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했던 조선소 풍경

[콘텐츠 발행일: 2016.09.02]


나는 정유, 화학공장을 주로 설계하는 플랜트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근무하는 동안 내가 속한 산업의 동향이 궁금했다.

 

엔지니어링은 설계(Engineering), 구매(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을 아우르는 EPC 산업에 속하며, 에너지, 화학, 전자 업종에서 수주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당 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 주로 그쪽 산업 리포트를 종종 챙겨 봤는데 언제부터인가 업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여러 평가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눈여겨봤던 몇 개의 보고서* 중 하나다.

* 관련 보고서: <건설회사, 조선회사, 대규모 손실 시현 이유는?>(NICE신용평가, 2014.10.16)

주요 건설회사, 조선회사, 해운회사 영업이익(손실) 추이 © NICE신용평가
해운, 조선, 건설회사 EBIT(이자비용과 법인세 제외 전 총이익) / 매출액 추이 (단위 %) © NICE신용평가

'자신이 속한 산업 군의 불확실성(Uncertainty)에 대해 인지하기'란 기사에 의하면, 엔지니어링이 속한 비즈니스 서비스업(Business Services)은 수요가 고정적이지만, 고객 산업 특성과 복잡하게 엮이기 때문에 기술적 난이도는 높은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술에 대한 불확실성은 제약(Pharma)이 가장 높고, 수요 면에선 귀금속(Precious Metals)이 안정적이다. © Harvard Business Review

도표에 의하면 조선업 역시 타 업종에 비해 '불확실성'이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 오히려 평균 이하다.

 

한편 나는 개인적인 계획과 점점 나빠지고 있는 업황을 고려해 결국 엔지니어링 회사를 떠났다. 그 사이 중화학, 중공업, 해운, 조선업 등의 업황은 실제로 더 나빠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나무를 열심히
베고 있는 사람은
숲을 볼 여력이 없다.
어디서 산불이 나더라도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