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본질을 다시 생각할 때

미디어는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로는 미디엄(medium)의 복수형, 즉 매개라는 의미를 지닌다. 나는 미디어가 생각과 생각을 연결하는 매개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시절, 생각을 매개로 사람을 연결하는 문학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 문학이 그 역할을 고전적으로 해온 미디어라면, 이를 현대적으로 수행하는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방송국이다.

 

CJ E&M 방송사업 부문은 소위 '핫'한 느낌의 라이프스타일, 예능 채널이 많이 모여 있었다. 내 꿈을 펼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참 좋았다. TV는 여전히 영상 콘텐츠를 가장 활발하게 전달하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한편, 산 정상에 오르면 그다음 여정이 하산이듯, TV 방송시장은 정점 이후 자연스럽게 하강을 맞이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한 디지털 미디어 이용이 활발해지며 사용자의 관심은 TV로부터 조금씩 멀어졌다. 물론 공고한 성이 조금씩 스러질 당시에는 변화(transformation)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그 성은 생각보다 빠르게 약해지고 있었다.

 

TV 방송시장은 레드오션이 되었다. 리모컨으로 모든 채널을 다 돌리는 데 5분이 걸릴 정도로 채널이 많다. 시장이 꽉 찼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포화 상태에서 돋보이는 콘텐츠 혹은 채널이 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사람들의 생활에서 TV는 점차 멀어지고 있었고 그 자리를 더 얇고 가볍고 접근성이 좋은 스마트폰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TV를 살려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점진적인 변화로 혁신적 성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혁신적인 시늉, 유행을 따라잡는 시늉만 할 뿐이었다.

 

그저 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어른 말씀을 잘 듣던 내게 새롭게 바뀐 미디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나의 레퍼런스인 선배 세대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우리 모두 한계에 봉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