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사용자, 누구일까
나는 지금 라인프렌즈에서 라인프렌즈 스토어나 테마파크, 호텔 등 다양한 리테일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 전에는 꽤 오랫동안 기업의 오피스와 연수원, 문화 공간 등을 만들었다. "건축 전공인가요?", "인테리어 해보셨어요?" 일을 하면서 주로 받았던 질문이다. 참고로 나는 건축이나 인테리어를 공부했다거나 관련 전문 경험을 쌓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때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곤 했다.
먼저, 내 집을 짓는다고 생각해 보자. 집을 짓기 위해서는 꽤 많은 건축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벌어둔 돈을 쏟아부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처음 하는 일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잘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비용이 이렇게 드는 게 맞는지, 건축가를 고용해야 할지, 비가 오면 공정이 늘어지진 않을지 등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렇다고 전문가에게 모두 맡길 수는 없다. 전문가가 아무리 세심하게 잘해 주더라도, 그 집에 사는 사람(또는 집주인)의 마음이나 의도에 맞지 않으면, 그저 그런 볼품없는 집이 되고 만다.
회사에서 집주인은 누구일까? 전통적인 경영학 관점에서는 '회사의 경영진'이다. 그래서 사옥을 일컬어 '경영진의 마지막 취미'라고 비꼬기도 한다. 좋은 안목을 지닌 경영진이 만드는 공간은 그곳이 공장이든, 오피스든 멋질 확률이 높다.
내가 다녔던 기업의 경영진 대부분은 '사용자(user)'에 목을 매곤 했다.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하는 공간, 즉 오피스의 사용자 역시 일하는 직원들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한정된 예산과 일정으로 그 공간에 머무는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회사 경영진들의 바람이다. 내가 하는 일은 이 경영진을 대신하여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까 궁리하고 실행하는 역할, 일종의 대리인이었다.
오피스 사용자, 누구일까
나는 지금 라인프렌즈에서 라인프렌즈 스토어나 테마파크, 호텔 등 다양한 리테일 공간을 만들고 있다. 그 전에는 꽤 오랫동안 기업의 오피스와 연수원, 문화 공간 등을 만들었다. "건축 전공인가요?", "인테리어 해보셨어요?" 일을 하면서 주로 받았던 질문이다. 참고로 나는 건축이나 인테리어를 공부했다거나 관련 전문 경험을 쌓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때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곤 했다.
먼저, 내 집을 짓는다고 생각해 보자. 집을 짓기 위해서는 꽤 많은 건축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지금까지 벌어둔 돈을 쏟아부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처음 하는 일이라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잘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비용이 이렇게 드는 게 맞는지, 건축가를 고용해야 할지, 비가 오면 공정이 늘어지진 않을지 등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렇다고 전문가에게 모두 맡길 수는 없다. 전문가가 아무리 세심하게 잘해 주더라도, 그 집에 사는 사람(또는 집주인)의 마음이나 의도에 맞지 않으면, 그저 그런 볼품없는 집이 되고 만다.
회사에서 집주인은 누구일까? 전통적인 경영학 관점에서는 '회사의 경영진'이다. 그래서 사옥을 일컬어 '경영진의 마지막 취미'라고 비꼬기도 한다. 좋은 안목을 지닌 경영진이 만드는 공간은 그곳이 공장이든, 오피스든 멋질 확률이 높다.
내가 다녔던 기업의 경영진 대부분은 '사용자(user)'에 목을 매곤 했다. 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하는 공간, 즉 오피스의 사용자 역시 일하는 직원들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 한정된 예산과 일정으로 그 공간에 머무는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회사 경영진들의 바람이다. 내가 하는 일은 이 경영진을 대신하여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까 궁리하고 실행하는 역할, 일종의 대리인이었다.
오피스는 크게 세 그룹의 요구(needs)가 존재하는 곳이다. 하나는 외부에서 보는 기업의 이미지, 즉 브랜딩에 대한 요구, 그리고 경영진의 생각과 철학을 반영하는 요구,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용자(직원)들의 요구이다. 이것들을 하나로 만들고, 만족하게 하는 일이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
가령 100명의 임직원에게 "어떤 오피스를 만들면 만족하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보면 100개의 답이 나온다. 피트니스 센터를 만들어 주세요, 업무 공간은 크게, 회의실이 부족합니다, 안락한 분위기였으면 좋겠어요 등 각각 다른 요구가 있다.
결국 모두의 만족보다는 보편적 만족의 가이드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더 집중한다.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가구에 쓸 것이냐 아니면 요즘 관심이 높은 공기의 질에 쓸 것이냐 등 거의 모든 순간이 선택과 집중의 과정이다.
'어떤 오피스가 좋은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좋은 오피스는 방문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래서 공간을 만드는 일의 시작은 바로 잘 지은 공간을 보러 가는 일이다.
오피스를 만드는 시작은 좋은 오피스를 보는 것
과거에는 '층당 200명씩 20층이면 총 4천 명'과 같은 계산으로 오피스를 만들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기업이 회사의 철학을 오피스 곳곳에 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용과 노력*으로 오피스를 설계, 운영하고 있다.
* 관련 기사: 입주 들어간 6조짜리 애플파크… 사옥에서 혁신 뽑아내는 IT 기업들 (한겨레, 2017.2.23) / The billion-dollar palaces of Apple, Facebook and Google (The Guardian, 2017.7.23)
비단 거대 글로벌 기업이 아니더라도 공간이 주는 힘은 크다. 그래서 오피스는 사용자(직원) 중심의 디자인을 집약적으로 구현하고, 단순한 업무 공간이 아닌 기업의 비전과 직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한 공간으로 확장해 나가는 중이다.
소문난 오피스에 방문하면 처음에는 건축과 인테리어에 반한다. 자유로운 분위기, 트렌디한 디자인, 완성도 높은 마감에 마음이 들뜨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회사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일에 집중하도록 하는 배려
사생활을 존중하는 마음
회사의 특징을 잘 살려낸 공간 이것을 통해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경영진의 메시지들을 엿보게 된다.
회사의 관상을 보려면 오피스에 가라
나는 투자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면 재무제표보다 그 회사 오피스를 직접 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흔히 관상을 두고 그 사람의 60~70%가 보인다고 말하는 것처럼, 오피스만 보아도 이 회사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지, 이미 최대치를 찍고 기울고 있는지, 쓸데없는 데에 돈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겉모습만 멀쩡하고 속은 비어 있는지 등을 어느 정도는 체감할 수 있다.
이번 미국(서부 중심)의 오피스 답사 프로젝트 '그 오피스, 일할 맛 나요?'는 그런 의미에서 꽤 흥미로운 탐구의 시간이었다. 오피스를 분석한다기보다는 회사의 관상을 보러 가는 기분이었는데, 실제로 모든 사람의 관상이 다른 것처럼 우리가 방문한 회사들도 각기 다른 관상을 갖고 있었다.
8개 회사의 오피스 문화와 철학을 경험하면서 제각각 다른 회사의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시에 왜 그 기업이 그런 결정을 했는지, 왜 그런 서비스나 결과물을 만들게 되었는지, 왜 그런 평가를 받는지 등도 서서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점으로 알고 있던 기업의 정보들이 오피스를 방문하면서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