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난 12월 '삶의 재구성' 이라는 대주제로 열린 청년허브 컨퍼런스 행사 가운데 하나로, 씨닷이 리처드를 초청해 기획한 '일상의 민주주의 - 활동, 일, 직업에서 선거와 운동까지' 에 우리 두 저자가 참석한 것은 우연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것은 우연이 크게 작용했지만, 엔스파이럴의 리트릿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우리가 뉴질랜드에 직접 가서 리트릿을 보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 리포트를 보는 독자분들이 리포트를 구매한 이유와도 비슷할 것이다.  

지난 12월 열린 '일상의 민주주의' 행사 모습. 우리에게 엔스파이럴을 소개해준 리차드 버틀렛이 일상의 민주주의와 관련된 여섯서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송이

지난 조직 경험을 정리할 계기가 필요했다

두 저자는 모두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이송이는 37코인스의 대표로, 김정현은 와글의 공동창업자로 각각 2년 또는 1년 조금 넘게 일했다. 어떤 기업이나 조직이 스타트업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 창립자 폴 그레이엄이 제시한 기준은 '성장'이다. 그에 따르면 잠재적으로 큰 성장가능성을 지닌 조직이 곧 스타트업이다.

 

큰 잠재성을 바라보고 출발한 작은 조직은 필연적으로 불안정성이 큰 상황을 겪게 된다. 미래와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부족한 투자금, 인적 갈등이 나타나기 쉽다. 회사를 설립한 사람이라면 비전과 팀웍을 포함한 조직의 운영에 대해서, 뒤늦게 합류해서 피고용인의 형태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커리어와 조직의 성공가능성을 고민하면서 좌충우돌하게 된다. 

 

우리는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조직과 결별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엔스파이럴은 커뮤니티 안에서 프로젝트와 조직을 만들었다가 없애기도 하고, 재단을 통해서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데에 필요한 합의와 중재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구성원의 목소리를 존중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해내기도 한다. 이를 좀 더 실질적으로 느끼면서 지난 우리의 조직 경험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뉴질랜드에 직접 가서 그것을 느껴보고 싶다는 가장 큰 동인이었다. 

"대체 뭐하는 애들일까?"

리처드를 처음 만났을 때 엔스파이럴이라는 조직에 대한 설명을 통해 엿보았던 열정은 과장되지 않았지만 굉장히 강렬했다. 위계 없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회사, 수익 창출과 가치의 확산을 똑같이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 상급자 없는 리더십(boseless leadership)이라는 몇몇 설명들은 매력적이었지만 동시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고생길이 훤한데 왜 저기에서 일한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