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내다 슬럼프에 빠지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설사 다른 사람들이 말려도, 모질게 비난을 받아도 내 방식을 변경한 일은 없었다. 그런 사람이 누구를 향해서 무엇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인가?

 

-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나이로비의 카사리니에서 패트릭 가족은 케냐에 처음 온 나를 4주 동안 가족의 일원으로 대해주고 보살펴 주었다. 방 하나를 통째로 쓰게 해 주었고, 매 끼니를 챙겨 주었다. 너무 감사했다.

 

이텐에서 만난 사람들 모두 달리기와 삶을 진솔하게, 또 겸허히 여기며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세계적인 코치 브로콤은 아무 연락도 없이 찾아온 나를 환영해 주었고, 인터뷰 요청도 기꺼이 수락했다.

 

마라톤 국가 대표 선수들과 코치들은 세계 선수권 대회 준비 중에도 내가 같이 뛰는 것을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텐 마라토너의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준 댄, 수도승 같이 달리기 훈련에 임하는 삶을 보여준 레이도 너무나 고마웠다.

 

이텐에서 만난 마라토너들, 딜란, 자밀 그리고 나이로비에서 나를 보살펴 준 패트릭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원 공부를 마무리해야 했고, 샌프란시스코에는 어머니와 이모네 가족이 휴가를 함께 보내기 위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케냐를 떠났다.

 

내가 샌프란시스코로 올 때, 케냐 마라톤 대표 선수들은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참가를 위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다. 아쉽게도 남자 대표 선수들은 더운 날씨에 레이스를 완주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여자 대표 선수 중 헬라는 2:27:36의 기록으로 1등과 1초 차이로 아쉽게 은메달을 수상했다. 에드나는 2:28:18의 기록으로 5등을 하였다.

하루빨리 그들처럼 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