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의 한계

조진서: 이강원 님 발표 중 여론조사 부분에 대해 제 의견은 조금 달라요. 이강원 님은 여론조사가 실패했다는 보는 것은 오해라고 했는데, 저는 실패가 맞다고 생각해요.

 

네이트 실버가 운영하는 '파이브서티에잇'만 놓고 보면, 오차 범위 내에서 예측이 틀릴 수도 있겠죠. 확률적으로 늘 결과를 맞출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네이트 실버만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많은 여론조사 기관도 대부분 틀렸잖아요? 그건 확률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죠.

 

모든 여론조사 기관이 틀렸다는 사실은 그들의 예측 모델이나 가정이 많이 변한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요?

 

이강원: 전국 득표수는 웬만하면 다 맞추긴 했지요.

 

조진서: 그런데 여기선 전국 득표수를 맞추는 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잖아요.

 

이강원: 맞아요, 당선 결과를 맞춰야 돈이 되는 예측이지요. 그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여론조사의 한계가 분명 있어요. 점점 나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이강원 님(좌)과 조진서 님(우) ©손현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박소령: 그럼 이제 질의응답 순서를 진행할게요. 우선 참석자들의 사전 질문 중 하나를 뽑아서 묻고 싶은데요.

 

"주류 미디어가 브렉시트나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는 데에 실패했고, 그 현상을 해석하는 프레임 자체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이 궁금합니다."

 

조진서 님과 이강원 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조진서: 이건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제가 2016년부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꽂혀 있어요. 책에 '인간 언어의 해상도가 세상의 해상도보다 낮아서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를테면 본능적으로 '이건 해야겠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또는 트레이더가 주식을 사고 파는데, 그들이 이걸 왜 샀는지 도저히 말로 설명이 안 되는 사례도 있고요. 어쨌든 사야겠다고 생각해서 매수하고, 그것이 옳은 결정으로 드러나기도 해요.

 

그렇다고 이걸 초자연적 현상이라고 부르지는 않잖아요? 단지 우리가 가진 언어의 해상도가 낮아서 표현을 못할 뿐이지 어떤 논리가 있긴 있다는 거죠.

 

마찬가지로 브렉시트나 지금의 트럼프 현상에 접근할 수 있어요. 과거의 정치학 이론이나 기성 미디어의 틀로는 해석이 안되지만, 그렇다고 일련의 현상들이 '비이성적'이라든가 '감정적' 또는 '무식한' 사람들이 갑자기 '분노했다'라고 판단할 수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