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난 몰랐다, 세상이 바뀌는 것을

2017년 11월 현재, 한국 음악 산업의 양상은 통신사와 유통사, 포털 기업들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까지 서로 경쟁하던 주체들이 손을 잡고 음악 시장에 뛰어드는 현상은, 지속성에 대한 의문과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흥미로운 풍경이다. 이유가 뭘까?

 

이 질문을 생각하다 보니 개인적인 경험들이 떠올랐다. 2000년 이후 한국의 미디어 산업이 지나온 변곡점과 겹쳐지는 기억, 지금은 아는데 그때는 몰랐던 것들. 그래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내가 경험했던 순간들을 되짚어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2003년 봄, SCENE #1

저거, 혹시 다날(Danal) 간판이에요?

2003년, 역삼역 앞의 스타타워(현 GFC빌딩)에 입주해 있던 네이버 뉴스팀에서 일하던 나는 출근 후 흡연실에서 담배 한 모금, 커피 한 모금 마시는 게 낙인 일개 사원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건너편 LG강남타워(현 GS타워) 옆 건물 꼭대기의 거대한 간판이 눈에 띄었다. 옆에서 나란히 담배 한 모금, 커피 한 모금을 하던 동료가 웃으며 답했다.

며칠 전에 생겼더라고요. 벨소리 팔아서 건물 샀나 봐.

사실 그 빌딩은 다날 소유는 아니었지만, 바로 직전에 벅스뮤직 사무실이 스타타워에 입주했던 것과 겹쳐서 꽤 인상적으로 남은 대화다. 다날은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2000년 1월 개시)로 가장 유명하지만, 사실 그해 7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휴대폰 결제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때부터 모바일 비즈니스가 구현될 수 있는 기반이 생성됐기 때문이다.

이후 10여 년간
한국 음악 산업은
큰 변화를 겪었다

소리바다, 벅스뮤직, 맥스MP3 같은 음원 서비스를 포함해 싸이월드, 네이버 등의 온라인 포털과 엠넷(Mnet), 티비엔(tvN)이 주도하던 엔터테인먼트 방송의 성장, 그리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미디어 소비 습관 변화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였다. 2000년부터 2009년에 이르는 동안, 바야흐로 20세기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음악이 유통되고 소비되는 장(field)이 마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