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무엇(what)'이나 '어떻게(how)'보다 '왜(why)'에 집중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왜?'라는 질문이 우리를 행동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이 리포트를 구매한 독자 여러분들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앞으로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꼭 묻고 싶다. "왜 이 리포트를 구매하셨나요?"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의미있는 통찰이 나오리라 믿는다.
그러나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우리 역시 "왜 엔스파이럴 리트릿에 참가했나?" 하는 질문에 답할 필요가 있다. 서문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김정현과 이송이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려고 한다.
정현의 이야기: 엔스파이럴과의 재회
매주 토요일이면 온 나라의 도시에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쏟아져나오던 12월, 서울 불광동의 청년허브에서 뉴질랜드에서 온 리처드 바틀렛은 '일상의 민주주의'라는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내가 그 날 행사에 가기까지 정말이지 여러 일들이 있었다.
나는 청년허브에서 컨퍼런스가 열리기 정확히 1년 전인 2015년 12월에 리처드를 처음 만났다. 내가 1년 반 가량 다녔던 회사에서 의사결정 플랫폼 루미오(Loomio)를 만든 사람들을 초청했는데 리처드는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행사가 끝나고 김포공항에서 내려 대합실로 걸어나오는 동안, 리처드는 특유의 붉은 빛이 도는 수염으로 뒤덮인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내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루미오라는 의사결정플랫폼을 탄생시킨 인큐베이터이자 혁신가들의 커뮤니티인 엔스파이럴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