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계

SF 장르를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등 뭔가 말도 안 되는 걸 말이 되게 보여주는 것들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매년 <건담>의 신작을 챙겨보는 중년의 덕후가 되어버렸다. 아래 영상은 게임 개발사 퀀틱드림(Quantic Dream)이 2012년 당시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3(Play Station 3)의 기술력을 홍보하는 데모 영상이자, 2018년에 <디트로이트>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게임의 프리퀄 영상이기도 하다.
 

* Heavy Rain/Quantic Dream Tech Demo(2012) ⓒQuantic Dream

 

2017년, 알파고와 인공지능 로봇, 아마존과 구글,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한꺼번에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이 영상을 떠올렸다. 우리는 대체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걸까?

 

2018년 1월 현재, 인공지능 스피커 이슈는 두 가지로 압축되는 것 같다.

왜 스피커일까?
왜 음악 서비스일까?

물론 이 분야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두 가지 이슈는 또 금방 정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음악 산업'과 '기술'의 관점에서 짚고 넘어가 보려 한다.

왜 스피커일까?

모바일 시대에는 검색과 SNS, 쇼핑이 각각의 과점 시장을 형성했다. 몇 개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긴 했지만, 각자의 영역을 쉽게 넘나들 수 없었다. 음성인식 시대엔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모든 권력을 쥔다. 모든 서비스가 음성인식 플랫폼 아래에서 서브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 관련 기사: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 인터뷰 (중앙일보, 2017.9.26)

이것은 인터페이스 이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만큼, 1980년대 이후 세계는 점점 더 컴퓨터와 밀착된 환경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도 사실 전화기가 아니라 컴퓨터고, 현재의 자동차도 바퀴가 달린 컴퓨터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조만간 이 기계들이 인간에게 말을 걸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렇게 컴퓨터의 정체성은 단순 계산기에서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정교한 도구로, 그리고 도구에서 인간의 활동을 돕는 세심한 조력자로 변해왔다. 이때 도구는 내가 사용하는 '물건'이고, 조력자는 나를 돕는 '존재'라고 정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