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있어요!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이 글을 쓰느라 만난 사람이 15명이 넘고, 총 8개의 챕터와 6개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소책자 분량의 원고를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정리한 셈이다. 그런데 지난 4개월 동안 업계는 또 많이 바뀌었다. 매일같이 새로운 뉴스가 등장했고, 심층 분석 기사들도 나왔다. 말 그대로 미국을 흔든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해서 윤종신, 멜로망스, 문문으로 역주행 사례도 이어졌다.

 

이슈를 좇아가고, 사람들과 대화하고, 역사를 정리하는 동안 어째서인지 자꾸 이 말이 떠올랐다.

여기 사람이 있어요!

2018년 1월은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사람이 있다는 감각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한국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고 본다.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어 미디어의 무게 중심이 모바일로 이동했고, 지면과 온라인 양쪽 모두에서 콘텐츠 관련 소박한 실험들이 시도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나는 용산참사가 그에 대한 상징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바야흐로 '인간'에 대해 좀 더 생각하게 된 사건.

 

인식은 사회와 문화, 일상과 정치 모든 영역에서 동시적으로 작동한다. 나는 2009년까지 아이돌 음악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소녀시대의 '지'와 원더걸스의 '텔미',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를 들으면서 조금 달라졌다. 아이돌 그룹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카라를 좋아하게 되면서 산업적 관심에 더해 음악적으로도 깊이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2009년 가을, 박재범이 2PM에서 영구 제명되고 동방신기의 불공정 계약이 폭로되면서 내 관심사는 아이돌 그룹의 팬덤을 향했다.(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시 아이돌 그룹에 대한 글이 올라오는 몇 개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방문했다. 메이저 그룹뿐 아니라 마이너 그룹에 대한 의견과 소개도 자주 올라왔는데,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에 대한 감탄이나 무대 밖에서 마주쳤을 때 보인 태도를 칭찬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