에는 아이돌 팬덤과 유사한 인디 음악 팬덤이 생기고 있고, 그러한 팬덤이 미디어에 대한 의존 없이 인디 음악가들을 메인스트림으로 밀어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주의 깊게 보고 있습니다.

 

차: 기반이 바뀐 건 아니라는 생각이신 거죠?

 

곰: 네. 매스미디어가 인디 음악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건 아니니까.

 

차: 한편 해외 진출에 있어서는 메이저와 인디가 비슷한 방식인 것 같아요. K-POP 해외 팬들이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관련 콘텐츠를 보다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한국 밴드의 클럽 공연을 찍은 '직캠'을 통해 연결된다는 인상을 받아요.

 

곰: K-POP이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방식이 인디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과 중국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상하이에서 일본의 중견 밴드가 공연을 열면 몇천 명이 오거든요. 중국에서는 10만 명 단위의 음악 페스티벌이 매년 20개씩 열려요. 저도 중국에서 열리는 행사 참가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단가는 낮은데, 행사 횟수가 10회 이상이라서 수익이 나죠. 그래서 음악가들에게도 일본어, 중국어, 영어가 중요하다고 말하게 돼요.

 

차: 붕가붕가레코드에게 SNS 기반의 홍보 활동이 중요해진다고 보나요?

 

곰: 반반이에요. 중요하다기보다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여전히 'SNS를 통해서 시장의 장벽을 뚫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있죠. 새소년의 경우는 SNS 홍보에 전보다 많은 예산을 썼는데, 이로 인한 효과는 홍대 인디 신에서 인지도를 확실히 닦은 것 정도예요. 공연 티켓을 판매하면 1분 만에 매진되고요. 그런데 멜론 음원 성적은 높지 않아요. CD도 잘 팔리고 공연도 잘 되는데 메이저급은 아니죠. 음원 매출도 상당히 적은 편이고. 그런 흐름을 보면서 (음악가마다 홍보하는) 경로가 다르다, 혹은 SNS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차: 저는 스웨덴세탁소의 성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홍대에서 눈에 잘 띄지 않던 음악가가 차트에 등장했다는 게 의미 있다고 봤어요.

 

곰: 그게 볼빨간사춘기로 이어지는 흐름일 겁니다. 모두 쇼파르뮤직 소속인데, 스웨덴세탁소로 쌓은 노하우가 터진 게 볼빨간사춘기라고 봐요. 무대에서의 제스처를 하나하나 디렉팅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그런 메이저 방식의 접근법이 다른 인디 레이블과의 차이 같기도 하고요.

 

홍대 인디 신을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메이저의 방식을 도입하고 매스미디어와도 다양한 연결고리를 가진 것 같아요.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일단 그런 노하우가 쌓여서 볼빨간사춘기의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홍대에서 록 장르를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에서는 보이지 않던 집단이 있던 거죠. 소비 집단에서도, 생산 집단에서도.

 

* (떼창주의) 볼빨간사춘기의 '썸 탈거야' 무대 ©볼빨간사춘기/Jinoo 95 

 

차: 음악 팬들의 범위가 사실상 넓어진다고 생각하세요?

 

곰: 최근 새소년의 팬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팬들이 한 달에 공연을 15번, 20번씩 가더라고요. 20대 초반 정도로, 평일의 저렴한 공연부터 주말의 큰 공연까지 다 보는 사람들이 생긴 거죠. 이들이 바로 혁오나 볼빨간사춘기를 가장 먼저 본 사람들이에요.

 

인디 신도 어느 순간 팬 베이스로 움직이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이들은 수줍어하고 티를 내지 않아요. 저는 그런 팬들이 더 많이 소비한다고 봐요. 음원은 잘 모르겠지만 공연은 확실히.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전체 공연 매출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거든요. 3만 원 이하, 10만 원 이상의 공연들이 커진다고 봐요. 이를 기준으로, 소비층의 연령이 20대와 30대로 나뉘는 게 아닐까 해요. 그래서 특히 젊은 팬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메인스트림 지향의 역할 모델

차: 공연 외에 굿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곰: 굿즈 시장도 훨씬 커질 거예요. 상품을 만들면 대부분 잘 팔리긴 해요. 나오면 무조건 사는 팬도 있고요. 우리끼리 얘기할 때, 굿즈 판매는 트위터에서의 반응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비록 트위터 사용자 수가 많이 줄고 사회 전반적으로 미치는 영향력도 작아졌지만, 최소한 문화 영역에서는 열성 팬 혹은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취향을 공유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어요. 굿즈를 구입할 정도의 열의와 관심을 가진 분들이죠.

 

차: 그런 팬들은 '인디'라는 카테고리가 아니라 '정서'를 공유한다고 생각해요. '인디스럽다'거나 '홍대스럽다'는 느낌이요. 독립서점, 예쁜 카페, 인디 음악이 같은 카테고리라고 보는 거죠.

 

곰: 그들에게는 얼리어답터라는 자부심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키운다'는 생각이 큰 것 같아요. 아이돌 팬덤과 비슷하지만 또 달라요. 개인이 키우는 '최애(가장 좋아하는) 밴드'가 보통 5~6개 정도 있고, 그들을 포트폴리오 관리하는 방식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들이 너무 갑자기 뜨면 공연 보러 가기 힘드니까,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 만큼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만들면서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기저에 있는 것 같아요.

 

차: 2018년의 가장 큰 이슈는 뭐라고 생각해요?

 

곰: 새소년이 어디까지 가느냐. 넥스트 혁오가 될 수 있을까. (웃음) 새소년의 대중적인 성공에 있어서 혁오를 모델로 많이 참조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혁오는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적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굳이 대중에 맞추지 않고도 큰 성공을 거둔 가장 최근의 사례거든요.

 

이 관점에서 생각하는 문제는, 혁오의 성공에 <무한도전>이나 프라이머리와의 콜라보 작업 같은 매스미디어-메인스트림과의 접속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과연 내가 혹은 우리가 가진 네트워크로 그에 접속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점이에요.

 

페스티벌 무대에 서거나 큰 공연장에서 단독 공연을 하는 것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때에는, 저희한테도 노하우가 필요한 거죠. 여러 방식으로 연결을 고민해요.

 

차: 그럼 현재 붕가붕가레코드는 새소년을 가지고 여러 실험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나요? 그 결과를 레이블의 브랜드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요?

 

곰: 실리카겔에서 먼저 경험한 과정을 새소년에 적용한다고 봐요. 첫 뮤직비디오의 반응이 좋게 나왔는데,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거든요. 물론 곡에는 자신이 있었어요. 1년이라는 시간을 쏟았으니까. 그런데 비디오는 변수가 많아서 예상을 못했어요. '긴 꿈'의 뮤직비디오가 성공적이었던 건 콘텐츠 덕이 70퍼센트고, 전략이 20퍼센트, 예산이 10퍼센트라고 봐요.

 

이 비디오에 쏠리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서 다른 부분에서 공격적으로 밀어붙였어요. 그래서 예산 관리가 중요하달까.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을 고민하고 있어요. 리스크를, 과도한 지출을 줄이는 게 필요하니까요.

* 성장을 뜻하는 그로스(growth)와 해킹(hacking)의 합성어로 상품 및 서비스의 개선사항을 계속 점검하고 반영함으로써 사업 성장을 촉구하는 온라인 마케팅 기법. 스타트업 기업들이 사업을 조기에 성장궤도에 올리기 위해서 해킹을 하겠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더 길게 얘기해야 할 주제겠지만, 음악 홍보에서 이런 방법이 가능할까 고민 중이에요. 물론 소셜 미디어가 음악을 홍보하기 좋은 매체인가에 대한 회의도 있죠. 어쨌든 노출을 확장해가는 게 기본 구조이고, 그 과정에서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이 생기는 것 같아요.

 

차: 그런 식으로 회사의 크리에이티브를 관리하는 것도 가능할까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는 보통 구성원 개인의 역량에 기대야 하는데, 조직은 관리와 운영이 목표이고 개인은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는 게 목표라서 충돌할 여지가 많다고 봐요. 이 산업의 특수성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보고요.

 

곰: 그래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봐요. 가장 큰 것은 비용 문제. 그 점에서는 예전보다, 음반만 만들던 시기보다 지금이 훨씬 낫죠. 그때 작업했던 분들 얘기 들어보면 앨범 제작에 최소 3천만 원이 들었다더라고요. 당연히 손익분기점은 못 넘기고. 지금은 달라요. 몇백만 원이면 앨범을 만드니까. 거기에 시장의 반응을 보고 돈을 더 넣을 수도 있고.

 

사실 2006년 수작업으로 앨범 만들던 때와 같아요. 그때부터 우리는 생산 비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로 고민했는데… 이제 어려운 점은 음악의 기본 소비 단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단순했는데.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요금제가 다양하고 통계도 내기 어려우니, 어디에서 얼마나 수익이 났는지 몰라요. 그래서 공연 단위로 보는 거죠. 그나마 그게 측정 가능한 단위니까.

 

업계에서는 배분율이나 음원 가격이 이슈가 되고 있어요.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제 입장은, '수익 배분율보다는 데이터 공유가 중요하다'예요. 스트리밍 가격이 떨어지는 건 사실 공급이 많아지기 때문이거든요. 과거의 음원을 포함해서 매일매일 엄청난 양이 쏟아지니까.

당장의 수익보다 유저의 데이터를

차: 재고가 없는 시장이잖아요. 그래서 수익성은 떨어지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을 새로 고민하게 되는 시장이죠.

 

곰: 맞아요. 다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얻을 수 있는 유용한 데이터도 매우 많은데 오직 플랫폼 제공자만이 그 구조를 알아요. 그렇게 (폐쇄적으로) 얻은 유용한 정보로 직접 음반 제작을 하고 자체 플랫폼에서 띄우는데, 그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스트리밍 자체는 인디 음악가에게 유리한 시스템이라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롱테일 법칙이 통하니까요.

 

차: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해요.

 

곰: 음악은 영화 쪽과 달리 배분율, 가격 문제에 집중하는데, 그보다는 플랫폼에서 데이터를 공유받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예전에 우리가 음반을 10만 장 팔면 이례적인 히트였는데, 지금 웬만한 음원은 10만 명이 듣거든요. 그게 수익으로 연결이 안 된다고 해서 스트리밍을 만악의 근원으로 보는 것,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이걸 체계화시키는 게 더 유리하다는 생각이에요. 멜론도 빅데이터를 개방하거나, 파트너 센터를 만들어서 레이블 단위에 제공*하려는데, 고무적인 활동이거든요. 멜론에도 그게 도움이 될 거고. 그런 기여를 늘리도록 독려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튼 저는 이 부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봐요.

* 관련 기사: 아티스트와 팬이 SNS처럼 소통하는 '멜론' 파트너센터, 음악 생태계 키운다 (IT조선, 2017.7.13)

 

차: 붕가붕가레코드의 경쟁 상대는 누구라고 생각해요?

 

곰: 굳이 따지면 넷플릭스? (웃음) 혹은, 음악 이외의 다른 콘텐츠들. 최대의 경쟁 상대는 스마트폰이죠. 초기에는 디바이스로 할 수 있는 게 음악 듣는 것뿐이었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음악 들으면서 이것저것 하거든요. 붕가붕가레코드의 음악은 결국 미디어나 게임과 경쟁한다고 봐야죠. 스마트폰이라는 동일한 플랫폼에서.

 

차: 해결 가능한 문제일까요? (곰: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결국 점유율 싸움인데, 동일한 유저를 대상으로 넷플릭스의 점유율을 뺏든가 전체 이용 시간을 늘리든가 하는.

 

곰: 사실 제 논문이 경영에서 쓰는 초이스 모델에 대한 거예요. 소비자에게 3개의 옵션이 있을 때 그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선택지가 주어질 때 그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이게 음악에는 적용이 안 된다고 봐요. 노래 3곡 중 어떤 곡이 우위를 차지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3곡을 10분이면 다 들을 수 있는데, 그걸 경쟁으로 볼 수 있느냐는 거죠. 물론 경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 따지자면 너무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져요. 그러니까 이런 생각이에요. 음악끼리 경쟁하는 건 소모적이에요.

우리처럼 니치(niche) 기반의 
모델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오히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해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

차: 그러한 콘텐츠 비즈니스 전반의 문제를 인디 레이블은 어떻게 돌파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아요.

 

곰: 실리카겔의 김한주랑 대화하다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어요. 자기는 전통적인 예술가 집단에도 있었고, 혼자 고립되기도 하면서 스스로 고집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자기 또래를 보니 대체로 그런 성향이 있더란 말이죠.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미약하다고 본대요. 본능적으로 연대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는데,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어요.

 

(연대 덕분에) 레퍼런스가 막 섞여서 규정할 수 없는 장르의 음악이 나오거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연계하는 방식이 가능하니까요. 그러니까 이제는 경쟁보다 연대가 중요하지 않을까 해요. 그게 크리에이티브에서도 보편적 흐름인 것 같아요. 경쟁보다는 어떻게 연결을 만드느냐. 제작자 입장에서 그게 크리에이티브 영역인데, 보유한 자원을 어떻게 연결하느냐 하는 게 중요한 이슈예요.

 

* 실리카겔의 '시스터(Sister)'. 실리카겔은 이런 음악을 하는 밴드입니다. ©실리카겔/온스테이지

 

차: 기업이든 개인이든, 결국 성취와 성장이 목표인 시대인가 봐요. '지금보다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단단해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자체가 중요한 시대?

 

곰: 목표이자 과정이라고 봐요. '연결'이 재밌는 걸 만들게 해주기도 하고요.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의 '데자부(Deja Vu)'는 저스틴 비버랑 같이 작업한 곡이잖아요. 포스트 말론이 저스틴 비버의 이미지랑 겹치면서 고유성은 훼손되지만, 이것저것 계산해보면 유명세를 얻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을 거고, 저스틴 비버는 비버대로 의미와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 같아요. 결국 포스트 말론은 1위를 찍은 가수가 됐죠. 이런 게 연대라고 봐요.
 

* 포스트 말론(Post Malone)의 '데자부(Deja Vu)'

 

지금은 소위, 상업성과 진정성 같은 상반된 두 축이 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닐까 해요. 아티스트끼리, 크리에이터끼리 직접 만나고 접촉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면서 기존의 체계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차: 크리에이터끼리 묶일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게 인상적이네요.

 

곰: 크리에이터가 서로 자유롭게 교류하고 연결되면서 움직이는 집단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걸 영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술탄오브더디스코의) 나잠수나 카더가든을 보면 아티스트끼리는 영업과 교류의 경계가 희미한 것 같아요. 업계에서 유명하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만나 단순히 친해지는 것 같은데, 그것으로 나중에 작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새소년과 혁오를 연결해준 것도 카더가든의 역할이 컸거든요. 처음엔 비즈니스가 아니지만 나중에 비즈니스가 되는 거죠. 자연스럽게.

 

차: 아티스트끼리 통하는 게 있는 걸까요? 아니면 비슷한 세대라서 그럴까요?

 

곰: 둘 다인 것 같아요. 생계에 대한 부담을 생각했을 때,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비해 20대 초반은 금전적 요소에 확실히 덜 구애받죠. 저도 대학생일 때는 집에서 지내면서 월세나 생계에 대한 걱정이 덜했거든요. 그러니까 행사 출연료도 이 친구들한테는 큰돈이더라고요. 물론 그것도 산업이 성장해서 가능한 일이지만. 이런 상황이니, '돈이나 비즈니스 이전에 뭔가 재미있는 걸 해보자, 멋진 걸 해보자'라는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차: 붕가붕가레코드의 고민은 사실상 메이저 레이블의 고민과도 유사한 것 같아요.

 

곰: 회사를 운영하는 건 기본적으로 거의 같다고 봐요. 대신 그쪽은 자본을 가지고 있잖아요. 반면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멋지고 재미있는 걸 하느냐.' (웃음) 돈 벌고 유명해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기가 하는 것이 재미있고 무엇보다 멋져야 한다는 생각을 고수하는 게 중요해요. 그게 시장에서 검증된 성공 공식을 따라가는, 그래서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상품에 가까운 것들을 만들 수밖에 없는 메이저를 상대하는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면에서 메이저의 때깔 좋은 문법에서 벗어난 다른 뭔가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반길만한 일이고. 다만 최근에는 메이저에서 나오는 것들이 때깔도 좋은데 재미도 있고 멋도 있는 것 같아서 긴장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레드벨벳이라든가. (웃음)

 

* 바로 그 레드벨벳입니다. ⓒ레드벨벳/SMTOWN

#4 인터뷰: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대표(a.k.a. 곰사장) 마침.

독자 리뷰

현재까지 402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송**

    음악 산업 전반에 걸친 분석과 평가 및 작가님의 생각을 통하여 음악에 보다 더 관심과 사랑을 같게 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박**

    음악 비즈니스의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해 현재를 바탕으로 서술해주신 부분이 좋았습니다. 뮤직 비즈니스에서 일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제가 어떤 방향성을 잡고 콘텐츠 기획에 임해야하는가, 더 나아가 음악 자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디어: 혼자 듣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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