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때마다 각종 커뮤니티, SNS에서 화제가 되는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자극적인 콘텐츠 홍수 속에서 최고의 지식을 전하는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제작 비하인드
-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이 몰아칠 때,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했던 현실 에피소드
- 제작진이 프로그램의 가치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
※ [이거 기획한 사람 누구야?] 시리즈의 콘텐츠입니다.
Editor's Comment
라인업이 오픈될 때마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떠들썩하게 만든 프로그램,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를 아시나요?
인터뷰를 할수록, 최고의 석학을 섭외할 수 있었던 건 운이 아니라, 만드는 이들이 축적해온 시간과 노하우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비하인드를 지금 전문 무료로 공개합니다.
퍼블리(이하 생략): 반갑습니다, 성호 님.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허성호(이하 생략): 저는 EBS에서 14년 차 PD로 근무하고 있고,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의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허성호라고 합니다. 프로그램을 간략히 소개하면, 현존하는 최고의 지식을 누구나 접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세계 석학분들의 강의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시즌 1, 2 때도 그랬지만, 이번 시즌 3의 화려한 라인업이 발표되면서 또 한번 크게 화제가 됐죠. '미친 섭외력', '수신료 70원의 기적'과 같은 반응이 있었는데요. 오히려 이전 시즌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데, 감회가 어떠신가요?
사실 이 정도로 화제가 될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어요. 제 생각으로는, 출연자 개인으로 보면 잘 모를 수 있어도, 한번에 모아서 보여드리니까 시청자분들께서 '이런 사람들이 출연한다고?' 하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시즌 3는 시즌 1, 2보다 덜 유명한 분이 나오는데, 오히려 반응은 더 뜨거워요. 이제는 출연자가 굉장히 유명하지 않아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분명 좋은 방송일 거야'라는 신뢰가 구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청자로부터 '믿고 보는 콘텐츠'라는 인정을 받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전 시즌들과 다른 점이 궁금한데, 시즌 3를 기획하실 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신 게 있으실까요?
'좋은 강의를 할 수 있는 분을 저렴한 출연료로 섭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시즌 1 때는 신설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무조건 '한국에서 유명한 학자를 섭외한다'가 1순위였어요. 이때 사실 한국 사람이 알 만한 학자는 소진됐고요.
그리고 '백인 남성 학자만 너무 많다'는 비판에 공감해서 시즌 2는 다양성을 모토로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주제나 출연자의 물리적인 다양성을 추구하다 보니, 시청자들이 원하는 주제와 약간의 충돌이 생겼죠.
시즌 3는 신설 프로그램이 아니다 보니, 지명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졌어요. 그렇지만 '다양성'만큼은 모든 시즌에 공기처럼 스며들어야 하는 가치로 두기로 했습니다.
대신 시즌 3를 기획할 때부터 '좋은 섭외'의 기준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강의력과 연구 실적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롱런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저렴한 출연료로 섭외하는 것을 '좋은 섭외'라고 정의했고요.
'저렴한 출연료로 섭외하는 것'이라는 기준이 현실적인 것 같아요.
사실 출연료를 많이 주면 누구든 섭외할 수 있죠. 하지만 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그런 기준을 세웠습니다. 저희가 1년만 하고 방송을 끝낼 게 아니니까요. 시즌 3가 롱런을 위한 분수령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롱런하기 위해선 자생력이 필요하고, 비싼 출연료는 자생하는 데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판단했어요.
이것도 시즌 1, 2를 경험하면서 정리된 생각인데요. 대개 출연자와 직접 연락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에이전시를 통해 섭외 연락을 할 때도 있는데, 문화적인 차이가 있어서 한국보다 미국의 출연료 기준이 엄청나게 높더라고요. 이럴 때마다 피곤한 과정을 거쳐 협상하거나 결렬되곤 했죠.
쓰라린 경험을 하면서 아무리 유명한 출연자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에 비해 너무 높은 금액을 요구하면 거절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결과적으로, 시즌 10까지 가기 위해 그런 기준을 세웠고, 시즌 3부터는 더욱 타이트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순간 '최선'이 무엇일지 빠르게 감지하는 게 중요해요
좋은 강의를 전하기 위해 주제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주제를 어떤 식으로 기획하고 제안드리나요?
처음부터 주제를 좁게 제안 드리진 않아요. 오히려 석학분들과 이야기하면서 주제를 잡아 나가는데요. 하나의 사례를 들어 말씀드릴게요.
일본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일본 최고의 사회학자인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를 섭외했는데요. 직접 나가노현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보니,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도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실제로 그분의 연구 주제 중 하나가 저출생이었고, 강의를 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현장에서 저출생 주제의 강의를 제안 드렸습니다.
시청자의 니즈가 곧 저희의 니즈잖아요. '뭘 얘기하면 한 분이라도 더 보실까'를 고민하는 직업이다 보니, 일단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섭외 요청을 드리고, 그분이 가장 잘 강연하실 수 있는 주제로 좁혀 들어갑니다.
출연자가 예전에 연구한 내용보다 요즘 연구하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싶어하시는데, 그 주제가 지엽적인 경우가 꽤 있어요. 이럴 땐 저희가 '시청자 니즈가 있는 주제'로 요청드리기도 해요. 그러려면 저희도 그분의 연구 주제들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요.
연구 주제를 파악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정말 어렵습니다. 저희가 깊이 공부를 안 하던 사람들이다 보니, 갑자기 공부하면 중요한 핵심을 놓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분야별로 계신 자문 위원님들이 맥락을 짚어주시면서 과외를 해주십니다.
저희는 기획하는 입장이다 보니, 해당 주제에 대해서는 굉장히 얕고 넓게 공부하는 편이지만, 인물 조사만큼은 흥신소처럼 열심히 합니다. 사생활 문제는 없는지, 논란이 될 만한 언행을 했는지 등을 크로스체크하면서 교육 방송 출연자로서 적합한지를 꼼꼼하게 살펴요.
이번 시즌 3의 첫 강의는 예일대 철학과 교수 셸리 케이건의 '죽음의 철학'이었는데요. 첫 강의에 관심도가 높다 보니, 첫 강의를 선정하실 때도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나요?
기본적으로 일정이 잘 맞았어야 했어요. 8월 말에 방영되어야 하니, 늦어도 6월 초까지는 촬영이 끝나있어야 했어요. 촬영이 완료된 강의 중 셸리 케이건 교수가 강의력이 가장 돋보이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주 시청자층에게도 잘 알려진 분이어서 첫 강의로 선정한 것도 있어요. 2013년에 이분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이라는 책이 국내에서 25만부 이상 판매될 정도로 신드롬이 있었던 분이었거든요. 일정, 강의력, 지명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서 결정했습니다.
앞서 마사히로 교수를 뵙고 다른 주제를 제안 드린 것처럼 순간의 판단력이 무척 중요할 것 같은데요. 제작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지만, 빠르게 대처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사실 계획 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웃음) 그래서 모든 건 그때그때 빠르게 판단해야 했어요.
시즌 3에 출연하실 마사 누스바움이라는 교수님을 섭외하던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처음에 저희가 제안 메일을 보냈는데, 읽히지도 못하고 바로 쓰레기통으로 가는 거예요. 한국에서 이분과 친분이 있는 학자를 수소문할 생각을 하니,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팠어요.
누스바움 교수가 법학 교수인데, 마침 저희 누나가 미국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거든요. 그래서 누나의 대학교 메일 계정으로 대신 메일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죠.
제안 내용 앞단에 '당신은 우리 엄마와 1947년 동갑이고, 나는 박사 학위 받고 지금은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학교 다닐 때 박사님의 연구를 존경해 왔다.'와 같은 인사를 덧붙여서 누나가 메일을 보냈어요. 그랬더니 10분 만에 하겠다는 답이 온 거예요.
이어서 제가 메일을 드렸더니, 바로 질문을 쏟아내시더라고요. 그때가 한국 시간으로 새벽 2~3시였는데, 지금 이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지 않으면 언제 연락이 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 밤을 새우면서 섭외에 성공했어요.
그리고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감독이자 사회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켄 로치 감독을 섭외할 때의 일화도 소개하고 싶은데요. 처음 섭외 제안을 드렸을 때, 카메라 앞에서 혼자 말하는 게 어색하니까 방청객을 불러달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나오시기만 하면 얼마든지 사람을 모으겠다'라고 말씀드려서 섭외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한송희 PD가 영국에 가서 관객을 모집해 공개 강연으로 촬영을 무사히 마쳤고요. 이렇게 빠르게 판단하고 유동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저희만큼 잘하는 곳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미친 섭외력'의 대명사가 되었는데요. 섭외, 어떻게 그렇게 잘 하시나요?
기본적으로 섭외는 타깃 포인트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타깃이 원하는 것과 이해관계가 교차하도록 제안합니다. 그러려면 타깃에 대해 열심히 조사해야겠죠. 섭외에 응하고 싶은 포인트를 잡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막상 맞닥뜨렸을 때,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기 마련이에요. 업계 소문처럼 내가 수집한 타깃에 대한 정보와 실제 모습이 다른 경우가 참 많거든요. 이럴 때 뭐든 버텨낼 심지가 있어야 섭외가 가능한 것 같아요.
섭외도 일종의 영업이고, 저희 PD들한테도 '완장을 내려놓고 영업 사원이 돼라'고 얘기합니다. 언론인이라는 생각으로 어깨에 뽕이 들어가면, 순간의 굴욕이나 자존심 상하는 상황들을 떨쳐 내기 힘드니까요.
한편으로는, 개인으로서의 섭외 역량은 실제 섭외 성공률에 10% 정도의 영향만 미친다고 생각해요.
섭외는 조직과 개인의 종합 성적표이거든요.
제가 EBS PD가 아니라, 일반인 허성호라고 소개하고 섭외하면 분명 응하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직장에 소속된 상태로 누군가를 섭외할 때 성공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해서 90%는 조직의 힘이고, 반대로 실패했다면 90%의 잘못은 조직에게 있는 거죠. 여러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들려드린 섭외 성공 에피소드에서 제가 잘한 건 나머지 10% 안에 해당되는 것이고요.
만약 이 글을 읽는 대표님이 '우리 직원은 왜 섭외를 못하지?' 싶다면 본인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직원이 스스로 영업 사원의 태도를 갖추지 않았다면 개인의 책임도 있죠.
그런데 그것조차 조직에서 제대로 교육하지 않은 책임도 있고요. 더 근본적으로는 그 개인의 과오를 뛰어넘을 만큼의 조직의 평판이나 권위를 못 만든 게 핵심입니다. 연락을 해온 개인이 좀 모자라더라도, 섭외 대상이 그 조직과 일하고 싶다면 응했을 거거든요.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의 특징 중 하나가 이해를 돕는 후반 작업인 것 같습니다. 판서 같은 자막이나 삽화 형태의 후반 작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출연자가 말로만 얘기하는 것보다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훨씬 더 빨리 이해되거든요. 앞에 어려운 말이 나와서 이해를 못 하면, 뒤의 내용도 다 놓치잖아요. 시청자분들이 모든 내용을 가장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고민한 끝에 나온 산물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됩니다.
저도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의 조연출을 했지만, 저희 EBS PD들은 어린이 프로그램 출신이 많아요.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추는 훈련이 잘 되어 있어서 이런 시각화 작업이 익숙하고, 그동안 경험해온 여러 제작 스킬도 잘 녹아든 것 같습니다.
시청자의 쉬운 이해를 돕는 스킬이 오랫동안 누적되어 왔던 거네요. 그럼,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후반 작업을 하신지도 궁금합니다.
촬영을 마친 후에 번역 작업을 하고, 제작진이 모여서 드라마 대본 리딩 회의를 하듯 돌아가면서 읽습니다. 이때, 강연 내용도 정확하게 숙지하면서 후반 작업으로 표현할 부분을 골라냅니다.
사실 강의의 문장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참 어려워요. 그래서 '이 문장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합니다. 그 외의 다른 건 부차적이에요. 특히 '공부 좀 한다는 고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만드는 법'을 많이 고민하죠.
마지막으로는 왕작가님 김미란 작가님이나 PD들이 시사하면서 이해 안 가는 부분을 바로바로 말합니다. 우리를 이해 못 시키면 시청자분들도 이해 못 하실 게 뻔하니까요.
오랫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쌓인 노하우가 있어서 저희한테는 시각적으로 내용을 표현하는 기술들이 굉장히 쉬운데,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그런 걸 맡으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축적된 노하우가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거네요.
그렇다고 생각해요. EBS 자체가 교육 다큐를 시작한 지 30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어떤 주제를 어떻게 쉽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왔잖아요. 각자가 고민하며 키워온 제작 스킬이 적재적소에 녹아 들어 가게 되는 거죠.
그리고 후반작업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교육 다큐 경험이 섭외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교육 다큐에 항상 세계 석학들이 등장했는데, 이들 간의 네트워크도 끈끈해져서 좀 더 수월하게 섭외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게 누적돼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이 만들어진다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똑같은 제작비를 들여도 타사는 절대 흉내 내기 어려운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곳은 없으니까요.
후반 작업이 있음에도 석학이 전달하는 내용 자체가 너무 어려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강의는 촬영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으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건 현장에서 바로 해결해야 돼요. 그래서 촬영하기 전에 모든 PD들이 전날 밤에 잠도 못 자고 계속 공부합니다. 그래야 현장에서 이해가 안 되는 걸 바로바로 질문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가 커버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자문위원회 교수님을 줌으로 연결해서 이원 중계하듯 질문을 하기도 해요.
오늘도 우리가 카메라 뒤에 서는 이유
섭외 및 촬영을 위해 계속 해외에 나가 계시고, 잠도 잘 못 주무신다고 들었어요. 강도 높게 일하고 계신데, 이 일을 지탱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정말 힘든 건 맞아요. 최근 3년간은 계속 미국 시차에 맞춰서 살고 있거든요. 해외에 나가면 또 한국 팀과 연락을 주고받아야 해서 한국 시간에 맞추고요.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희 프로그램 흉내 내지 마세요. 오래 못 삽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을 정도예요. (웃음)
그럼에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은 저희가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기초 학문의 활성화', '인문학의 융성' 같은 저희 나름의 목표가 있거든요. 굳이 막 떠들고 다니지 않지만, 이게 저희를 지탱하게 하는 굉장히 중요한 핵심적인 목표입니다.
그리고 '무공해 방송을 만든다'는 가치도 있어요. 물론 저도 폭발적으로 화제를 모으는 방법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유혹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후보를 추릴 때의 일화인데요. 전 세계 외신에서 주목할 만하고 화제성도 높은 '문제적 인물'을 섭외해 오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국 자문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어요. 시스템적으로 순수한 가치를 유지해온 덕분에 이 가치가 저희의 자부심이 되고, 그 덕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이 프로그램은 EBS가 아니면 못 만드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런 차원에서 '우리만이 대체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해오셨는데, 그중에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는 CP님께 어떤 의미를 가진 프로그램인가요?
제가 만든 프로그램들 중에서 가장 많은 분들이 보는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크게 반응해 주시는 프로그램입니다. 관심 있는 분야만 골라보는 특징이 있어서 편당 시청률은 높지 않아요.
그럼에도 여태까지 이런 프로그램이 존재한 적 없었고, 세계에서 처음이라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프로그램이죠.
제작하시면서 스스로 되뇌는 마음가짐 같은 것도 있으신가요?
제작진과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노벨 수상자를 만난다고 호가호위(狐假虎威) 하지 말자. 나는 카메라 뒤에서 그분을 빛내드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착각하지 말자.
저명한 분들과 일하다 보면, '누구랑 형 동생을 하는데~' 하면서 본인이 그와 동급인 사람인 양 과시하기 쉽거든요. 하지만 그분들은 내 조직의 필요에 의해서 출연에 응해주신 분이잖아요. 그러니까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그분들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억울하면 네가 그 사람이 되던가, 아니면 겸손한 자세로 일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겸손하다는 의미가 출연자에게 굽신거려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주눅 들 필요 없고, 무례한 일까지 받아줄 필요는 없죠. 일하는 과정에서 각자의 자존감을 챙기는 일도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저도 종종 자존감이 작아질 때가 있어요. 제가 촬영하고 있을 때, 문득 '나도 내 전공인 역사 연구나 하나 더 해서 학자로서 빛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들면 바로 접어버려요.
어쨌든 제가 이 직업을 선택한 거잖아요. 조직과 동료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고, 시청자분들도 올해 누가 나올까 궁금해하실 텐데, 그렇다면 내 역할은 카메라 뒤에서 열심히 내 일을 하는 것이겠더라고요. 순간순간의 허영심과 자괴감을 빨리 떨쳐내는 게 과정과 결과의 아름다움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를 보고 계신 시청자 또는 퍼블리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시즌 3에 드디어 누적 출연자 100명을 넘어섰는데요. 이렇게 500명, 1000명이 넘어가면서 더욱더 큰 파워를 갖춘 프로그램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같이 조용히 빛나는 프로그램은 별의 크기가 점점 커져야 더 많은 빛을 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이 별의 크기를 점점 키우는 중입니다. 저희에게 별은 출연자분들이고요. 출연자가 점점 늘어날 때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날을 기다리며, 앞으로도 한 분 한 분 정중히 섭외하고, 시청자분들께 그분들의 지혜를 가장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바쁘다면 이거라도!
-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를 위대하게 만든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
- 현실적으로 지속 가능한 제작 방식을 고민한다: "저희에게 '좋은 섭외'란 저렴한 출연료로 섭외하는 거예요. 아무리 유명한 출연자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에 비해 너무 높은 금액을 요구하면 거절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 매순간 '최선'이 무엇일지 빠르게 감지한다: "실제로 현장에서 저희가 기획한 내용이 바뀔 때가 많아요. '뭘 얘기하면 한 분이라도 더 보실까'를 고민하는 직업이다 보니, 일단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섭외 요청을 드리고, 그분이 가장 잘 강연하실 수 있는 주제로 좁혀 들어갑니다."
-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춘다: "후반 작업을 할 때는 '이 문장을 어떻게 쉽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외에는 다른 건 부차적이에요. "
- 자부심은 갖되 겸손하게 일한다: "대체 불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요. 순간순간 허영심과 자괴감이 들 때마다 바로 떨쳐내고 카메라 뒤 제 역할에 집중합니다."
<이거 기획한 사람 누구야?>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의 기획 비하인드, 어떠셨나요?
터지는 콘텐츠와 상품 뒤엔 항상 치열하게 고민하고 판단하는 기획자가 있습니다. 다양한 업계의 기획자분들의 고민과 생생한 비하인드를 시리즈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