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훌륭한 정량 성과의 나열이 채용 담당자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이유
  • 성과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 크리티컬 패스를 드러내는 방법과 예시
  • 숫자에 배경과 이유를 붙여 성과를 스토리텔링하는 이력서 작성 노하우

저자 서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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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은 있는데, 경쟁력은 불안하신가요? 수백 명의 이력서를 검토하며 수많은 합격과 탈락을 지켜본 현직 팀장이, 이직을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6편 구성의 이직 준비 로드맵을 준비했습니다. 4편에서는 숫자에 배경과 이유를 붙여 성과를 스토리텔링하는 이력서 작성 전략을 다룹니다.

채용 과정에서 이력서를 받아 보면 하나같이 좋은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연차가 많은 이력서일수록 더욱 그래요. 안 좋은 성과를 찾아 보기 힘듭니다. 한 명도 빠짐 없이 좋은 정량 성과를 가지고 있으니 이력서만 보고는 변별력이 없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성과만 나열되어 있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저는 이것을 '숫자만 나열된 이력서'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이런 이력서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크리티컬 패스(critical path)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크리티컬 패스로 숫자 성과의 증거 제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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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력서에 강조된 성과의 숫자 그 자체는, 사실 큰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 이력서에 안 좋은 수치 성과를 넣지도 않을뿐더러 채용 담당자가 그 수치 성과만 보고 지원자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관리하던 지표가 30% 개선되었다는 내용이 이력서에 있더라도 이에 대한 자세한 배경과 맥락을 알지 못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좋은 성과인지 판단하기 힘듭니다. 만약 이 지표가 한달 전에는 40% 개선되었거나, 해당 월에 이 지표가 30% 개선되는 동안 다른 지표들은 50% 나아졌다면 30%는 큰 의미가 없겠죠.

 

심지어 이력서에 적혀 있는 멋진 숫자들이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채용 담당자는 알아낼 방법이 없어요. 30%의 성과를 가진 지원자가 이력서에 50%라고 작성하더라도 채용 담당자가 이런 과장과 거짓말을 알아내기는 힘듭니다. 좋은 수치 성과들을 가진 지원자를 채용했는데 실망스러운 성과를 보여 실망했던 경험을 가진 채용 담당자도 아주 많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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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채용 담당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성과 그 자체에는 다양한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영향을 준다는 것을요. 누군가는 똑똑한 방법으로 일을 하고도 안 좋은 시기나 환경, 부족한 자원이나 동료를 만나 안 좋은 성과를 얻기도 합니다. 저는 이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블랙박스라고 부릅니다.

 

그 반대인 경우도 많아요. 옳지 않은 방법으로 일을 했는데 좋은 시기와 환경을 만나, 혹은 우연히 좋은 성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시면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예요. 방법이나 과정은 인정할 수 없지만 항상 좋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요.

 

이것이 우리가 면접을 보는 이유입니다. 숫자가 절대적 잣대라면 면접을 볼 필요가 없어집니다. 채용이 쉬워져요. 이력서의 수치만을 보고 채용을 결정할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습니다. 번거롭고 힘들게 다양한 채용 과정을 통해 추가 검증을 합니다.

 

채용 담당자가 확인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수치 성과 그 자체가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채용 담당자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성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성과의 재현성입니다. 좋은 성과가 있는 지원자라면 그 성과가 우리 회사에서도 반복 가능한지, 즉 고성과의 재현성을 가진 지원자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채용 과정에서 성과를 확인하는 이유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고성과의 재현성은 수치나 숫자만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 채용 담당자는 무엇을 확인하고 싶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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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과정입니다. 채용 담당자는 좋은 성과가 가능했던 '과정'을 설득력의 증거로 생각합니다. 이력서에 성과와 함께 제시된 좋은 과정들을 보고 지원자가 제시한 성과를 신뢰하게 되는 것이죠.

 

반대로 말하면 근거 없이 수치 성과들만 나열되어 있으면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성과만 반복적으로 나열되어 있다면 숫자들이 아무리 좋아도 설득력이 없고, 믿음이 가지 않는 이력서로 전락해 버립니다.

 

채용 담당자들은 오히려 과정을 궁금해 합니다. 성과 자체를 통해서는 반복 가능성이나 재현성을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라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과정의 경험이 함께 제시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특별한 성과의 수치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달성할 수 있었던 특별한 과정까지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합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성과 그 자체에는 너무 많은 변수가 개입합니다.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는 성과 뒤에 있었던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추측할 수 있는 지원자의 핵심 역량과 업무 원칙이 재현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성과를 내는 과정과 그 과정을 만드는 핵심 역량과 업무 원칙이 좋은 성과의 반복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성과는 이것들의 증거일 뿐이에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성과를 달성하는 데 관련이 있는 모든 과정을 다 열거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개별 이력서에 채용 담당자가 집중하는 시간인 매우 짧거든요.

 

앞서 이야기했듯 이력서는 짧고 간결해야 합니다. 내가 일한 모든 과정, 익숙하고 뻔한 방법, 누구나 그렇게 하는 당연한 일들을 강조하며 이력서의 소중한 공간을 잡아 먹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성과 뒤에 있었던 다양한 과정 중에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과정의 경험만을 강조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크리티컬 패스라고 부릅니다. 성과라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계들의 연결고리라는 의미입니다. 크리티컬 패스를 이해하고 이를 이력서에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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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위와 같은 순서로 일을 합니다. 목표를 정하고 조사와 분석을 통해 문제와 원인을 찾고, 대안과 가설을 수립하여 실행 계획을 세우고, 동료들과 협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내 손으로 직접 실행해 결과물을 만듭니다. 이런 당연한 과정 뒤에 우리가 결과로 바라보는 성과라는 것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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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랑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면 당연했던 전반의 업무 과정에서 남들과는 다르게 했던, 그래서 특별히 좋은 성과에 큰 영향을 주었던 업무의 과정이 있었을 거에요. 위의 이미지처럼요. 이것들이 크리티컬 패스가 됩니다.

 

좀 더 쉽게,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크게 아래와 같이 나눠 볼 수 있습니다. 각각에서 크리티컬 패스를 찾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 전략과 기획
  • 실행과 관리

 

1. 전략과 기획 업무

전략과 기획 업무는 무언가를 분석하고 조사하여 전략을 수립하는 '당연한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만약 이를 통해 특별한 성과를 냈다면 이때 내가 특별히 '발견했다, 파악했다, 알아냈다, 발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예요. 만약 그것들이 내 성과에 큰 영향을 준 과정이었다면 전략과 기획에서의 크리티컬 패스가 됩니다.

 

2. 실행과 관리 업무

실행과 관리 업무는 보통 무언가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직접 관리해 결과물을 만드는 당연한 과정을 거칩니다. 이때 내가 특별히 '대비했다, 준비했다, 예측했다, 실험했다, 반복했다, 변경했다, 시도했다, 구축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크리티컬 패스가 될 거예요. 이런 것들이 남들과 다른 특별한 과정을 만들고 나의 좋은 성과에 영향을 주었을 겁니다.

 

이는 스토리텔링과 동일한 구조입니다. 당연한 일들이 당연한 순서로 일어나면 결과 자체가 특별하다고 하더라도 흥미가 가거나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스토리에서 순항 중(=당연한 일)에 주인공이 위기(=특별한 일)를 만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성과)을 이야기의 내러티브로 잡습니다.

 

이력서의 크리티컬 패스도 동일합니다. 당연하게 진행하는 업무의 과정에서 성과에 큰 영향을 준 문제나 난관을 내가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강조하면 관심이 가는 스토리의 내러티브가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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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크리티컬 패스를 정리해 내러티브의 형식으로 정리하면 수치 성과에 연결된 좋은 과정을 보여줄 수 있으면서, 동시에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역량이나 업무 원칙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위기나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지원자가 가진 핵심 역량과 업무 원칙, 업무 태도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크리티컬 패스를 구조화하는 방법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당연한 일 + 내가 극복한 문제나 난관(크리티컬 패스) = 성과
  • 예: OO을 하는 과정에서 OO을 통해 OO을 발견해 성과를 XX% 개선했다.
  • 예: OO 단계에서 OO을 예측하고 대비하여 목표를 XX% 달성했다.
  • 예: OO 업무에서 OO을 구축하고 △△을 반복하여 전년 대비 XX% 성장했다.

성과가 여러 개라면, 그 중 내가 과정을 주도했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항목 중심으로 크리티컬 패스를 구성해 보세요. 이어서 잘 작성된 예시를 살펴보겠습니다.

🔎 예시 1

상시 운영 CRM의 기여 첫 구매자가 목표 대비 미달하는 것을 조기 발견하여 1)매주 10개씩 AB 테스트를 추가하여 전환율 5%p를 개선하고 2)주차별 호조 상품에 대한 메시지 발송 비율을 일 2회씩 매뉴얼로 관리하여 전사 목표 미달 상황에서 CRM 기여 매출 목표를 120% 달성함

🔎 예시 2

신제품 출시 후 3개월 간 목표 미달 상황에서 1)신속하게 상품 페이지 탐색 후 구매자와 미구매자를 20명 인터뷰하여 핵심 메시지의 변경을 통해 가입율을 +10%p 개선하고 2)유효 유입 채널로 발견한 커뮤니티에 예산의 40%를 집중하여 출시 5개월 만에 신제품 매출 목표를 110% 달성함

이렇게 작성된 성과들을 보면 채용 담당자는 아래와 같이 생각하게 됩니다.

 

1. 좋은 성과를 위해 재현성 있는 과정으로 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우리 회사에서도 똑같이 성과를 낼 수 있겠구나!"
  • "매주 AB테스트를 진행하고 일 단위 발송 비율을 관리해서 성과가 좋았구나"

2.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량과 업무 태도를 알게 된다.

  • "강점으로 가진 역량과 업무 태도가 분명한 지원자구나"
  • "매주 실험을 반복하고 일 단위로 성과를 관리하다니 집요하고 꼼꼼하구나"

3. 좋은 성과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 "단순히 성과만 나열한 다른 지원자들보다 믿음이 가는구나"
  • "주어진 목표를 반복적으로 달성한 과정과 강점이 잘 이해가 되는구나"

과정 안에 드러난 판단, 실행 방식, 일하는 태도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숫자만으로는 이력서의 설득력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 채용자는 단순한 성과보다, 그 이면의 과정을 더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 크리티컬 패스는 성과에 직접 영향을 준 핵심 과정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 이 구조를 활용하면, 나의 업무 원칙과 강점을 신뢰 있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채용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 드러난 판단, 실행 방식, 일하는 태도를 통해 '이 사람이 우리 팀에서 어떻게 일할 사람인지'를 그려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를 만드는 과정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해야 합니다. 크리티컬 패스는 그 고민을 짧고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는 좋은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 바쁘다면 이거라도!

  • 채용 담당자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성과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성과의 재현성
  • 성과를 내는 과정과 그 과정을 만드는 핵심 역량과 업무 원칙이 좋은 성과의 반복을 가능하게 만드는 근거
  • 크리티컬 패스: 성과라는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계들의 연결고리
  • 전략과 기획 업무: 내가 특별히 '발견했다, 파악했다, 알아냈다, 발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
  • 실행과 관리 업무: 내가 특별히 '대비했다, 준비했다, 예측했다, 실험했다, 반복했다, 변경했다, 시도했다, 구축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들
  • 과정 안에 드러난 판단, 실행 방식, 일하는 태도를 통해 '이 사람이 우리 팀에서 어떻게 일할 사람인지' 그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