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워크맨
얼마 전, 모 매체와의 인터뷰 중 에디터가 "매일 갖고 다니는 물건들을 알려달라"고 했다. 가방에 있는 몰스킨 노트, 파버 카스텔 만년필, 그리고 워크맨을 차례로 꺼내면서 20세기에서 21세기로 점프한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워크맨을 본 에디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었다.
이게 대체 뭐예요?
그리고는 이런 표정을 지었다.
* 에디터의 반응이 대략 이랬달까… ⓒThe Fine Brothers
레코딩과 라디오: 음악 산업의 출발점
사실 음악 산업의 역사에는 여러 가지 매체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음악은 애초에 소리였고, 소리는 19세기까지 정확하게 기록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인간은 눈에 보이는 것은 그림으로, 아는 것은 문자로 기록했지만 소리만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음악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배워야 하는 특별한 기호(음표와 악보)로 기록되었다. 음악이 유별난 예술이 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즉, 레코딩 기술이 등장하기 전까지 음악을 만들거나 감상하기 위해서는 음악의 언어를 배우고 익혀야 할 뿐 아니라 음악이 연주되는 바로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어야 했다. 따라서 당시 음악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고, 일부 계급이나 공동체에 귀속될 수밖에 없었다.
시간과 공간에 매여 있던 음악을 자유롭게 한 것은 새로운 기술의 발명이었다. 1857년 3월, 프랑스의 인쇄공이자 속기사인 에두와르 레옹 스콧 드 마르탱빌(Édouard-Léon Scott de Martinville)은 사람의 목소리 파형을 기록하는 데 성공한다. 최초의 녹음기라고 할 수 있는 포노토그라프(Phonautograph)의 탄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