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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지금 집중해야 할 것

크리에이티브: 지금 집중해야 할 것

밴드 씽씽과 크리에이티브

2017년 12월, 한 해 동안 가장 두각을 나타낸 아티스트와 음반, 주목할 만한 신인, 가장 화제가 된 뉴스 등을 선정할 일이 있었다. 그때 눈에 띈 것은 유튜브에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밴드 씽씽(SsingSsing)이었다. 민요를 기반으로 실험적 음악을 만드는 이 6인조 밴드는 NPR 뮤직(NPR Music)*의 유명한 라이브 쇼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Tiny Desk Concert)'에 출연했고, 이 영상의 조회수는 10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 평균적으로도 꽤 높은 수치다.
* 미국 공영 라디오(NPR, National Public Radio)의 음악 채널

 

* 밴드 씽씽(SsingSsing)의 Tiny Desk Concert @NPR Music

 

이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거나 사랑에 빠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음악 말고도 비주얼 요소들(멤버들의 퀴어 분장, 연출한 것 같은 추임새와 표정, 그리고 이 모든 게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라이브 공연에서 구현된다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기억하기로는 이들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먹힐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게 확인된 것이다. 창작물을 통해 개인과 산업을 살피는 나로서는 이들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재차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음악은 참신하고 독창적이다. 과거의 유산을 제대로 상속하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한다. 새로운 음악은 늘 이런 식으로 등장했고, 성공했고, 역사로 남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알 수 없다. 이 '알 수 없음'이라는 막막함이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치환되는 것 같다. 좀 더 근본적이고, 좀 더 파괴적이고, 좀 더 모순적인 개념으로서의 창조성 말이다. 그것은 음악 산업에 대한 것이기도, 음악 그 자체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한 명만 살아남는 세계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독점 자본주의에서 너무 큰 이윤은 나머지 사회의 희생을 대가로 한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도 변하지 않는 세상에나 해당되는 얘기다. 세상은 그보다 훨씬 더 역동적이다. 창조적 독점 기업들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풍요로움을 소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 피터 틸, <제로 투 원> (한경BP, 2014)

개인적으로, 2015년에 가장 인상적인 단어는 '창조적 독점'과 '린(lean) 방법론'이었다. 지금은 일반적이라고 해도 될 만큼 유명해진 이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꽤 큰 울림이 있었다. 요즘 말로 하면 '임팩트'가 있었다. 페이팔(PayPal)의 공동 창업자였던 피터 틸(Peter Thiel)이 쓴 <제로 투 원>은 여러 면에서, 특히 업계를 보는 관점을 바꾸는 데 도움을 받았다. 디지털 이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구조의 핵심을 이렇게 잘 설명하는 말은 없는 것 같았다.

 

린 방법론도 마찬가지다. '빨리 시작해서 빨리 실패하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이 개념은 누구보다 먼저 시장에 뛰어들어가 몸으로 학습해서 대안을 만들라는 제언이다. '고객 중심'이라는 말 또한 달콤하다. 많은 사람을 만족시키려 하지 말고, 단 한 명에게서라도 '와우'라는 감탄사를 받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말은 참으로 근사하다. 비즈니스의 본질이 바로 '고객'에게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면서, '오만해지지 말라'는 말처럼 들린다. 문득 숙연해지기도 한다.

 

2015년, 이제 막 기지개를 켜던 메이크어스에서도 이런 맥락의 고민이 있었다. 방향은 두 가지였다. 먼저 다양한 플랫폼들 중에서 집중해야 할 플랫폼 정하기. 그게 페이스북이었다. 다음으로, 영향력 확보하기. 그게 딩고(dingo)였다.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를 통해 페이스북 유저들을 확보하고, 그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기로 하는 방향은 딩고의 브랜드와 페이지 구독자 확보로 연결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예고 없이 변화하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페이스북 유저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곳에 최적화된 포맷을 만들면서, 압도적인 콘텐츠로 뉴스피드를 장악하는 것이었다.

 

나는 하루 종일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당시 내게 콘텐츠는 연구하고 개발해야 할 영역이었고,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콘텐츠뿐 아니라 콘텐츠에 밀착된 구독자들도 공부해야 할 대상이었다. 물론 당시의 (또한 현재의) 페이스북은 내게 친숙하고 익숙한 콘텐츠 포맷을 시험해 보기에 어려움이 많은 곳이었지만, 그래도 1년 이상 매일같이 소셜 미디어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모바일에서 콘텐츠가 작동하는 방식이나 구조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개인 시간을 가지면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다 문득,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1위 
혹은 독점이 의미가 있을까?

창의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소리꾼 이자람 씨를 봤을 때 부러웠다. 독자적으로 자신만의 판소리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 전통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미 만들어진 밥그릇 안에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싸움이 싫었다. 그걸로 싸우고 싶지도 않았고. 그래서 내 밥그릇을 따로 만든 거다. (...) 나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울타리나 무대, 즉 내가 만든 세상 안에서 잘 논다. 방송 등에 출연하는 건 남의 집에 가서 노는 것 같아 잘 안 맞더라.

 

- 밴드 씽씽 리더 이희문 씨 인터뷰 발췌

2017년 겨울, 모두가 방탄소년단의 해외 성공을 입에 올릴 때 씽씽은 미국 인디 음악 신의 '명예의 전당'처럼 여겨지는 NPR 뮤직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국악을 기반으로 한 독특한 콘셉트의 엉뚱한 음악가로 여겨지던 밴드가 해외에서는 스타덤에 올랐다. 이걸 보고 '국악의 세계화'라고 말하는 건 좀 민망하고, 이들에게서 '크리에이티브의 본질'이라고 할 만한 것을 꼽아보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씽씽의 리더 이희문 씨는 경기 명창으로, 중요 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이다. 그의 인터뷰에서 '내 밥그릇을 따로 만들었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다. 창작은 독창성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그저 독창적이기만 해서는 힘을 발휘할 수가 없다. 깊이와 독창성이 공존해야 한다.
* 서울, 경기 지방에 전승되어 내려오는 민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는 보통 자극적이고 휘발성이 강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지만, 결국 꾸준하게 반응을 얻는 건 깊이와 독창성이 연결된 결과물이다. 그래야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고, 콘텐츠 비즈니스도 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 나는 크리에이티브하게 보이는 사람들보다 크리에이티브를 '갖고 노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있다. 누가 보면 멍청해 보일 만큼 본질에 집중하고, 본래의 개념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구하며, 마침내 상식을 바꾸고 판을 바꾸어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버리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지금의 급격한 변화가 위협이 아닌 기회이고, 다른 상상을 자극하는 촉매이기도 하다.


국악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이자람이나 고래야(Coreyah) 같은 음악가들은 예전에 이미 '자기만의 소리'를 찾아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늘 그렇듯이 자기만의 소리가 중요하다. 이 소리는 하나의 장르만 깊게 판다고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여러 장르와 스타일을 뒤섞을 때 발견할 수 있다.

이희문 씨의 인터뷰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현대음악을 좋아했고 대중음악 뮤직비디오 감독을 꿈꿔 연출 공부도 했다. 그러다 전통 음악 쪽으로 넘어왔다."라는 말이다. 얼핏 보면 그의 커리어는 일관성 없이 중구난방으로 보인다. 보통 '한 우물을 깊게 파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상식이라 말하지만 그게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 고래야는 브라질에서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켰다. ⓒ고래야/온스테이지

 

나 역시 '이상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출판사에서 마케팅용 책 정보를 정리하다가 포털 사이트로 건너가 웹 서비스를 기획했다. 그러다가 매체의 기자로 업을 바꾸어 일하다가 전업 프리랜서가 되었다. 그동안 잡지, 온라인 콘텐츠를 기획했고, 음악 비평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글도 썼고, 최근에는 모바일 콘텐츠 분야에 몸담기도 했다.

그래서 이희문 명창 같은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는 자신의 복잡한 관심사를 씽씽이라는 밴드로 연결했다. 이 음악에는 경기민요와 서양 대중음악의 장르가 섞이는데, 그게 어색하지 않은 건 리듬을 중심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멤버들의 의상과 메이크업, 동작, 표정에까지 개입하는 연출은 그저 이상하고 웃긴 요소가 아니라 경기 민요의 면면을 고민하고 담아낸 결과다. 이희문이라는 개인의 다양한 관심사와 커리어가 다른 분야의 음악가들과 만나 씽씽이라는 밴드의 정체성을 이루는 셈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뭘까. '창의성'의 속성 때문이다. 창의성은 고정되지 않는 개념이다. 단순하고 말랑하고 유연한 무언가다. 흔히 록은 단순한 구조 덕분에 이토록 오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평가된다. 전자음악도 마찬가지다. 단순함은 빈틈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빈틈이 많으면 다른 요소들이 끼어들기 쉽다. 스폰지처럼 다른 장르를 빨아들이거나 레고 블록처럼 다른 요소와 결합되기 쉬운 것. 다시 말해 창의성은 그 자체보다는 다른 요소들과 쉽게 결합되는 속성 때문에 중요하다.

음악 분야에서 이런 창의성은 자산이자 가치다. 따라서 개인이든 조직이든 이 창의성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에 대한 힌트는 '인디펜던트(independent)', 즉 독립성 확보라는 맥락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메인스트림에서의 크리에이티브

블루노트는 독자적 권한이 많아서 (아티스트의) 계약금이 5만 달러만 넘지 않으면 (메이저 회사에) '파란불'을 요청하지 않고도 어떤 가수와도 계약할 수 있지. 이 액수가 넘으면 메이저 회사의 파란불이 필요하지만.

 

- 브루스 룬드발(EMI 부회장/블루노트 경영인)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움직이는 건 누가 뭐래도 미국이다. 영화와 음악 분야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미국의 힘은 바로 그 압도적인 시장 규모에서 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저력은 시장의 규모가 아니라
생산 시스템에 있다
무한에 가까울 만큼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빨아들이고 그 이질적인 속성들이 유연하게 결합되는 시스템 말이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사회학자인 프레데리크 마르텔(Frédéric Martel)은 1천 명이 넘는 문화 산업 관계자들을 5년 동안 인터뷰하면서 <메인스트림>을 썼고, 초국가적 자본주의의 문화 산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한다.

 

인용한 인터뷰는 글로벌 레이블 EMI가 재즈의 본가로 여겨지던 인디 레이블 블루노트(Blue Note)를 인수한 뒤에 노라 존스(Norah Jones)를 발굴해 팝 산업에서 그 영역을 넓힌 이야기다. 알다시피 노라 존스는 굉장한 팬덤을 가진 음악가지만, 데뷔 당시에는 재즈 팬과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대부분 '노라 존스는 재즈가 아니다'라는 내용이었고 비판의 화살은 대부분 블루노트의 대표인 브루스 룬드발(Bruce Lundvall)을 향했다. 가치를 버리고 상업 논리에 투항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인터뷰에서 블루노트의 가장 큰 문제는 '정체'였다고 말한다. 과거의 음악 판매에만 매달리는 정체 상태를 타파하기 위한 해결책이 대기업으로의 인수합병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EMI는 왜 블루노트를 원했을까?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 창의성은 경직되지 않은 문화에서 탄생한다. EMI와 같은 대기업은 생산보다는 관리에 적합한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으므로, 음악 그 자체와 더 밀착된 작은 조직이 필요했던 것이다. 메인스트림과 인디는 그렇게 결합된다.

 

현재 세계 음악 시장의 70%는 유니버설뮤직, 소니뮤직, EMI, 워너뮤직, 이 4개 회사에 의해 형성되고 유통된다. 이들은 모두 서브레이블(sublabel) 구조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데, 주로 장르에 특화되거나 지역에 기반한 전문 레이블들이다. 영화 산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메이저 영화사들은 산하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외부적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영화를 두고 인디와 메이저의 대결 구도로 시장을 바라볼 때, 알고 보면 같은 회사인 경우도 있다.

 

음악 산업에서 이 구조는 이렇게 작동한다. 대체로 메이저 회사는 대도시에 있고, 서브레이블은 지역에 있다. 그리고 서브레이블의 프로듀서나 담당자는 로컬 신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가진 밴드와 싱어송라이터를 발굴해 데뷔시킨다. 1~2년 정도 활동을 지원하다가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 메이저 무대에 데뷔를 하게 되는데, 그때 해외 음반 수출이나 공연 등이 이뤄진다. 영화도 비슷하다. 메이저 스튜디오는 인디 스튜디오'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은 어느 정도의 독립성을 보장받으면서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영화를 제작한다.

 

한편 한국에서는 '레이블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2010년쯤 JYP와 SM엔터테인먼트에서 이런 분산 모델이 시도되었고, 지금은 로엔엔터테인먼트나 MPMG(마스터플랜뮤직그룹),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처럼 메이저와 인디 영역을 통틀어 시도되고 있다.* 이런 사업 구조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할 수 있겠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한 상호보완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 아이유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서브레이블인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소속이고, 멜로망스는 MPMG의 서브레이블인 민트페이퍼/광합성 소속이다.

 

이렇게 보면 자본이 문화를 지배하는 구조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에 절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메이저-인디의 관계는 완전한 종속 관계가 아니라, 앞서 인용한 인터뷰대로,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다. 여기에는 섭외, 기획, 계약, 마케팅, 공연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

 

EMI뿐만 아니라 다른 메이저 회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크리에이티브의 특성 때문에 이런 공존 구조가 성립한다. 이렇게 메인스트림 내부에서 인디 시스템을 성장시키는 구조는 메이저 시스템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창의적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좀 더 작은 조직을 구성하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대체로 일반 상품은 값이 싸거나 쓰기 쉬워야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다. 그런데 문화 상품은 그렇지 않다. 문화 상품은 오직 '나의 어떤 특성과 얼마나 밀착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이에는 취향, 세계관, 호기심, 정체성 등이 복잡하게 얽힌다. 문화 상품에 있어서 크리에이티브는 익숙한 것을 더욱 친근하게 치장하는 것이기도 하고, 난해하고 모순적인 감각을 거칠게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화 산업에서는 이를테면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노래처럼 익숙하고 친숙한 것뿐 아니라,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패션처럼 낯설고 이상한 것이어도 대중적 성공을 거둔다. 메이저 기업의 산하에 마이너한 독립적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런 식으로 크리에이티브를 관리하는 것이 영향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인디펜던트 환경에서의 크리에이티브

그런데 한국에서는 메이저와 인디 레이블의 개념이 저마다 다르게 쓰일 뿐 아니라, 대체로 편견과 오해를 통해 재생산되고 있다. 인디 레이블은 홍대 앞에 있고 메이저 회사는 강남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농담이 아니다), 아예 인디와 메이저를 상업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기이한 문제로 치환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상 SM과 YG, FNC, 큐브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니라면 모두가 '인디 레이블'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한국 음악 시장은 다수의 인디펜던트 음악 회사들이 소수의 메이저 회사들과 경쟁하는 구도다. 다만 그 시장이 중소 규모의 라이브 콘서트를 기반으로 삼는지, 아이돌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지, 보컬 위주의 음원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지에 따라 경쟁자가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대중음악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대체로 상품 자체보다 마케팅하고 유통하는 전략 및 방식이 더 흥미진진하다. 그런 맥락에서 현재의 산업 변화에서 기대하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특히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중소 규모의 레이블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다.

 

이미 뉴 미디어 마케팅을 활용해 대중적 성공을 일군 사례들이 눈에 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의 치즈, 쇼파르뮤직의 볼빨간사춘기, 민트페이퍼/광합성(마스터플랜의 계열사)의 멜로망스 등 중소 규모의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를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고, 비슷한 예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라이브 공연으로 팬을 만들고 뉴 미디어 콘텐츠 마케팅으로 메인스트림 음악 산업을 돌파하는 방식은, 10년 전 EBS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한 장기하와 얼굴들의 라이브 영상 캡처 이미지가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 지속적으로 올라오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에 힘입어 음반 판매량도 상승했다. 이제는 마케팅 플랫폼이 전통적 대중매체에서 소셜미디어로 바뀌었을 뿐, 그 본질은 비슷하다.

 

멜로망스의 '선물' 세로라이브 버전. 멜로망스의 역주행은 2017년 7월 페이스북 세로라이브로부터 시작되었다. ⓒ멜로망스/세로라이브

 

이 현상은 분명히 미디어 산업과 밀착되는 콘텐츠 산업의 경향을 반영하지만, 이는 '현재'의 새로운 마케팅 방식일 뿐이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에 따라 이 방식은 금방 또 다른 방식으로 대체될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모바일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며 깨달은 것은 속도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오히려 크리에이티브 그 자체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사실상 예측이 불가능하다. 시장과 트렌드에 대한 제작자의 감이 적중할 수는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운이 좋을 때의 얘기다. 씽씽의 이희문 씨는 1년 전 자신이 이렇게 화제의 중심에 오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어떻고. 방탄소년단과 방시혁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음악은 역사적으로 늘 결정권을 가진 프로듀서나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런 이유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의 성공은 차트 1위나 점유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성공한 콘텐츠는 한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영향을 주거나, 새로운 흐름을 만들면서 지속가능한 순환 모델을 만들기도 한다. 성공한 콘텐츠는 그렇게 대중에게 '기억'되고 새로운 '가치'를 얻는다.

 

* 데뷔 당시 소녀시대의 복제품 같았던 여자친구의 성공은 창조적 모방의 결과였다. ⓒ여자친구/뮤직뱅크

 

이런 방식의 성공은 기획과 우연이 결합한 결과다. 기존과 닮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요소로 새롭게 보이는 것. 대중보다 너무 앞서 나가도 안 되고, 기존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뒤따르는 것도 의미가 없다. 문화 상품은 고객의 아이덴티티와 시대적인 감수성이 만날 때 특히 강력해진다. 여기에는 유행, 시대정신, 세대의 목소리 같은 이데올로기가 개입하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중소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조직이나 개인에게 필요한 것은 대중문화의 본질적인 속성을 이해하면서 대중성과 실험성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일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꽤 괜찮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환경은 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의 단계에서 각각 기존에 없던 경험을 선사하고, 이 때문에 우리는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이제껏 상식적으로 여기던 개념을 다시 근본부터 들여다보고,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음악을 왜 들을까. 내게 음악은 무엇일까. 우리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팬일까, 유저일까. 음악의 소비자란 과연 누구인가. 궁극적으로 지금 음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결국, 이러한 질문들과
그에 대해 성급히 답을 내리지 않는
수고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창조적 질문이 필요한 시대

20세기 미국의 멀티 레이블 체제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 <탑건>이나 <타이타닉>처럼 미국의 블록버스터 영화 산업과 결합한 음악 산업이 아시아로 시장을 확대하던 때에 확립되었다. 글로벌 규모로 성장한 메이저 회사에게는 참신하고 다양한 음악이, 인디 레이블에게는 큰 규모의 지원이라는 서로의 필요가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이런 구조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음악 배급사의 역할은 플랫폼 사업자로 넘어갔고,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음악 산업의 절대 강자가 되고 있다. 생산-유통-판매 단위에서의 연결고리가 20세기의 레이블 시스템을 성장시켰다면, 21세기의 음악 산업은 연결 그 자체를 더 중요하게 만든다.

 

자, 음악은 이제 어디 혹은 무엇과 연결될 수 있을까?

음악은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결될 수 있다.
맞다. 하지만 이미 나와 있는 답 아닌가.

음악은 라이프 스타일과 연계되고 일상에 밀착된다.
맞다. 그런데 그건 늘 그래 왔지 않았나?

요즘에는 음악성보다 마케팅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음악뿐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마케팅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마케팅의 속성도 바뀌지 않을까? 마케팅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람들이 게을러서 좋은 음악이 소비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분석이다. 

어떤 대답을 내놓든, 우리가 지금 그걸 알 수 없다는 것이 바로 문제다.

 

21세기는 연결이 중요한 시대다. 대부분 납득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때의 '연결'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우리는 은연중에 이 '연결성'을 음악에 국한해서 생각하거나, 음악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현재의 음악 산업에서 '연결'은 음악 산업 안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음악 밖에서 파급력이 생길 수 있다. 앞으로 도래할 미디어 환경에서 음악은 그저 듣고 즐기는 콘텐츠가 아니라 일종의 플랫폼이 될 수도 있으며, 이를 통해 세상의 모든 요소들과 연결될 수도 있다. 아직 그런 사례가 오지 않은 것뿐, 음악은 그 개념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라고 말이다.


앞으로는 음악의 소비자가 누구인지, 생산자는 그들과 어떻게 밀착될 것인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음악을 정의하는 요소들, 좋은 음악이라고 말하는 기준도 바뀔 수 있다. 전에 없던 문화적 경험을 한 세대가 등장하고, 그들이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음악 회사뿐 아니라 음악가 본인에게도 이런 감각은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다. 마케팅은 더 중요해지고, '어떻게 파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경험을 주느냐'에 대해 치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음악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씽씽의 성공 사례가, 이희문 명창이 환기하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음악을 본질적으로
다시 생각하고, 가능하다면
새롭게 정의하는 일
창의성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개인과 조직에게 지금 필요한 건 이제까지 당연했던 것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모든 것들에 대해 먼저 질문하는 일이 아닐까.

#9 크리에이티브: 지금 집중해야 할 것 마침.

독자 리뷰

현재까지 410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임**

    퍼블리 최고의 리포트

  • 이**

    음악산업에 관심이 많던차에 맣은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습니다.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기 좋은 글이네요

인터뷰: 스페이스오디티 김홍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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