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번 글에서는 2016 코워킹 유럽 컨퍼런스(이하 컨퍼런스)를 돌아보고 스태프로 활동하며 느낀 점을 정리했다.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내 친구들이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공간 그 자체보다 공간을 채우는 사람과 문화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질문을 바꿨다. 우리는 어떤 곳에서 일하고 싶을까?

 

핵심만 바라본다

 

구글에서 '컨퍼런스' 이미지를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상상을 했다. 유럽 전역에서 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화려한 레드카펫과 조명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걸맞은 격식이 있지 않을까? 정장을 차려입은 참가자들이 근엄한 얼굴로 토론하는 그런 자리가 적어도 한둘은 있을 거라 상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장 재킷 하나를 짐 속에 쑤셔 넣었다. 하지만 정확히 4일 후 나는 구겨진 채로 주름이 잡힌 재킷을 가지고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왔다. 컨퍼런스 내내 입을 일이 한 번도 없었다. 정장을 입고 있던 사람은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이터뿐이었다.

 

컨퍼런스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둘째 날의 언컨퍼런스(Unconference)다. 적극적으로 기존 컨퍼런스 형식을 거부하고 참가자가 실제로 관심 있는 주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언컨퍼런스의 목적이다. 

컨퍼런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둘째 날의 일정표도 세션 이름은 빈칸으로 남았다. 빈칸은 당일 오전 9시부터 10시 30분까지 참가자가 현장에서 직접 채워 나갔다.

 

각자 토론하고 싶은 주제와 이름 및 소속을 포스트잇에 적어 일정표가 그려져 있는 커다란 종이 위에 하나씩 붙였다. 작성자는 그 주제를 낸 이유를 설명하고 세션의 대략적인 개요 및 의도를 소개해야 했다. 비슷한 주제가 겹칠 경우 하나의 세션으로 통합했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즉석에서 투표를 통해 주제를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