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aaS 기반 CRM·마테크 전문가. 데이터 기반의 GTM 전략과 CRM 시스템을 설계합니다. > 프로필 더 보기
마케팅 회의에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숫자가 없을 때가 아닙니다. 오히려 숫자는 너무 많습니다. 광고비는 얼마를 썼는지, CAC는 어떻게 변했는지, 전환율은 올랐는지, 객단가는 유지되고 있는지, 재구매율은 떨어졌는지, LTV는 충분한지까지. 대부분의 지표는 이미 대시보드에 올라와 있고, 리포트도 매주 업데이트됩니다. 겉으로 보면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할 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막상 회의가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광고비를 줄여야 하는지, 전환율을 먼저 고쳐야 하는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각 지표는 보고되고 있지만, 정작 "그래서 지금 어디를 먼저 고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합니다. 숫자는 많은데 방향은 잡히지 않고 우선순위는 계속 흔들립니다.
이런 상황은 데이터를 열심히 쌓고 대시보드를 잘 만들어둔 조직일수록 더 자주 겪습니다. 지표가 많아질수록 선택지도 많아지고,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의사결정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각 팀은 자신이 담당하는 지표를 중심으로 개선안을 제시하지만, 전체 비즈니스 관점에서 무엇이 우선인지 정리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문제는 지표가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지표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CAC, 전환율, 재구매율을 따로 봅니다. 마케팅팀은 광고 효율을, CRM팀은 재구매율을, 커머스팀은 객단가를 봅니다. 각 팀의 숫자는 모두 중요하지만, 실제 비즈니스는 그렇게 따로 움직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