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자는 절대로 한가하지 않다
수신자는 한가하지 않다는 전제가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수신자가 한가하다면 발신자 이름이 이상해도, 내용과 아무 상관없는 제목이어도, 이메일이 몇 시에 오든 모든 이메일을 열어볼 것이다. 사고의 흐름대로 작성된 본문도 알아서 이해하고 넘어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이미 잘 알 듯 비즈니스 이메일을 받는 사람들은 절대 한가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아니라 그를 위해 이메일을 작성해야 한다.
이것을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려'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다. 이메일 마케팅 서비스인 '스티비'는 어떻게 하면 스팸메일을 없앨 수 있을지 고민하며 시작했다. 불법적인 스팸메일도 문제지만, 수신자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발신자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마케팅 이메일을 스팸으로 인식하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그래서 마케팅 이메일 작성 과정에서 수신자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도록 받은 편지함 미리보기를 제공하고,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에디터를 설계했다. 마찬가지로 수신자가 읽기 편하도록 이메일을 작성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내가 수신자일 때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발신자라고 한가한 것도 아니다. 내가 이메일을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이면서 상대방이 이메일을 이해하는 시간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침 오프라인 세미나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이 있었다.
이메일 본문에서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정중하게 작성하는 노하우는 무엇인가?
정중하다는 것은 곧 격식을 차리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넣지 말고, 3장 '상대의 행동을 유도하는 이메일 쓰기'에서 소개한 대로 '인사말, 전달할 내용, 상대방이 취해야 할 행동, 맺음말'의 구조를 따르자. 전달할 내용은 되도록 상세하게 설명하되, 글머리 기호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이메일이 지나치게 딱딱해질 수 있으니 유의하자. 속어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약자를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는지도 살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