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풀밭에서 달리기에 빠지다

Editor's Comment

달리기에 푹 빠진 아마추어 마라토너가 케냐 마라톤의 비밀을 마주하고자 직접 케냐로 날아갔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김성우 저자가 케냐 마라토너들과 함께 생활하고 달리면서 몸과 마음으로 경험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나눕니다.

달리는 즐거움이 어떤 느낌인지, 달리기의 본질은 무엇인지 저자가 하나씩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는 글로 본 리포트를 시작합니다.

내게도 달리기는 내가 속한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나는 그걸 육체의 지리학이라고 부른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길의 생김새와 각도와 냄새를 경험한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새들의 지저귐과 사람들의 안색과 바람의 느낌을 경험한다. 그렇게 해서 나는 이 세계가 어떤 것인지 말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온몸으로 경험할 수는 있게 되는 것이다.

 

- 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중에서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 

우연히 '달리기의 맛'에 빠진 건 2013년 여름이었다.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한 나는 한산한 시골에서 쉬엄쉬엄 생활하면서 학자금도 갚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마침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Lancaster)에서 하숙을 하면서 과외를 할 기회가 생겨 그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아침에 등교한 학생들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오후 4시까지는 꽤 여유로웠다. 이 시간 동안 다양한 책을 읽고, 통기타를 연습하고, 마당에서 축구 연습을 하면서 베짱이처럼 지내곤 했다. 그때 우연히「본 투 런(Born to Run)」이라는 책을 발견하면서 나의 달리기도 시작되었다.

 

책을 펼친 순간부터 눈을 뗄 수 없었고, 결국 3일 만에 다 읽어버렸다. 오래전부터 맨발로 뛴 인류가 자신보다 더 빠른 동물들을 아무런 도구도 없이 계속 따라다니며 지치게 만들어 사냥했다는 이야기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지금까지 신발을 신고 다닌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