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사람에게 이 학문을 소개하고 싶었다 (유재연)
송고(送稿)를 하고 한 달이 지났다. 6개월~1년마다 빠르게 변하는 HCI(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학계 및 업계 특성상, 지난 한 달 사이에도 많은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본 리포트 7장 '미래의 저널리즘 그리고 과학기술 교육'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아날로그로부터 기술의 미래를 가늠하는 이야기가 급부상했다.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의 신간 「아날로그의 반격」이 대표적인 사례다. 색스는 LP판이나 보드게임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독립 잡지가 눈길을 끄는 이유를 아날로그에서 찾았다. 사람들이 아날로그로부터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친 촉감, 따뜻한 감성, 그리고 조금의 불편함 덕분에 기울이게 되는 정성. 이런 소소한 요소들 덕분에 우리는 디지털로 둘러싸인 세상에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찾게 된다.
본 리포트에서 소개한 HCI라는 학문은, 오직 차가운 기술만을 이야기하지 않아서 좋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도 인간이 배제되는 일이 없다. 지난 2년 동안 HCI를 공부하며 좋았던 점도 이 때문이다. 내 주변 모든 장면과 이슈가 다 연구 대상이었다.
인생의 '잡학다식'을 지향하는 자라면 HCI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하나를 깊이 파는 분에게도 멋진 학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에게 이 학문을 소개하고 싶었다. 다행히 본 리포트를 발행하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HCI가 궁금해서, 내가 하는 연구가 궁금해서, 또는 내가 이 연구를 하게 된 연유가 궁금해서 물어오는 분들이 많았다. 참 고마운 일이다.
당장의 내 목표는, 올해 예순이신 부모님에게 내가 공부하는 것을 엄청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학위 논문을 쥐어 드렸지만, 장장 1백 페이지나 되는 것을 읽어보시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