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도쿄 클래식'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바뀌어도 영향을 받지 않는 게 있다. 바로 '클래식'이다. 세계 최대의 고서점 거리이자 출판사들이 모여 있는 진보초(神保町)에는 가난한 학생, 출판인들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카레집이 많다. 90년이 넘은 카레집 교에이도는 거리의 역사를 지켜본 목격자나 다름없다.
그 외에도 긴자의 오래된 경양식집에서 파는 오무라이스와 함바그 스테이크, 타바스코 소스를 뿌려 먹는 나폴리탄 스파게티, 진주 목걸이를 한 할머니 옆에서 떠먹는 파르페 등 도쿄가 아니고는 먹기도, 보기도 어려운 음식들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도쿄 클래식'은 쉴 새 없이 변하는 곳에서도 세월의 무게를 버텨낸 곳, 그리고 비록 다른 나라에서 유입되었지만, 도쿄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낸 곳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에 가면 진짜 도쿄의 맛, 도쿄의 정체성이 느껴진다.
* Tokyo Classic ©최빈
Aiyō (아이요우)
사실 도쿄에 자주 가는 편이지만 츠키지 시장에 가고 싶은 마음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관광객이 들끓는 체인 스시집들을 뚫고 갈 체력도 부족했다. TV에 산처럼 쌓인 우니동(성게알덮밥)이나 이쿠라동(연어알덮밥)이 나와도 갈 이유를 찾지 못했는데, 100년이 넘은 작은 카페가 나를 츠키지 시장에 가게 했다.
100년이 넘도록
츠키지 시장을 지킨
아이요우 카페
어깨를 좁히고 신문을 보며 밀크 커피를 마시는 시장 상인들 틈에서 겨우 자리를 잡았다. 3평 남짓한 카페 안을 둘러보는 건 금방이었다. 한눈에도 오래되어 보이는 가구와 타일, 백발의 카페 마스터와 백발의 손님들이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만으로도 이 카페의 세월을 알 수 있었다.
막 구운 토스트에 버터와 딸기잼을 바를 때 쓱쓱쓱 소리가 났다. 토스트와 눈물이 찔끔 날 정도의 뜨거운 밀크 커피, 진한 간장을 얹어 먹는 반숙 계란이 이 집의 아침 세트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