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을 둘러싼 상충하는 관계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도 할 수 없는

UX 디자인 조직에 대한 기대

기업에서 UX 디자인 조직이 처한 어려움

강동석

저자

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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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UX 디자인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특정 부분에만 치우쳐 UX에 대한 이해들이 상충하고, UX를 모호하게 합니다. 이해들이 서로 충돌하는 지점을 살펴보는 것으로 큰 그림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nbsp;UX 디자인은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이 아직도 부족한 상태라&nbsp;본인의 이해 수준에 따라 정의하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UX 디자인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UX 디자인을 칭하는 유사한 단어들도 넘쳐납니다.<big>추상적인 속성에 기반을 두어 제각각 UX 디자인을 정의하다 보니 &#39;다학제적&#39;이라는 말로 대신할 뿐입니다</big>특히 UX 디자이너로서 회사에서 마주하는 충돌 상황을 네 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ul>	<li>의사결정자 &harr; UX 디자이너</li>	<li>UX 디자이너 &harr; 협업부서(특히, 개발부서)</li>	<li>UX 디자이너 &harr; UX 디자이너</li>	<li>UX 디자인 조직장 &harr; UX 디자이너</li></ul><h3>1) 의사결정자 &harr; UX 디자이너</h3>첫 번째는 의사결정자들과 UX 디자이너 간 갭입니다. 이 경우는 회사가 지향하는 목표와 이를 해석하는 언어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nbsp;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경영자는 사업을 둘러싼 모든 것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합니다. 회사에서의 활동이 얼마나 대중에게 어필하고 시장성이 있는지, 매출과 손익 같은 사업성과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합니다.&nbsp;반면, UX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경험을 제시하는 측면에만 치우치다&nbsp;의사결정자의 관점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사결정자의 언어로 제안하는 UX 디자인이 사업에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해야 합니다.&nbsp;때로는 사용자 만족도 향상, 디자인 개선, 새로운 경험&nbsp;제공 등&nbsp;아이디어들이 좋아보여도 사업성이 부족하여, 의사결정자와 바람직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nbsp;발생합니다.&nbsp;

이러한 상황이 몇 번 반복된다면, 이후 의사결정자들은 &quot;UX 디자인이 뭔가 쓸모는 있어 보이는데 딱 부러지지 않고 모호하다.&quot;고 합니다. 이 분야의 인력들이 제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고, 결국 사업에 얼마나 중요한 임무를&nbsp;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을 느낍니다.&nbsp;또한&nbsp;상품 기획, 마케팅 등의&nbsp;업무는 회사 안에서 워낙 많은 조직과 인력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사용자&nbsp;관련&nbsp;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므로&nbsp;의사결정자의 생각 속에 UX 디자인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땅하지 않습니다.&nbsp;예를 들어, 제품 디자이너는 형상, 외관 디자인, 시각 디자이너는 그래픽, 아이콘 등에 전문성이 있다고 인식하지만, UX 디자인의 경우, 사업 측면에서 부합하는 결과물을 들고 오지 않는 한 쉽게 인식되지 않습니다.&nbsp;UX 디자이너가 의사결정자와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는 사업&nbsp;측면을 고려한 업무수행 결과물로 서로의 틈을 좁혀야 합니다. 이것이 원활하지 않으면 결국 UX 디자인만&nbsp;할 수 있는 일로 역할이 좁혀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 리서치, UX 평가, 그리고 고유의 업무인 UI 디자인 분야 등에서 말입니다.&nbsp;그러나 이러한 형태로 UX 디자인의 역할을 한정한다면, 오히려 회사 내 입지가 약해지고, 내부 인력들은 결과물을 내면서도 &#39;UX 디자인은 이게 아닌데&hellip;&#39;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7/08/11/1502440186_cT2rvfyhzcdNcsnNb184YPNYTmLy0z66YFuwwPOT.jpeg"></figure><h3 dir="ltr">2) UX 디자이너 &harr; 협업부서(특히&nbsp;개발부서)</h3>UX 디자인은 주변 부서와의 협업이 매우 중요하고 절대적입니다. 아무리 좋은 UX 디자인을 만들더라도, 결국 이것을 적용하고 구현하는 것은 유관부서들이기 때문입니다. UX 디자인이 구현되어 시장에 나오려면 유관부서, 특히 개발부서의 협력과 지원이 필수입니다.&nbsp;하지만, 개발부서와 UX 디자인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되는&nbsp;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특히 새로운 경험을 디자인하고 구현하는 선행 UX 디자인 부서와 개발 부서 간 틈은 마치 &#39;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39;는 식으로 끝없이 물고 물리는 이슈들로 가득합니다. UX 디자인 부서에서는 개발부서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계획이 있으면, 그에 맞는 사용자 시나리오를 만들고 디자인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개발부서에서는 새로운 혁신적인 사용자 시나리오가 있으면 기술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big>개발은 사용자 시나리오를 요구하고 UX 디자인은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고 합니다</big>개발 입장에서 새로운 기술 개발 착수를 승인받으려면 사용자가 해당 기술을 어떻게 활용한다는 멋진&nbsp;시나리오가 있어야 합니다.&nbsp;반면, UX 디자인 쪽에서&nbsp;새로운 경험과 시나리오를 만들려면 이를 견인하는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기술입니다. 새로운 기술 없이는 사업 차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UX 디자인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nbsp;또한, 선행개발이 아니라 양산모델에 대한 협업에도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상대 부서에 대한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각자의 입장만을 주장하는 데서 발생합니다.&nbsp;개발부서는 항상 정해진 시간 안에 완수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되도록&nbsp;변경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반면&nbsp;UX 디자인에서는 사용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현재 계획이나 결과물을 변경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개발부서에서는 &#39;지금 제시하는 UX 디자인 내용을 반영하려면 개발된 내용을 전반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39;, &#39;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려워 일부만 반영할 수 있습니다&#39;라는 말을 주로 합니다. UX 디자인 부서의 제안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nbsp;이러한 현상의 기저에는 현실적으로 변경을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이미 검증된 부분을 변경했을 때 발생하는 리스크 때문에 보수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마음이 존재합니다.&nbsp;최악의 경우에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UX 디자이너가 알아차리지 못할 것으로&nbsp;생각하고 거절부터 합니다. 새로운 UX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피해도, 개발 노력을 줄이기 위해 제시된 UX와는 방향이 조금 다르지만 유사한 것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UX 디자이너를 설득하기도 합니다.&nbsp;이 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UX 디자이너의 제안에 대해 개발 부서의 입장을 짐작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구현하려는 UX 디자인의 개발 난이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개발부서와 제대로 협의할 수 있을 텐데, 사실상 어려움이 많지요.&nbsp;UX 디자이너가 개발 분야를 깊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본인이 주장하는 UX 디자인이 개발부서 입장에서 어느 정도 규모인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합니다.&nbsp;하지만 현실은, 상대방의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주장을 굽히지 않고(물론 이러한 자세가&nbsp;필요한 경우도&nbsp;있지만) 충돌이 생깁니다. 개발부서에서는 UX 디자이너들을 &#39;고집&nbsp;세고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들&#39;이라고 하는 한편, UX 디자인 부서에서는 &#39;개발에서는 항상 불가능하다는 말만 한다&#39;며 푸념합니다.<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7/08/11/1502440341_tbnvgvGSdY9hhbNarkc5CoBeUH1MlkucTYlmCJ8E.jpeg"></figure><h3>3) UX 디자이너 &harr; UX 디자이너</h3>UX 디자인 부서 내부에서도 간극이 존재합니다. 특히 해당 부서가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지&nbsp;이견이 매우 많습니다. 시각디자인 전공 출신들은 &#39;차세대 GUI&#39;를 만들자고 할 수 있고, IA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39;새로운 내비게이션을 위한 인터랙션 스킴(interaction scheme)&#39;을 만들자고 할 수도 있습니다.&nbsp;누구는 새 제품의 컨셉을 만들자고 하고, 다른 누구는 현재 판매 중인 제품의 단점을 개선하자고 합니다. 출신 배경에 따라, 본인이 인지하는 회사에서의 역할에 따라, 또는 개인 관심사에 따라 과제를 제안합니다. 모든 사람이 본인들의 제안이&nbsp;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big>UX 디자인 부서에서 수행하는 과제는 그 조직의 목표와 속성을 알려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big>진행 중인 과제들만 살펴봐도&nbsp;현재 UX 디자인 부서에서 지향하는 바를 알 수 있고, 회사에서 UX 디자인 부서에게&nbsp;바라는 역할이 무엇인지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UX 디자인 부서 내부적으로만 프로젝트를 정하다보면 회사 경영의 핵심 현안과&nbsp;현재 당면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nbsp;&nbsp;자칫하면 회사의 방향과 먼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도 있고, 이러한 활동들이 1)번에서 이야기했던 의사결정자와의 간극을 만드는 시초가 됩니다. 각 사업부서의 실무진을 통해 VoC(Voice of Customer, 고객의 의견 및 피드백)를 취합하여 고려하는 방식도 활용하지만, 사업을 책임지는 의사결정자의 의견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을 낸다고 하더라도 타이밍을 놓치기도 합니다.&nbsp;또 다른 중요한 포인트는 평가의 형평성입니다. 회사이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평가는 매우 중요하고 동일한 사실도 평가자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기준의 평가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평가자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단위로 성과를 판단하여 평가하고 싶지만, 해당&nbsp;프로젝트의 모든 인력이 좋은 평가를&nbsp;받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nbsp;프로젝트 성과가 좋더라도&nbsp;모든 팀원에게 높은 등급을 주지 못합니다.&nbsp;반면, UX 디자인 프로젝트 결과는 여러 팀원들이 모여서 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누구는 높은 평가를, 누구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nbsp;반대로, 성과가 높지 않았는데도 팀원 중 일부는 평가 등급이 높을 수 있습니다.&nbsp; 현재 회사의 일반적인 평가 체계가 UX 디자인 분야처럼&nbsp;다수가 모여 하나를 만들어내는 형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문제는 추후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nbsp;<h3 dir="ltr">4) UX 디자인 팀장 &harr; UX 디자이너</h3>마지막으로&nbsp;UX 디자인 팀장과 팀원들과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갭입니다.&nbsp;UX 디자인 팀장은 회사 내 타 부서와 비교해 볼 때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의사결정자와의 간극에서 설명했듯이 서로&nbsp;소통해야 하는 언어는 사업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지만, 다양한 팀원을&nbsp;이끌어야 하는 역할 사이에서 샌드위치와 같은 신세가 되지요.&nbsp;의사결정자의&nbsp;생각을 팀들에게 주입하기만 하면 UX 디자인의 실상을 모른다는 반발을 사게 되고, UX 디자인 측면만을 강조하기만 하면 경영진의 신뢰를 잃게 됩니다. 상호 간의 균형을 잘 잡는 자세가 필요합니다.&nbsp;그러나&nbsp;이러한 상황에서 팀장의 배경, 팀원을 끌고 가는 지향점에 따라 팀원들이 느끼고 일하는 것, 이루어내는 성과는 극과 극으로 달라집니다.&nbsp;예를 들어, 팀장이 제품 디자이너&nbsp;출신이라면 주로 제품 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이를 확장한 방식으로 과제와 범위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고, 시각 디자이너 출신이라면 제품/서비스에 적용되는 시각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팀장이 지향하는 바에 부합하지 않는 전공과 분야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소외될 수 있어 팀 운영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nbsp;또한, UX 디자인 팀장이 과제, 세부 팀 단위로 팀을&nbsp;어떻게 운영하느냐도 중요합니다. UX 디자인은 타 분야 대비 조직관리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부서의 경우에는 조직원이 10명이든 1,000명이든 유사한&nbsp;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직관리를 하더라도 세부적으로 나뉘는 속성이 많지 않습니다.&nbsp;하지만, UX 디자인은 너무 다양한 전공과 분야가 섞여 있고, 각각의 특성이 명확한 편입니다. 모든 속성을 경험하고 잘 아는 사람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결국 어떻게 서로 다른 속성의 조직원을 이끌어 갈 것이냐가 관건입니다.&nbsp;아래 그림과 같이 조직 구성원에게&nbsp;서로 다른 역량과 특성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7/08/17/1502978634_y6crZ2ju6t5m2oGcRV0eWfrlu0glwIQizYyDdhcK.png"><figcaption>UX 디자인 조직 구성원 모형도 ⓒ강동석</figcaption></figure>Case I은 조직원&nbsp;개개인의 특성을 인정하기보다는 하나하나 교육하고 설득하여 유사한 속성으로 변화시키는 경우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속성을 변화시켜도 이들을 하나로 묶어 줄 수 있는 같은 &#39;지향점&#39;이 부족한 문제가 발생합니다.&nbsp;Case II는 개개인의 역할과 특성을 인정하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nbsp;같은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을 보여줍니다. 경험상 Case II에 해당하는 조직이 UX 디자인의 성과가 더 높은 경우가 많았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도 이 경우가 더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UX 디자인의 속성 자체가 다양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생각을 바탕으로 다시 뭉쳐서 성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즉, 팀장의 핵심 역할은 서로 다른 팀원을 잘 연결해 주고 융화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입니다.<big>서로 다른&nbsp;구성원을 같은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구성원이 모여 같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해야 합니다</big><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7/08/11/1502440863_xmRMPKt3YmWyWaQYgGU036l9W9P59L5O0zsEDLi1.jpeg"></figure>UX 디자인 조직장이 이러한 생각과 행동을 보이지 않을 여러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고, 조직관리는 물론 회사에서 성과도 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방황하는 UX 디자인

기업에서 UX 디자인 조직이 처한 어려움

UX 디자인을 둘러싼 상충하는 관계들

1) 의사결정자 ↔ UX 디자이너

방황하는 UX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