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말하기와 듣기의 화학작용이다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분짓는 뚜렷한 요소 중 하나는 언어다. 물론 사람 말고도 언어를 쓰는 동물들은 많다.

 

초음파로 소통하는 돌고래, 공중에서 독특한 모양으로 춤을 추는 벌, 수화를 배워서 인간과 상당한 수준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인원들도 있다. 그러나 어떤 동물도 인간의 언어가 가진 가장 마술적인 힘, 볼 수 없는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이와 같은 언어의 힘 덕분에 인류는 100명 남짓한 무리생활에서 벗어나 헤아릴 수 없을만큼 많은 인간들이 협력하는 국가, 경제, 종교 공동체를 탄생시켰다.

 

이를테면 보편적 사랑 또는 인류애라는 개념 덕분에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고 그들을 동료로 받아들인다. 고도의 추상성을 띈 이러한 가치체계는 인간뿐 아니라 다른 생물종 그리고 생태계 전반에까지 확대되어 더 나은 세계를 고민하는 데에까지 나아갔다.

 

우리는 이 마술적인 언어의 힘을 빌려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언어의 아이러니는 그것이 가진 힘 때문에 각자가 꿈꾸는 세계의 모습을 일치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추상적 개념과 그것에 기초한 자신만의 가치 체계 때문에 서로를 오해하고 갈등을 일으킨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리트릿 참가자들. 리트릿에서는 끊임없는 소통이 일어난다. ©Enspiral

자신이 가진 생각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혹은 자기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상충되는 두 입장이 충돌할 때, 상대방에게 이해시키기 어려운 것들을 설명하고자 할 때 언어는 공회전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위대한 힘은 지루함과 짜증의 원천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