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DOTZ
Editor's Comment
'오감만족(五感滿足) 동경식당(東京食堂)'은 도쿄에서 제철 재료를 존중하는 태도와 각자가 추구하는 정서적 가치를 느끼고자 찾아간 곳들의 이야기입니다. 레스토랑 DOTZ의 최빈 아트 디렉터와 현상욱 헤드 셰프가 오감으로 느낀 그 이야기를 사진과 글 그리고 영상만으로 푸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감을 최대한 열고, 특히 사진에 주목하여 보면 더 좋은 콘텐츠입니다. 사진은 PC의 경우 '클릭', 모바일 기기의 경우 '터치'하면 확대하여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여느 콘텐츠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 귀한 리스트가 담긴 지도를 들고 직접 도쿄에 가는 것이겠죠. 두 저자가 직접 방문했거나 다른 셰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추천받은 식당들은 구글 지도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도 보기]
한남동 골목에 위치한 DOTZ에서는 김치볶음밥과 가츠 산도(Katzu Sando)를 판다. 저녁에는 타이푼 쉘터 소프트 크랩(Typhoon Shelter Soft Crab)과 같은 본격적인 다이닝 레스토랑 메뉴도 있다. 기본에 충실한 커피, 먹기 전이나 먹은 후에나 눈이 번쩍 뜨이는 디저트도 막 시작했다. 오픈한 지 2주 만에 손님들은 DOTZ에 '핫 플레이스'라는 라벨을 붙였지만, 우리는 그게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
DOTZ는 카테고리로 묶자면 '아시안 캐주얼 다이닝'이라고 할 수 있다. 배고픈 사람은 밥을 먹고, 커피가 필요한 사람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여럿이 모여 내추럴 와인을 마실 수 있고, 온전히 나만의 속도로 혼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현재 서울 외식 업계에서 자주 보이는 맛집 편집 매장이나 트렌드에 맞춰 자가 복제되며 빠르게 소비되는 공간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DO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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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五感滿足) 동경식당(東京食堂)'은 도쿄에서 제철 재료를 존중하는 태도와 각자가 추구하는 정서적 가치를 느끼고자 찾아간 곳들의 이야기입니다. 레스토랑 DOTZ의 최빈 아트 디렉터와 현상욱 헤드 셰프가 오감으로 느낀 그 이야기를 사진과 글 그리고 영상만으로 푸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감을 최대한 열고, 특히 사진에 주목하여 보면 더 좋은 콘텐츠입니다. 사진은 PC의 경우 '클릭', 모바일 기기의 경우 '터치'하면 확대하여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여느 콘텐츠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 귀한 리스트가 담긴 지도를 들고 직접 도쿄에 가는 것이겠죠. 두 저자가 직접 방문했거나 다른 셰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추천받은 식당들은 구글 지도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도 보기]
한남동 골목에 위치한 DOTZ에서는 김치볶음밥과 가츠 산도(Katzu Sando)를 판다. 저녁에는 타이푼 쉘터 소프트 크랩(Typhoon Shelter Soft Crab)과 같은 본격적인 다이닝 레스토랑 메뉴도 있다. 기본에 충실한 커피, 먹기 전이나 먹은 후에나 눈이 번쩍 뜨이는 디저트도 막 시작했다. 오픈한 지 2주 만에 손님들은 DOTZ에 '핫 플레이스'라는 라벨을 붙였지만, 우리는 그게 비정상이라고 생각했다.
DOTZ는 카테고리로 묶자면 '아시안 캐주얼 다이닝'이라고 할 수 있다. 배고픈 사람은 밥을 먹고, 커피가 필요한 사람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여럿이 모여 내추럴 와인을 마실 수 있고, 온전히 나만의 속도로 혼밥도 할 수 있다. 하지만 2017년 현재 서울 외식 업계에서 자주 보이는 맛집 편집 매장이나 트렌드에 맞춰 자가 복제되며 빠르게 소비되는 공간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DOTZ는 우리만 알고 싶은 감각 있는 인테리어 팀과 젊고 재능 있는 셰프들, 바리스타, 페이스트리 셰프(Pastry Chef), 이 모든 걸 서비스하는 홀 서비스팀이 동등하게 공존하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공간으로 출발했다. 매장 중문에 있는 네 개의 손잡이가 DOTZ를 구성하는 팀을 의미한다. 그리고 눈에 띄는 간판은 없지만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의 글로브 펜던트 조명 네 개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Here is where we meet
2017년 3월, DOTZ의 오픈 소식을 전할 때 존 버거(John Peter Berger)의 'Here is where we meet'을 인용해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갈 여정의 시작을 대신하였다. DOTZ는 팀원들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메뉴 구성부터 사소한 것까지 상의하고 조율하며 부족한 걸 채워 나가는 중이다. 가드닝에 비유하자면 땅에 구근을 심은 상태라고나 할까. 어떤 구근일지는 꽃이 피어 봐야 아는 상태고, 언제 꽃이 활짝 필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필요할 때 물을 주고, 적당히 무심하게 내버려 두기도 한다.
정서적 가치와 만나는 여정의 기록
긴 장마가 지난 후 싱거워진 로메인과 매일 한 뼘씩 쑥쑥 자라는 민트와 바질, 벌레들에게 인기가 많아 구멍이 숭숭 난 루꼴라, 레디쉬 등을 솎아 샐러드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딜과 펜넬의 꽃이 얼마나 비슷하게 생겼고, 어떻게 다른 맛인지, 이 계절에는 어떤 식재료가 서로 어울리는 짝꿍인지, 땅끝 마을에서 올라온 방사유정란의 노른자가 얼마나 진한 오렌지 빛인지, 제주도 숲에서 자란 표고버섯의 향이 얼마나 그득한지 오감으로 느끼는 일도 좋다. 모두 식재료에 민감한 근무 환경과 우리집 뒤뜰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도심 속 일상에서 자연을 느끼기에 가장 가까운 거리는 식탁 위가 아닐까. 디자이너 일세 크로우포드(Ilse Crawford)는 "일상이 기념할 만한 즐거움이 되고, 관심과 돌봄이야말로 평범한 것이 특별해지는 정서적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힘"이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도쿄는 정서적 가치가 큰 도시이다. 동시에 도쿄는 미쉐린(Michelin Guide) 별을 받은 식당이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도시다. 전 세계 스타 셰프들의 분점도 많다. 인생 식당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도시로도 설명되곤 한다. 하지만 '오감만족(五感滿足) 동경식당(東京食堂)'에 담고자 하는 것은, 제철 재료를 존중하는 태도와 그곳의 식탁에서 느낀 '정서적 가치'에 관한 이야기다.
현상욱 셰프가 말하는 맛의 천국,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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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DOTZ의 현상욱 헤드 셰프는 최빈 저자와 함께 도쿄를 방문하고, 인상적인 식당에 관해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각 코멘트는 이어지는 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학생 때 처음 만난 도쿄는 맛의 천국이었다. 여행책으로 배운 맛집들부터 일본 드라마 <밤비노>를 감수한 셰프의 레스토랑, 내 마음속 소울푸드가 된 오야꼬동, 하라주쿠의 크레페까지. 첫 도쿄 여행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찾은 도쿄는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나도 평범한 복학생에서 DOTZ라는 한 공간의 주방을 책임지는 셰프가 되었다.
요리사로서 경험한 뉴욕과 멕시코, 멜버른과 시드니, 홍콩 그리고 서울에서 만난 식당과 요리사 중 많은 이들이 일본 요리 문화에 빠져있었다. 뉴욕의 최고급 스시야부터 멕시코 시골 마을에서 만난 돈부리까지, 매일 항공편으로 공수되는 일본의 해산물부터 슈퍼마켓의 기꼬망 간장까지도 말이다. 특히 일본은 모두가 가지고 싶어 할 정도로 칼과 조리 도구부터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들의 제품을 최고로 만들었다.
반면 최근 몇 년간 나는 직관적인 맛이 뛰어난 중국 요리,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요리에 빠져 있었다. 일본은 예외였다. 간장과 다시로 만드는 일본의 맛에 좀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 두 번의 도쿄 여행을 거치며 다른 생각과 경험을 했다.
도쿄의 다이닝은 멋지다. 전통을 지켜오는 사람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공존한다. 카레와 덴뿌라가 그렇듯 외부의 것을 받아들여 다시 그들만의 방식으로 만든다. 각 지역의 농부들과 깊은 유대감을 공유하는 셰프들이 함께 다이닝 문화를 만들어간다. 무엇보다 그들이 각자의 일에서 개개인의 철학과 최선을 다해 만들어낸 가치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선순환이 있다.
그 멋진 도쿄를 최빈 저자와 따로 또 같이 느끼며 다녀왔다. 오감이 즐거운, 그래서 또 가고 싶고 마음속에 깊이 남는 '오감만족 동경식당'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