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마음과 앓는 마음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오늘 어떤 마음으로 일했나요? 일하는 사람의 백 가지 마음을 담은 솔직한 에세이
  • 어렵게 오늘을 건너온 당신께 전하는, 똑같이 아픈 동료들의 위로와 깨달음
  • 일러스트레이터, 글 쓰는 용접공, 생명과학 연구원… 나와는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저자 하완

일러스트레이터,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저자

 

저자 천현우

청년 용접노동자, 미디어 스타트업 alookso 에디터

 

저자 김준

생명과학 연구원

*본 콘텐츠는 2022년 4월에 발간된 <일하는 마음과 앓는 마음>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나와 맞는 일 찾아가기―일하기 싫은 마음과의 싸움

저자 하완

본업은 그림 그리는 사람. 어쩌다 보니 글도 쓰고 있다.

처음 이 책의 원고 제안을 받았을 땐 당연히 거절할 생각이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일하기 싫으니까. 내게 일하는 시간은 버티는 시간이다. 싫어도 해야 하는, 빼앗긴 시간 같은 거랄까. 그래서인지 웬만해선 일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 인간에게 일에 대한 글을 써 달라니, 이 무슨 '탄산 없는 탄산수 주세요' 같은 이상한 주문이란 말인가?

 

아무래도 제대로 넣은 주문은 아니지 싶었지만 그래도 얘기는 들어보고 거절하자는 생각에 편집자를 만나기로 했다. 편집자는 이렇게 답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커리어를 가진 사람에게선 배울 것이 많겠지만 그보다 더 궁금한 건 평범한 사람들이 일하며 느끼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오늘도 일 때문에 울고 웃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하기 싫어하는 작가님의 마음은 우리 모두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꼭 듣고 싶다고.

 

아아, 설득당했다(나는 귀가 좀 얇은 편이다). 편집자는 계획이 다 있구나! "그런 의도라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저만큼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찾기 힘들죠." 그렇게 나는 이 책에 참여하게 됐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걸 그만두었다

원래 나는 일이 거의 없는 무명의 일러스트레이터였는데, 베스트셀러가 된 에세이 덕분에 주목을 받으면서 여기저기서 일감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이걸 물이 들어왔다고 표현했다. 그 말이 맞다. 기회였다. 돈을 더 벌고, 커리어를 쌓고, 이름을 널리 알릴 기회. 이때다 싶어 노를 저어야 했지만 나는 노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거절하고 거절하고 또 거절했다.

 

노를 젓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들어오는 물 위에서 둥둥 떠다니고만 싶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의뢰를 받은 것도, 그렇게 많이 거절해 본 것도 처음이었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은 걱정도 있었지만 일단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말자.'

 

솔직히 고백하자면 물밀듯 들어오는 일들을 모조리 거절하면서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다니! 그건 권력이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내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도권을 가지고 살아가는 기분, 진정한 내 삶을 살고 있다는 기분 말이다. 나는 이제 노예가 아닌 자유인이다(도비 이즈 프리!).

 

가끔, 아주 가끔 재밌어 보이는 의뢰도 있었다. 흥미가 생기는 일이라면 과감히 수락했다. 조금 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게 된 일은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까 즐거운 마음이 더 컸다.

 

물론 하고 싶어 한 일이라도 힘든 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내야 하는 모든 일은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즐겁다. 괴로움보다는 어떻게든 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고 싶은 열망이 더 크다. 억지로 하는 일과 내가 좋아서 한 일은 이렇게나 큰 차이가 있다. 이런 선택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어쩌면 일은 할 만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애초에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