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첫날 첫 프로그램. 과연 어떤 대단한 사람이 이 수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 SXSWedu 총괄 프로듀서가 첫 기조연설자를 소개하고 좌중은 박수로 맞았다.

 

버니 샌더스만큼 헝클어진 반백의 곱슬머리. 주근깨 가득한 고약한 인상의 얼굴. 색색의 수가 놓인 검은색 셔츠. 뭔가 이상하다. 교육계의 거물을 만나는 줄 알았는데, 그런 인상이 아니다. SXSWedu의 첫 무대를 연 이 괴팍한 할머니는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동물행동학과 동물복지를 연구하는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이다.

 

2016 SXSWedu Keynote: Temple Grandin

 

그는 자폐증을 갖고 있다. 자폐증이 자신의 많은 부분을 정의하기도 하지만, 지난 수십 년간 이뤄온 커리어의 업적 또한 자신을 설명하는 큰 부분이라고 입을 뗐다. 그리고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이들의 문제 해결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연설을 시작했다.

1) 세 가지 특별한 사고방식

심리학이나 뇌신경학을 모르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을 본다. 테크하는 사람들은 양복 입은 사람들을 못 견디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학자들을 못 견디고, 예술가는 회계사를 못 견딘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마다 세상을 보는 렌즈가 달라서 그렇다. 그랜딘이 소개하는 세 종류의 특별한 사고방식을 보자.

 

1) 시각 중심 사고 (Visual thinking)
이들의 뇌는 이미지에 활발히 반응한다. 언어가 아닌 이미지와 연상을 통해 사고한다. 디테일에 강하지만 기호 기반 영역에 취약하다.

 

2) 패턴/공간 중심 사고 (Pattern and spatial thinking)
이들은 패턴이나 위치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음악가, 수학자, 레고나 오리가미(折り紙 , 정사각형의 종이를 접어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종이접기)에 능한 사람이 해당된다. 읽기에 취약하다.

 

3) 언어/논리 중심 사고 (Verbal logic thinking)
유선형(linear)으로 사고하며, 많은 사실(fact)들을 기억한다. 그리기(또는 시각화)에 취약하다.


오리가미에 능한 사람들은 패턴에 강하다 ⓒ (좌)Alberto, (우)Gerwin Sturm via Flickr

그랜딘은 자폐증 덕분에 보통 사람과는 달리 이미지 중심으로 사고한다. 보통 생각은 언어로 이뤄진다고 하지만, 그는 이미지가 없이는 생각을 떠올릴 수가 없다고.

 

구글과 같이 이미지 검색이 가능한 검색엔진이 처음 나왔을 때 꼭 본인이 생각하는 방식처럼 설계가 돼있어서 좋았다고 하면서, 그건 자기처럼 자폐증의 유전적 성향을 가진 개발자가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