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일본 내추럴 와인

최근 해외에서 내추럴 와인(natural wine, vin naturel)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기농, 자연재배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일반 와인과 비교해 최소량의 이산화황(SO2)이 들어간 유기농 및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본 내추럴 와인은 나고야와 홋카이도 지방에서 장인 정신에 가까운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되며, '유기농 포도밭, 손 수확, 자연 효모, 화학 성분 미첨가, 이산화황(SO2) 미첨가 혹은 극소량' 등이 특징이다.

츠키지 시장 스탠딩 바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내추럴 와인 ⓒ최빈

또한 내추럴 와인은 도쿄 츠키지 시장부터 식료품 매장, 브런치 카페, 미쉐린 별 2개를 받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레페르베상스의 와인 리스트에서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일본에서는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시장이 이미 생활양식의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일본 내추럴 와인, 사케 등을 마실 수 있는 츠키지 시장 스탠딩 바 입구 디스플레이 ⓒ최빈

지역과 포도 품종, 빈티지를 외우는 등 와인의 장벽은 높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내추럴 와인을 마셔보고 경험한 후로는 '와인은 어렵다'가 아닌 '무한한 매력을 지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감만족(五感滿足) 동경식당(東京食堂)' 리포트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레스토랑에는 그곳만이 가진 캐릭터를 드러내는 요소로 내추럴 와인이 빠지지 않았다. 

organ (오르간)

오르간은 내 마음속 맛집이다. 관광객에게 도움이 될 만한 레스토랑 리뷰나 정보도 별로 없다.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다. 2011년 문을 연 이곳은 콘노 마코토(Konno Makoto) 오너 셰프를 주축으로 프렌치 베이스의 '시즈널 쿠킹(Seasonal Cooking)'을 선보이는 곳이다.

오르간 입구 ©최빈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은 일본 내추럴 와인

최근 해외에서 내추럴 와인(natural wine, vin naturel)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기농, 자연재배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일반 와인과 비교해 최소량의 이산화황(SO2)이 들어간 유기농 및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본 내추럴 와인은 나고야와 홋카이도 지방에서 장인 정신에 가까운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되며, '유기농 포도밭, 손 수확, 자연 효모, 화학 성분 미첨가, 이산화황(SO2) 미첨가 혹은 극소량' 등이 특징이다.

츠키지 시장 스탠딩 바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내추럴 와인 ⓒ최빈

또한 내추럴 와인은 도쿄 츠키지 시장부터 식료품 매장, 브런치 카페, 미쉐린 별 2개를 받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레페르베상스의 와인 리스트에서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일본에서는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시장이 이미 생활양식의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일본 내추럴 와인, 사케 등을 마실 수 있는 츠키지 시장 스탠딩 바 입구 디스플레이 ⓒ최빈

지역과 포도 품종, 빈티지를 외우는 등 와인의 장벽은 높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내추럴 와인을 마셔보고 경험한 후로는 '와인은 어렵다'가 아닌 '무한한 매력을 지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감만족(五感滿足) 동경식당(東京食堂)' 리포트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레스토랑에는 그곳만이 가진 캐릭터를 드러내는 요소로 내추럴 와인이 빠지지 않았다. 

organ (오르간)

오르간은 내 마음속 맛집이다. 관광객에게 도움이 될 만한 레스토랑 리뷰나 정보도 별로 없다. 그야말로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다. 2011년 문을 연 이곳은 콘노 마코토(Konno Makoto) 오너 셰프를 주축으로 프렌치 베이스의 '시즈널 쿠킹(Seasonal Cooking)'을 선보이는 곳이다.

오르간 입구 ©최빈

문을 열고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테이블마다 딜과 레몬 글라스 등 신선한 허브가 놓여 있고, LP로 재즈를 트는 오너 셰프를 볼 수 있다. 테이블 위의 허브향을 즐기는 것도 잠시, 음식을 주문하면 주방에 있는 막내 스태프들까지 모두 나와서 손님에게 인사를 한다. 오늘 내가 먹을 음식을 어떤 이가 만드는지 직접 보고 가깝게 인사를 나눌 수 있다. 테이블에 어떤 음식이 나올지 기대가 수직 상승하는 기분 좋은 순간이기도 하다.

테이블 데코레이션과 식사 마지막 프레시 허브 티를 담당한 프레시 레몬그라스, 민트, 딜 ©최빈

오르간은 내공이 높은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음식을 맛보면 지역 주민부터 도쿄의 파인 다이닝에 종사하는 사람까지 두루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오르간의 가든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해 조리한 제철 채소와 허브가 진한 향을 자랑한다. 오르간에서 일하는 이들이 정성을 다해 가꾸는 정원을 상상하게 할 정도로 신선함과 부지런함이 가득 담겨 있다.

워터크레송 샐러드와 우엉 튀김을 곁들인 허브 크럼블이 올라간 청어 디쉬 ©최빈

테린과 알자스 지역 화이트 와인, 풍미가 진한 청어 디쉬와 라이트한 부르고뉴 레드와인 페어링 등 제철 재료로 이루어진 그 날의 메뉴 구성과 폭넓은 내추럴 와인 페어링은 오르간만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오마카세 메뉴 첫 번째 요리인, 굴과 딜 요리에 페어링 된 스파클링 내추럴 와인 ©최빈

관광객이 흔치 않은 이 레스토랑에서 3시간 가까이 저녁을 즐기는 동안, 오르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곳을 어떻게 알고 예약했는지, 또 다른 곳은 어디를 갈 것인지 등을 물었다. 오늘은 처음 먹는 식사니 다음에 꼭 다시 오르간다운 식사를 하러 들러달라는 다정한 말과 함께.

 

단순히 어렵게 예약해서 맛있는 식사를 한 손님에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만족감과 더불어 다음 계절에 다시 들르고 싶은 호기심과 기대가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기계적으로 외운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닌, 마음을 다한 환대(hospitality)를 경험한다는 게 이런 것일까?

• 키워드: 프렌치 비스트로
• 분위기: Cozy, Casual, Local
• 참고: 카운터 자리도 있어 싱글 다이닝을 즐기기에 편안한 분위기. 예약은 필수. 단골과 단골 소개 없이는 예약이 쉽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머무는 숙소와 전화번호, 심지어 직업까지 알려줘야 함. 영어 가능. 길고 긴 와인 리스트를 보여주기보다 주문한 음식에 맞춰 스태프가 내추럴 와인 페어링을 제안한다.
• 예산: ¥6,000 ~
• 영업 시간: (Dinner only) 17:00-24:00, 화요일-일요일
• 주소: Sea Berth Nishiogi 1F, Nishiogiminami 2-19-12, Suginami, Tokyo
• 추천: 도쿄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동네 맛집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 지역(local) 재료와 제철 재료에 관심 있는 사람, 일본 와인을 포함한 내추럴 와인 페어링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오르간 다이닝의 정수를 묻다

Editor's Comment
오르간이 추구하는 다이닝의 정수를 최빈 저자가 오르간의 오스미 사요코 셰프에게 물었습니다. 

최빈(이하 생략): 오르간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오스미 사요코(이하 생략): 내추럴 와인입니다. 맛은 물론 생산자의 포도주 양조에 대한 견해나 라이프 스타일에 공감하며 신중히 선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생산자를 직접 만나러 가기도 하고, 생산자가 오르간에 오기도 하며 관계를 쌓고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을 중심으로 거기에 아이디어를 더해 오르간의 요리들이 탄생합니다. 시음을 거듭하여 와인의 특징을 충분히 파악하고, 어떤 재료가 맞는지 찾아냅니다. 이렇게 고안한 요리를 통해 페어링을 완성합니다.

오르간 요리의 특징을 말씀해주세요.

내추럴 와인에는 첨가물을 거의 넣지 않듯, 오르간의 요리도 그러합니다. 가능한, 오르간 내에서 모든 요리의 재료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직원을 가르치는 것은 힘들지만, 그만큼 손님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자신 있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빵과 조미료, 샐러드 드레싱, 메인 소스를 비롯해 샤퀴테리(Charcuterie)*, 파이, 파스타, 디저트, 아이스크림 등 대부분 메뉴를 오르간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 돼지고기를 염장하고 건조해 가공 숙성한 육가공품. 갈리아 시대에 고기를 보존하기 위해 당시 진귀했던 소금을 사용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초리소, 하몽, 파테, 베이컨, 살라미, 테린, 리예뜨 등이 샤퀴테리 카테고리에 속하며, 최근에는 야채 테린 혹은 문어 테린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샤퀴테리도 인기가 높다.


오르간은 손님 테이블에서 완성되는 요리가 많습니다. 고객 앞에서 샐러드나 고기 요리, 디저트를 마무리하면서 재료 본연의 향과 현장감을 동시에 연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봄에는 벚꽃 나무에 훈연하여 고기를 구워 향을 즐길 수 있도록 연출하였는데, 매우 호평을 받았습니다.


오르간의 자매 레스토랑으로 우구이스(uguisu)가 있습니다. 둘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우구이스는 12년 전, 오르간은 6년 전에 오픈했습니다. 오너 셰프인 콘노 마코토는 오르간에 있습니다. 우구이스는 콘노의 부인이 서비스를 담당하고 요리는 콘노가 신뢰하는 셰프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우구이스와 오르간 모두 콘노의 내추럴 와인에 대한 애정에서 요리가 완성되고 있습니다.

 

오르간이 지키고 싶은 신념이 있다면?

 

'내추럴 와인이 있어 완성되는 요리'와 '생산자를 소중히 대하는 자세'입니다. 내추럴 와인 생산자가 오르간에 와서 개최하는 이벤트가 1년에 여러 번 있고, 그때마다 와인에 맞는 풀코스 요리를 고안합니다. 이벤트가 쌓이면서 참여하는 고객은 물론 생산자들도 감동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르간에서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었다면 언제인가요?

 

앞서 말한 내추럴 와인 생산자 이벤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생산자가 일본에 방문할 때, 생산자 본인과 그 와인의 팬들이 같은 공간에서 와인을 위해 만들어진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었습니다. 와인 생산자, 요리사, 고객 모두에게 기쁜 순간이라 인상적이었습니다.

Path (패스)

패스는 하이엔드 프렌치 가스트로미(Gastronomie)* 퀴진 '미셸 트롸그로(Michel Troisgros)'**에서 경력을 쌓은 하라 타이치(Hara Taichi) 셰프, 페이스트리 셰프 고토 유이치(Goto Yuichi)가 이끄는 비스트로다. 도쿄 중심에 위치한 요요기 공원 근처에 자리하고 있고, 요요기 하치만 역과 가깝다.

* 먹는 것에 관한 막대한 지식, 기술의 집적에 머무르지 않고, 미적 가치의 추구와 지적인 가치관과 세련됨을 추구한 유별난 프랑스적인 식(食)문화

** 프랑스 Ouches에는 1968년 문을 열었다. 미쉐린 가이드에서 3개의 별을 받았으며 하얏트 리젠시 도쿄에 분점이 하나 있다.

커다란 간판을 대신하는 캘리그라피가 돋보이는 패스의 문 ©최빈

이른 아침에는 아침 식사와 브런치를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계절 재료로 만든 테이스팅 코스와 팬 프라이드 아스파라거스, 홍합 소스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이끌어낸 다양한 단품 요리, 그리고 내추럴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페이스트리 파트와 키친 파트가 공존하는 패스의 오픈 키친 ©최빈

대표적인 브런치 메뉴는 짭조름한 프로슈토와 크리미한 버팔로 치즈가 올라간 더치 팬케이크, 홈메이드 햄, 카망베르 치즈 샌드위치로, 오픈 키친을 바라보며 카운터에 앉아 즐길 수 있다. 혼자 혹은 여럿이어도 편안한 이곳에서는 요요기 하치만 지역의 조용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카망베르 치즈, 홈메이드 햄 사워도우 샌드위치 ©최빈

패스와 한 동네에 있는 노르웨이 카페 푸글렌(Fuglen)의 커피와 리틀 냅(Little Nap)의 커피를 골라 마실 수 있다. 교토 지방 브루어리에서 만든 맥주 '이치고 이치에(ICHIGO ICHIE)'와 사케 그리고 진 토닉, 내추럴 시드르*, 홈메이드 레모네이드, 홈메이드 주스 등 음료 선택의 즐거움도 있다. 

*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스파클링 알콜 음료

오직 핸드 드립으로 내려주는 커피, 매실 잼이 들어있는 매실 크럼블 머핀, 카눌레, 피낭시에 ©최빈

키워드: 비스트로, 내추럴 와인, 브런치
분위기: Cozy, Casual, Local
참고: 저녁시간에만 예약을 받으며, 크로와상, 마들렌, 카눌레 등 바쁜 아침에 테이크 아웃할 수 있는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예산: 브런치 ¥2,000 ~ / 디너 ¥6,000 ~
영업 시간: 8:00-14:00, 18:00-24:00 화요일-일요일(월요일 휴무), 영어 가능
주소 : 1−44−2 A-FLAT, Tomigaya, Shibuya-ku, Tokyo
추천: 빵과 커피, 디저트와 드링크 메뉴, 와인 리스트 등 어느 것 하나 뒤지는 게 없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보다 한 곳에서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캐주얼 다이닝을 즐기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추천한다.

Le Cabaret (르 카바렛)

르 카바렛의 첫인상은 어느 동네나 있을 법한 평범한 비스트로처럼 보이는 외관이다. 어둑어둑한 실내에 들어서면, 츠보타 야스히로(Tsubota Yasuhiro) 소믈리에가 말을 건다.

몇 명? 잔으로 마실 거야, 병으로 마실 거야?  뭐 먹을 거야? 마시기만 할 거야? 드라이하고 프루티 한 거 좋아하니?

이런 질문을 예상했다면 뻔한 선입견이 있는 한국인일까? 별다른 질문 없이 내어주는 와인만큼이나 내추럴 와인에 대한 생각도 예상보다 단순했다. 성실함과 심플함 그리고 자연과 전통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는, 와인 메이커의 철학에 따라 포도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자연과 시간에 맡겨 맛을 내는 내추럴 와인과 닮았다.

프랑스어로 '자유로운'이라는 뜻의 'LIBRE'가 눈에 띄는 르 카바렛 내부 ©최빈

그래서인지 내추럴 와인을 대하는 태도도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선입견이 없는 젊은 일본인 사이에서 내추럴 와인 시장이 꾸준히 관심을 받으며 커지고 있다고 한다.

단골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밤의 르 카바렛 ©최빈

10년 전 도쿄에선 처음으로 롯폰기에 내추럴 와인 바를 오픈한 소믈리에 츠보타 야스히로에게서 도쿄 내추럴 와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긍지가 느껴졌다. 가게 내부 곳곳과 와인 병에 내추럴 와인 메이커들의 사인으로 가득한 르 카바렛을 둘러보면, 도쿄의 내추럴 와인 신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르 카바렛을 방문한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의 흔적 ©최빈

메뉴판 대신 보드에 적은 그날의 메뉴가 있다. 프렌치 영향을 받은 리에트와 프레시 오이스터 등 음식을 선택하면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을 마실 수 있다.

 

르 카바렛을 다시 방문하면 전에 마신 와인을 또 마시기보다 갈 때마다 다른 와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스타 셰프가 옆에 앉는 것은 예상치 않은 선물일지도.

키워드: 프렌치 비스트로
분위기: Cozy, Casual
예산: ¥3,000 ~
주소: Motoyoyogi Leaf #1F 8-8 Motoyoyogicho Shibuya-ku, Tokyo
영업 시간: 18:00-24:00 화요일-일요일, 영어 가능
추천: 레스토랑 별점에 개의치 않는 사람, 소믈리에의 추천대로 내추럴 와인을 즐기고 싶은 사람, 스타 셰프의 아지트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서울의 내추럴 와인을 묻다

Editor's Comment
한국 소믈리에 대회 연속 1위, 최초 2회 우승한 바 있는 이승훈 소믈리에에게 최빈 저자가 서울 내추럴 와인에 관해 물었습니다.  

최빈(이하 생략): 소믈리에이자 내추럴 와인을 수입하는 수입사 대표로서 도쿄의 내추럴 와인에 대한 인상을 말씀해 주세요.

 

이승훈(이하 생략): 일본의 내추럴 와인 마니아들은 전 세계 내추럴 와인 생산자의 새로운 와인에 열광합니다. 일본인 특유의 마니아 분위기가 풍기는 와인바에서 매일매일 내추럴 와인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하는 삶을 살아가는 듯싶습니다. 

오모테산도 식료품점의 내추럴 와인 섹션 ©최빈

도쿄는 파인 다이닝은 물론 전통 깊은 튀김집이나 츠키지 시장, 동네의 작은 비스트로에서도 내추럴 와인을 접할 수 있는데요. 일본에서 제조된 와인도 쉽게 눈에 띄고요. 내추럴 와인이 단지 트렌드이기보다는 일종의 라이프스타일처럼 느껴집니다. 2017년 현재 서울의 내추럴 와인은 어떤가요? 

 

서울에서는 내추럴 와인을 즐긴다는 게 모험과 같은 이색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습니다. 또 내추럴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기도 하고요. 내추럴 와인을 메인 컨셉으로 정한 와인바나 수입사들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시간이 지나면 서울도 트렌드가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정착될 것입니다. 

 

서울에서 내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추천해 주신다면, 어디가 있을까요? 

제로 컴플렉스, 정식 바, 플랫엠, 이촌 바, 루이쌍끄, 수마린, 라피네, 까사델비노, 서울다이닝, 밍글스, 스와니예, 최근에 생긴 쿠쫄로 테라짜와 빅 라이츠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팁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일반 와인과 내추럴 와인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다만 내추럴 와인은 이산화황(SO2) 사용이 양조 과정에서 제한되어 있습니다. 병 숙성이 되는 과정에서 와인 제조자도 예측하기 어렵게 진행되기도 합니다. 병마다 약간씩 다른 뉘앙스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가령 화장실 가기 전과 다녀온 후에 글라스 와인의 맛이 달라지는 등 재미가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을 하나의 생물로 생각하고 편하게 즐기면 좋겠습니다. 

* 최빈 저자가 추천하는 내추럴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곳: 제로 컴플렉스
이충후 셰프가 오너 세프인 네오 프렌치 레스토랑. 프랑스인 소믈리에 클레멍이 제안하는 내추럴 와인은 제로 컴플렉스의 요리 하나하나에 맛과 향을 더하는 소스처럼 느껴진다. 신선한 냉장고를 연상시키는 미니멀한 인테리어, 박미영 농부가 기르는 미영농장의 특수 채소와 허브로 만들어지는 이곳의 요리는 서울의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