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트럼프 취임사 코멘트

조진서

저자

이강원

박소령: 평일 저녁에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날도 춥고 교통이 불편했을 텐데요. 이번 프로젝트 기획 의도를 먼저 설명드릴게요. 2016년 여름부터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는 날에 맞춰 뭔가를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조진서 기자가 예측한 대로 도널드 트럼프(이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어요. 그래서 제가 그날 바로 연락해서 이 예언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어요. 조진서 기자가 대선 후 미국에 다녀오기도 했고요. 이걸 종합해서 프로젝트로 만들어보자는 것이 기획의 출발이에요. 그리고 이 기획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이강원 정치 컨설턴트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혹시 여기 계신 분 중 트럼프의 취임사 전체 영상을 보신 분이 있나요? 저는 아직 못 봤거든요. 먼저 영상을 보고, 각자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그다음 두 분의 발표를 듣고 질의응답을 진행할게요.

* 영상: 트럼프 취임사 <a href="https://youtu.be/4GNWldTc8VU?t=28m12s" target="_blank">[시청하기]</a><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7/02/28/58b523341220a_inauguration.jpg"><figcaption>The Inauguration of the 45th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he White House</figcaption></figure>박소령: 전체 영상을 다 본 사람은 드물 것 같은데요. 이강원: 저도 청문회는 다 봤는데 취임 연설은 못 봤어요.

박소령: 대통령 취임사가 미래의 많은 기조(基調)를 결정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연합뉴스나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가장 문제가 있는' 혹은 '암울한' 취임사라고 표현했어요. 여러분은 이 연설을 어떻게 보셨는지 묻고 싶어요. 자기소개와 함께 취임사를 본 소감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선 저는 'PUBLY'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요, 오늘 대담을 진행하면서 마지막 질의응답 세션에서 중계자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트럼프 취임사를 통으로 본 건 처음이에요. 대신 트위터에서 조진서 기자가 취임 연설에 비판적인 미디어 기사를 비평한 글은 봤어요. "주류 미디어가 비판한 내용처럼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논지였어요. 저는 트럼프가 종교를 생각보다 많이 강조하는 느낌이 들어요. 후반에 신에 대한 이야기도 반복하는 것 같고요. 미국에서 종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이강원: 헌법 정신으로 돌아가는 거죠. 신의 마음으로. 박소령: 네, 그리고 사회 기반 시설에 많이 투자하겠다는 이야기도 반복했는데요. 이 정책을 진짜 시행하면 어떨지, 정말 미국이 달라질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면 다른 분들도 소개를 부탁합니다. 참석자 A(이하 A): 저는 철강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환율 영향도 많이 받고, 미국이나 중국, 사드(THAAD)* 영향도 무시 못하는 편입니다. 저희 사장님이 60대 중반인데, 트럼프가 말하는 영어는 알아들을 수 있대요. 취임사를 보니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어요. 정말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쉽게 말하네요. * 적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목적으로 제작한 미국의 공중방어 시스템(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 PUBLY 예전에 미국에 살면서 학교를 다녔어요. 당시 부시 정권(2001년~2009년)이었는데, 그때부터 "Merry Christmas" 대신 "Happy Holidays"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어요. 유태인이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의미에서요. 한편 "Merry Christmas"라는 말을 다시 살리겠다는 선거 공약을 본 기억도 있어요. 취임사를 보면서 만약 내가 미국인이라면 많은 기대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트럼프가 넘치는 자신감으로 시원시원하게 "God bless America"라고 말하니까요. 박소령: 그러면 지금 트럼프에 호의적인 편인가요, 비판적인 편인가요? A: 트럼프가 잘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호의적이요. 힐러리 클린턴(이하 클린턴)을 좋아하지 않아요. 클린턴에 대한 무시무시한 소문도 들었고요. 그리고 미국은 양극화가 너무 심해요.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은 대부분 정규직 일자리를 못 잡아서 임시 일자리를 동시에 세 개씩 가지거든요. 박소령: 네, 다른 분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참석자 B(이하 B): 안녕하세요, 전 연구를 주로 하는 6급 공무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치를 공부한 것도, 민간 업계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미국 한 번 가본 적 없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참석했습니다. 세속적으로는 제가 가입한 펀드와 신탁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동안 간추린 뉴스로만 볼 때는 트럼프를 나쁘게 봤는데, 취임사를 전부 들어보니 구구절절 맞는 말을 하는 것 같아요. 오늘 이 자리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소령: 그렇다면 트럼프에 호의적인가요? B: 어차피 트럼프가 한국 대통령도 아니고, 제가 뽑은 것도 아니라서 싫을 것도 없고 좋을 것도 없어요. 트럼프의 정책에 따라 한국 환경을 맞춰야 하는 것이지, 호불호를 말하기는 어렵네요. 그럴 필요도 없고요. 박소령: 지금은 감정적으로 어느 쪽도 아닌 거죠? B: 네, 남의 대통령인데요. A: 그럼 싫지도 않은 건가요? B: 네. 박소령: 좋습니다. 그럼 다음 분? 참석자 C(이하 C): 저도 철강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주로 수출 담당이고요. 아까 A 씨 말 듣고 깜짝 놀랐어요. 연설문이 잘 들리길래, '내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쉬운 영어였군요. 물론 제가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의 취임사를 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가 연설을 쉽게 한다는 사실 자체에 이점이 있네요. 갓 대통령이 된 사람이 뭉뚱그려서 단호하게 말한 부분도 있지만, 동시에 무난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트럼프가 미국인을 고용해서 내수 시장을 진작(振作)하겠다는 내용이 매우 인상적이에요. 수출업에 종사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민감한 편이에요.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여파가 올 지 궁금해요.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려고 준비할 때 일본은 TPP*를 열심히 준비했어요. 그런데 트럼프가 TPP 체결 자체를 없앤다고 해서 일본이 정말 바보가 되었어요. 한편 한국이 TPP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을 때 저는 '우리도 TPP 체결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어요. *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의 줄임말로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추구하는 등 양자 FTA 이상으로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 PUBLY 이런 변화가 제 실무에 큰 영향을 줘요. 보통 FTA가 체결되면 사람들은 어떤 품목이 더 싸지겠거니 기대하는 수준이지만, 실무적으로는 그 조약 때문에 원산지 증명서(Certificate of Origin)부터 세율 인하, 수입 관세 등의 관련 서류를 다 준비하고 계산해야 해요. 일이 엄청 많아지죠.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FTA를 많이 체결해서 일이 엄청 늘었어요. 회사에서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지 고민하는 상황이고요. 그래서 앞으로 트럼프의 행보에 관심이 높아요. 트럼프 개인에 대해서는 '싫은 아저씨' 정도의 의견입니다. 성추행 경력 같은 것 때문에 좋게 보지는 않지만, B 씨랑 비슷한 맥락이기도 합니다. 한국 대통령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박소령: 그럼요, 한국 대통령이 중요하죠. 이강원 님 소개를 부탁합니다. 이강원: 현재 대선 정치 컨설턴트 겸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했고, 현지에서 정치 컨설팅을 시작했습니다. 패널로 이 자리에 오게 되었고, 트럼프가 한국에 미칠 정치적 영향과 미국 대선에 관해 말하겠습니다. 박소령: 취임사는 어땠나요? 이강원: 아, 저는 조금 짜증이 났습니다.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에요. 취임사를 보고서 세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첫 번째는 '이제 팝콘을 먹으면서 미국 대통령의 연두 연설을 볼 일은 없겠구나'. 지난 2008년 오바마가 처음 취임했을 때, 저는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는데 그때 펍에서 사람들과 손뼉 치면서 본 기억이 있어요. 박소령: 동부라서 그랬던 게 아닐까요? 이강원: 물론 보스턴이라 그런 분위기겠죠. 개인적으로 소중한 엔터테인먼트 이벤트가 사라졌다는 것이 아쉽네요. 두 번째로 트럼프가 사실에 근거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령, 멕시코 국경 얘기를 할 때 국경 보안이 약해졌다고 주장하면서 예산을 올리겠다고 했어요. 미국은 1990년대 이후부터 멕시코 국경 보안을 위한 예산을 매년 늘렸어요.  멕시코 국경 문제는 미국에서 전통적인 논쟁 중에 하나입니다. 국경 보호 예산을 두 배, 세 배로 올려도 결국 남미와 북미 간의 경제 격차가 커질수록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많아지거든요. 이 논쟁은 계속 있어왔죠. 혹시 &lt;웨스트 윙(the west wing)&gt;* 보셨나요? 공화당 대선 후보인 아놀드 비닉과 라틴계 민주당 후보 매튜 산토스가 대선 토론에서 똑같은 이슈를 가지고 싸워요. 공화당 후보는 국경 수비대 규모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하고 민주당 후보는 세 배로 늘려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맞서죠. 그런 이슈는 늘 있어요. * 미국 NBC에서 방영한 정치 드라마 - PUBLY 세 번째로 트럼프 정권이 시작부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a href="http://reut.rs/2klxzLI" target="_blank">오바마 취임식과 트럼프 취임식의 청중 규모를 비교한 사진</a>이 화제가 되었죠. 저는 여기서 정당성의 위기가 분명히 오겠다고 느꼈어요.<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7/02/24/58af9b24454c6_inauguration.jpg"><figcaption>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좌)과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우) 전경 비교 ©Reuters</figcaption></figure><figure class="image"><img src="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7/02/24/58af98fb2d090_gallup.jpg"><figcaption>갤럽의 2017년 1월 23일 자료에 의하면, 취임식 때 트럼프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Gallup</figcaption></figure>일단 지금 트럼프의 지지율(Approval Rate)은 <a href="http://www.gallup.com/poll/202811/trump-sets-new-low-point-inaugural-approval-rating.aspx?g_source=Politics&g_medium=newsfeed&g_campaign=tiles" target="_blank">45%로 역대 최저</a>, 반대 비율도 45%로 역대 최대입니다. 엘리트층이나 미디어에서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는 행정명령을 통해 자기가 원하는 정책을 단기적으로 추진하겠지만 의회의 동의나 대중의 지지가 필요한 이슈에서는 정책 시행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소령: 네, 감사합니다. 이제 조진서 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조진서: 저는 경영전문 잡지 기자입니다. 트럼프의 정치를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를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행태에 문제를 느껴서 보다 못해 '트럼프 포 코리아(Trump for Korea)'라는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방문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방문한 사람들이 제 블로그를 보면서 매우 후련해하더군요. 이렇게 반대 의견을 내는 창구가 있어서 좋다고 하면서요. 블로그 하면서 참 재밌었습니다. 저는 전에 취임사를 모두 봤다고 생각했는데 축약본이었나 봐요. 전체 영상을 본 건 처음인데, 트럼프 본인이 직접 연설문을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평소 말하는 스타일과 달라서 박력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강원 님이 말한 청중의 숫자나 반응에 대해 가령 "오바마 때 100만 명이 왔고 트럼프 때 20만 명 왔으니까 이건 못한 거야!"라고는 말 못 하겠어요. 반응도 그래요. "이 사람들은 트럼프가 연설을 하는데 환호를 하지 않았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거죠.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수줍고 조용히 사는 노동 계층이 많잖아요. 이런 자리에서 크게 환호하지 않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제가 카투사로 군 복무를 했는데요. 물자를 보급하는 병참부대라서 몸 쓰는 일이 많았어요. 특히 미군의 보급병 사람들은 보면, 평소 말을 많이 안 해요. 술 마실 때도 그냥 병맥주 대여섯 병씩 혼자서 마시고요. 자기표현을 잘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어요. 저는 이런 맥락으로 취임식의 분위기 차이를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이강원 님이 트럼프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에 동의합니다. 트럼프라는 사람 자체가 뛰어난 정치인(public servant)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사업가로서 성공했지만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내놓은 것처럼 혁신적이거나 위대한 발명으로 성공한 건 아니잖아요. 부동산 개발 업계에서 거래(deal)를 잘해온 거죠. 어쨌든 트럼프가 당선된 의미는 꽤 크다고 봅니다. 물론 남의 나라 대통령이지만,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생각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박소령: 네, 좋습니다. 우선 조진서 님 발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이강원 님 발표를 들을게요. A: 근데 혹시 그 사진 보셨어요? 트럼프랑 오바마 취임식 날 사진 밑에 김정은 취임식 날 사진도 같이 비교해놓은 거요. 정말 웃기죠. 김정은 취임식 날 모인 사람의 숫자는 다른 대통령하고 비교가 안 돼요. 박소령: 박근혜 퇴진 광화문 촛불 집회 사진 붙여 놓은 것도 봤어요. 비교가 안되죠.

트럼프가 온다

트럼프 취임사 코멘트

오프닝

트럼프 취임사 코멘트

트럼프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