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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케냐 이텐으로 가다

케냐 이텐으로 가다

카사라니에서의 생활

패트릭의 집이 있던 카사라니에서의 생활은 이텐에서 겪은 경험과 인터뷰가 길어서 최대한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혹시라도 나이로비나 카사라니에서의 생활에 대해 궁금한 독자 여러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질문하길 바란다.

카사라니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태양광 전문 회사에 직접 나가고, 남은 4일 동안은 재택근무를 했다. 회사에서 주로 컴퓨터로 하는 데이터 분석 업무를 요구하였기에 이렇게 협의할 수 있었다.

 

패트릭의 집에서 보낸 시간은 미국 기숙사 생활보다 풍족하고 편안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패트릭의 집은 케냐에서 꽤나 부유한 층에 속했다. 이층 집은 방이 전부 6개였고, 작은 풋살 게임을 할 수 있는 마당이 있었다.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 두 분과 경비까지 있었다. 매일 아침 신선한 우유를 선물해 주던 암소도 6마리나 있어서, 그 날 생산된 신선한 우유를 물, 생강, 찻잎들과 같이 끓인 '케냐 밀크티'를 즐겨 마실 수 있었다.

 

패트릭은 경제, 철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고 수백 권이 넘는 책을 읽었으며,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다. 음식에 대해서는 마치 전문 요리사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아쉽게도 패트릭은 단거리 달리기만 좋아했고, 담배를 많이 피운 탓인지 10분도 달리지 못했다(모든 케냐인이 다 잘 뛰는 건 아니었다).

 

패트릭에게는 5살짜리 어린 남자 동생 존이 있었다.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장난치기를 좋아했던 녀석과는 자주 무술 싸움을 하는 척하면서 신나게 놀곤 했다.

 

그렇게 카사라니에 지내면서 같이 달리기 훈련을 할 사람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던 찰나, 그때 만난 사람이 바로 대니얼 완요이케(Daniel Wanyoike)였다.

태권도 선수 대니얼과 함께 천천히 달리다

케냐에 가기로 마음먹고 난 후, 나를 도와주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중에서 대니얼을 만난 일은 큰 행운이었다.

 

패트릭의 집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파인애플, 망고, 파파야 등을 파는 과일 가게가 있었다. 열대 과일을 좋아하는 나는 매일 신선한 과일을 사 오곤 했다. 카사라니에 도착한 지 일주일이 되던 날에도 아침 조깅을 마치고 파인애플 과즙을 상상하며 과일을 사러 가는 중이었는데, 대한민국 국기가 등에 그려진 운동복을 입은 현지인이 내 앞을 천천히 달리며 지나갔다.

 

케냐에서 발견한 태극기가 반가웠던 나는 그를 따라가 옆에서 뛰면서 말을 걸었고, 그는 나를 바라보고는 45도로 인사를 건넸다. 대니얼은 건너 마을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던 태권도 사범이자 선수였다. 태권도 훈련을 위해 매일 아침 조깅을 했다.

 

카사라니에서 같이 달릴 파트너를 찾지 못했던 나는 괜찮다면 같이 뛰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대니얼도 마침 아침에 혼자 뛰던 참이었다며 흔쾌히 동의를 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대니얼과 같이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고 난 후에는 스트레칭을 함께 하면서 태권도, 달리기, 한국, 케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대니얼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 케냐 대표로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자신은 이미 나이가 많은 편이고 젊고 뛰어난 선수도 많지만, 최선을 다해서 도전해보려 한다고 했다. 대니얼의 눈빛에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 목표에 대한 기대, 두려움, 희망 같은 높낮이가 큰 감정보다는 '평정심'이 담겨 있었다. 결과를 미리 걱정하고 생각하기보다는, 지금 해야 할 조그마한 과정들을 담담하게 해 나가는 모습에서 지혜와 연륜이 느껴졌다.

천천히 훈련하고
무리하지 않을 것
나는 대니얼에게 달리기 선수가 되고 싶어서 세계 최고에게 배우러 왔다는 이야기를 전했고, 대니얼은 나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해 주었다. 다만 나에게 '천천히 훈련할 것'을 권했다. 당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던 대니얼은 이제 막 태권도 수련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쉽게 범하는 실수를 달리기와 연관 지어 알려주었다.

 

대니얼은 태권도나 달리기를 할 때, '무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였다. 자신이 태권도를 시작하였을 때, 함께 했던 친구들 중 많은 이들이 시작할 때 지녔던 큰 열정만 가지고 무리한 훈련을 이어가다가 번아웃과 부상 등으로 1년도 채 안 되어 운동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현재 운영 중인 도장에서도 어려운 발차기를 더욱 빨리하고, 힘을 키우고, 유연해지고 싶어서 몸에 버거운 훈련만 하는 학생들이 있다고도 했다. 그들에게 꾸준히, 천천히, 매일매일 하는 방법 말고는 원하는 기량을 얻기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실제로 이해하는 학생이 많지 않아 아쉽다고 하였다.

몸이 훈련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해요. 훈련을 한 뒤 몸은 회복의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데 많은 경우 훈련만 계속하고, 몸에 필요한 회복의 시간을 주지 않으니 결국 몸이 버텨내지 못하는 거예요. 임산부가 아이를 9개월보다 짧은 시간 안에 낳고 싶다고 해서 그게 가능할까요? 아이가 자라나는 데에는 그에 맞는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렇게 대니얼은 '쉼'의 중요성과, '성장'에는 그에 합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우연히 만난 대니얼은 그 당시 나에게 딱 필요한 스승이었다. 대니얼을 만나기 전의 나 역시 조급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텐에 가기 전에 더 많은 훈련량을 쌓으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대니얼은 천천히 뛰는 것을 아침 조깅의 철칙으로 삼았다. 우리는 평균 40분, 길게는 1시간 20분을 매일 아침에 뛰었는데, 아무리 빨라도 5min/km*보다 빠르게 뛴 적이 없었다. 빨리 뛰어서 스피드를 올리거나 긴 거리를 뛰어서 지구력을 키우려는 목적이 아닌, 몸의 근육들이 산소를 활용하는 기본 능력을 향상하는 게 목적이었다.

* 달리기 속도를 표현할 때 쓰는 방식으로, 5min/km는 1km를 5분에 뛰는 속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마라톤을 2시간 6분대에 뛰려면, 적어도 3min/km 속도로 뛰어야 한다.

 

대니얼과 뛰면서 덤으로 카사라니 동네 주변의 기찻길, 풀밭, 큰 길가 등을 알게 되었다. 달리기 후에는 경치가 좋은 언덕 위로 올라갔다. 거기서 대니얼이 태권도 훈련을 위해 하던 유연성 스트레칭을 따라 하며 종아리, 허벅지, 어깨, 등 근육을 천천히 점검하는 법도 배웠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매일 아침 천천히 달리기와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면서 케냐에 오기 전까지 무리한 훈련을 해 온 나의 몸에 맞는 적당한 훈련을 하는 동시에 휴식 시간도 줄 수 있었다. 카사라니 같이 약 1,800m의 고지대에서 뛰는 일도 처음이었기에, 무리해서 뛰지 않는 것은 고지대 적응에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무리하지 않음'과 '쉼'의 중요성을 익히며 이텐 생활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갔다.

최근 마을 이장 선거에 나간 대니얼 ©Daniel Wanyoike

이텐(Iten), 챔피언들의 고향

이텐으로 떠나는 날 아침 6시. 패트릭의 어머니, 동생 존, 그리고 집안일을 도와주는 왐부이와는 전날 밤 이미 작별 인사를 마친 상태였다. 매일 늦잠 자기를 좋아하는 패트릭은 고맙게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이로비 터미널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그곳에는 케냐 전역으로 가는 수많은 버스와 '마타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 봉고차 크기의 케냐 대중교통. 보통 운전하는 기사 한 명과 돈을 받는 안내원 한 명이 운영하며, 모든 지역마다 있다. 마타투 외에 다른 이동수단으로는 일반 택시와 오토바이 택시인 '보다보다'가 있다.

 

카사라니에서 이텐으로 바로 가는 마타투가 없어서 이텐과 가까운 도시 엘도렛으로 가는 마타투를 찾았다. 내 자리를 예약하고, 다가올 4주간의 살림을 담은 짐가방을 트렁크에 실었다. 엘도렛 터미널에는 이텐에서 살면서 훈련하는 마라톤 선수 댄이 마중 나와줄 터였다.

 

출발까지는 40여 분이 남아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차를 파는 조그마한 가게가 있었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달달한 케냐 차 한 잔(한화로 약 150원)과 빵 한 조각(한화로 약 100원)을 주문하였다. 고지대인 나이로비의 아침과 저녁은 쌀쌀했다.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몸을 녹이니 그제야 내가 정말 케냐에 와 있고, 이텐으로 간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컴퓨터 모니터로 보면서 상상만 했던 곳에 오늘 오후에 도착한다니. 두근거렸다.

카사라니에서 이텐까지 ©Google Map마타투가 이동하는 데 걸린 6시간도 길게 느껴지지 않았고, 엘도렛에 도착하여 댄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는 몇 달 전부터 페이스북으로 연락하면서 서로의 신상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알아보는 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날 엘도렛 터미널에 아시아인은 아마 나 혼자였을 것이다.

 

댄과 같이 점심을 먹고, 우리는 이텐으로 향하는 마타투에 몸을 실었다. 이텐까지 대략 50분이 소요된다고 했다. 엘도렛에서 이텐까지 가는 마타투는 계속 고지대로 올라갔다. 건물은 갈수록 없어지고, 옥수수밭만 보였다. 이텐에 관한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케냐 선수들이 조깅을 하는 빨간 흙길이 아스팔트 도로 양옆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과 가볍게 저녁 조깅을 하는 케냐 마라톤 선수들이 보였다. 드디어 이텐에 온 것이다.

이텐의 시작과 끝 지점에 있는 게이트. '챔피언들의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한다(Welcome to Iten, home of champions)'는 말이 새겨져 있다. ©김성우

마타투에서 내려 댄이 사는 집으로 향했다. 곧장 뛰러 나가고 싶었지만, 종일 여행한 피로가 있었기에 일단 쉬기로 했다. 마타투에서 내린 큰길에서 댄의 집까지는 5분 정도가 걸렸다. 가는 길에 따뜻한 차와 음식을 파는 조그마한 상점들과 달걀, 우유, 우갈리(Ugali)*를 만들 수 있는 마른 옥수수가루를 파는 상점들이 보였다. 어린아이들은 엄마 다리 품을 껴안으며 나를 보곤 수줍게 웃었다. "무중구(Muzungu)!"라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 아이들도 있었다.

* 햇볕에 말린 옥수수를 갈아 물에 섞어 끓이면서 익을 때까지 저어준다. 완성된 우갈리는 손으로 떼어먹는다. 케냐인들이 거의 식사 때마다 먹는, 한국으로 치면 밥 같은 음식으로 볼 수 있다.

 

무중구는 케냐어로 '외국인'이라는 뜻이다. 케냐인들은 친분이 없는 외국인, 특히 백인을 부를 때 '무중구'라고 부른다. 나이로비나 이텐에서 달리기를 하며 지나가면 어린아이들이 "무중구! 무중구!"라고 하면서 쫓아오곤 했었다. 가끔 이소룡 같은 소리 -이야하오우아!-를 내면서 손을 위아래로 휘저으며 놀라게 하면, 아이들은 "으아" 소리를 지르며 웃으면서 도망갔었다.

 

댄이 사는 집은 부엌, 마루, 방 하나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한국의 웬만한 원룸 크기였다. 이러한 집이 10채 정도 쭉 늘어서서 하나의 작은 동네를 이루었다. 동네 사람들이 같이 쓰는 화장실은 동네 마당에 있었다. 물은 지하수를 펌프로 끌어올려서 썼는데, 펌프는 화장실 앞에 있었다.

댄이 사는 집 외부 전경 ©김성우댄이 사는 집 주변 풍경 ©김성우댄은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제레미아와 살면서 한 달에 약 4,000케냐실링(한화로 약 4만 원)을 내고 있다고 했다. 물가가 워낙 비싼 한국에 비하면 싼 가격이지만, 케냐인들 한 달 월급이 보통 20,000~30,000케냐실링(한화로 약 20~30만 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그들에게 그리 싼 가격은 아니었다.댄의 집 거실 ©김성우이곳에 오기 전 댄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나는 함께 살면서 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냈다. 보답으로 월세와 식비를 감당하겠다는 나의 제안을 댄이 고맙다는 말로 받아들였다.

 

댄은 나무로 만든 오래된 일인용 침대 하나가 있는 방을 나에게 쓰라고 했다. 4주 동안 손님으로 머물 입장이어서 소파도 괜찮다며 한사코 거절하였으나, 그렇게 되면 댄은 본인의 마음이 불편할 거라고 말했다. 결국 나는 댄의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했고 유일한 침실을 쓰게 되었다.

댄이 사는 집 침실 ©김성우댄이 사는 집 화장실 ©김성우

저녁 시간이 되자 댄의 여자친구 다비가 와서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석탄에 종이로 불을 지피고, 불이 붙을 때까지 바람을 직접 불어주는 수작업이 필요했다.

 

다비는 오늘 밭에서 따온 채소들과 토마토, 양파를 잘게 썰어서 볶은 수쿠마 위키와 우갈리를 해 주었다.* 패트릭의 집에 있을 때도 많이 먹어본 수쿠마 위키는 케냐, 탄자니아 등 많은 동아프리카 국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스와힐리어로 '한 주를 힘차게 보낼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 관련 영상: < 우갈리, 수쿠마 위키 조리 영상 >

 

케냐인들의 주식 요리가 다행히 나의 입맛에도 잘 맞았다. 우갈리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고, 수쿠마 위키는 채소들이 너무 신선해서 계속 손이 갔다.

 

케냐 마라톤 선수들도 수쿠마 위키와 우갈리를 주식으로 먹는다. 외국 기자들이 "케냐 마라톤 비결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수쿠마 위키와 우갈리."라고 답할 정도였다. 실제로 케냐 마라톤 선수들은 대회 참가를 위해 국외로 갈 때마다 우갈리 재료를 가지고 가서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거실에서 우갈리와 달걀과 토마토 볶음을 저녁으로 먹고 있는 댄 ©김성우

우갈리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었다. 상점에서 파는 우갈리 재료는 옥수수 껍질 등 하얗지 않은 부분을 모두 걸러내서인지, 어떤 선수들은 상점에서 파는 우갈리 재료를 가짜라고 하면서 먹지 않았다.

 

제레미아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직접 옥수수를 갈아서 보내주는 갈색의 진짜 우갈리를 먹으며 의대 준비를 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텐에 살면서 하얀 우갈리와 갈색 우갈리를 모두 맛보았는데, 갈색 우갈리가 더 고소하고, 깊은 맛도 풍부했다. 한국으로 치면 흰쌀밥과 현미밥의 차이로 볼 수 있다.

 

댄과 나는 밥을 먹으면서 앞으로 어떤 훈련을 할지 간단히 이야기했다. 이텐에 사는 선수들은 각자 실력에 맞는 여러 그룹에 속해서 훈련했다. 유명한 이탈리아 코치 레나토 카노바(Renato Canova)가 이끄는 그룹, 이제 막 새로 코칭 커리어를 시작한 케냐인이 이끄는 그룹, 네덜란드의 휴고(Hugo) 코치가 이끄는 그룹 등 많은 그룹이 있었다.

코치 없이 실력이 맞는 선수끼리 모여서 훈련하는 경우도 많았다. 댄도 그렇게 훈련하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놀라운 것은 댄이 속한 그룹 중 남자 선수 대부분이 댄과 같은 풀 마라톤 2시간 15분대의 선수들이었고, 여자 선수는 2시간 30분대의 선수들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그룹들은 그들만의 집합 장소가 있었다. 그 장소는 훈련에 따라 달랐다. 예를 들면 아침 조깅을 하는 집합 장소와 장거리주 혹은 파트랙(Fartlek)* 훈련을 하는 집합 장소가 달랐다. 댄에게 윌슨 킵상**이 훈련하는 집합 장소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물론 알고 있다고 했다. 같이 가서 윌슨과 뛸 수 있냐고 묻자, 댄은 웃으면서 말했다.

* 스웨덴어로 '빠르게 뛰는 놀이'를 뜻한다. 말이 '놀이'이지, X분 질주, Y분 쉼을 반복하는 고강도 훈련이다. 예를 들어, '1분 질주 + 1분 쉼'을 30번 하면서 1시간 동안 고강도 달리기와 회복을 반복한다. [(2분 질주 + 1분 쉼) x 20번], [(3분 질주 + 1분 쉼) x 15번] 등을 하기도 한다.

** 현재(2017.9 기준) 2:03:23의 기록으로 마라톤 세계 2위 기록을 갖고 있는 세계적 마라톤 선수

물론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아마 5분도 안 돼서 눈앞에서 사라져 버릴 걸?

그 말을 듣고는 나도 웃었다. 생각해보면, 2시간 15분대로 마라톤을 뛰는 댄이 하는 강도 높은 훈련을 같이 뛰는 것조차 나에게는 무리였다.

 

댄은 아침과 저녁 조깅은 자신도 아주 천천히 하니, 그 두 훈련을 같이 하자고 했다. 하지만 오전 10시 메인 훈련은 내가 따라오기 힘들 테니, 혼자서 하거나 실력이 비슷한 여자 선수들을 찾아서 하기를 권했다. 모든 것을 미리 정해 놓고 계획하는 일에 익숙한 나는 조바심이 났다.

어떻게 실력이 비슷한 여자 마라톤 선수들을 찾을 수 있어? 아는 사람이 있어?

 댄은 긴장하는 나를 보고는 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연스레 찾게 될 거야. 여기 달리는 여자 선수들 정말 많아. 

그렇게 꿈에 그리던 이텐에서의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2 케냐 이텐으로 가다 마침.

독자 리뷰

현재까지 318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정**

    달리고 싶어졌다. 인생의 트랙도 잘.

  • 정**

    이 리포트 전체가 모두 좋았습니다. 러너에 대한 자료를 구하다가 읽었는데,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고 마음도 찡-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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