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있는 조사

예전 직장에서 연구와 조사 업무를 담당한 선배가 '영혼 있는 조사'를 하자고 한 적 있습니다. 당시 저는 산업과 시장 동향에 대해 보고서를 쓰면서 그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교육을 가리켜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회, 경제 이슈에 우선순위가 밀려 심도 있는 진단과 개선의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미래에 예견되는 사회, 경제 위기의 해답을 교육에서 찾는다니 역설적인 일입니다.

 

이런 흐름을 타고 교육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이해관계를 추구하고 왜곡된 담론을 형성하려는 집단도 도처에 존재합니다. 이는 제가 미래 교육과 관련해 시사점을 얻어 온 미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내세워 교육 '산업'과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상황입니다. 학생과 가정, 학교가 '고객'으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현실을 직시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고백하건대 제가 원래 교육 분야에서 희망한 일은 '프레너미(frenemy)'*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리포트를 쓰면 쓸수록 고민은 깊어졌고, 교육을 대하는 저의 중심도 또렷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산업이나 시장이 아니라 교육이기 때문에 친구(friend)가 되어야 마땅함을 깨달았습니다. 멋진 용어와 이론으로 본질을 흐리는 글을 쓰지 않기 위해 책임감을 안고 신중을 기해 쓰느라 힘이 들기도 했습니다. 글에 영혼을 담자고 한 직장 선배의 말을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 1장. 21세기 교육을 논하는 우리의 자세 중 '기술은 교육을 구원하러 오지 않았다' 참고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담론

'학교의 미래, 미래의 학교' 리포트를 통해 교육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 교육을 고민하는 동안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이루고 싶은 일, 보탬이 될 만한 일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또 진정한 교육을 실천하고자 다양한 곳에서 용기 있는 행동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