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시작된 취미 사랑

한 분야에 열중하는 '덕후'는 과거엔 취미에만 몰두하는 괴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요즘은 남다른 실력을 갖춘 전문가, 즉 취미를 직업으로 연결한 이른바 '덕업 일치'에 성공한 덕후들이 점점 각광을 받고 있다. - MBC 뉴스 〈"취미가 밥 먹여준다"…'덕후' 전성시대〉 중에서

출처: MBC 뉴스 ⓒ시크릿하우스

[콘텐츠 발행일: 2021.12.01]


도대체, 언제부터 취미가 일상생활에서 이토록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해답의 실마리는 '가치 소비'와 '욜로(YOLO)'가 유행했던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는 주로 웰빙과 힐링 관련 키워드가 두드러지다가, 2017년을 기점으로 삶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현재의 행복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욜로다.*

* 관련 자료: 2017 YOLO(욜로) 라이프 관련 인식 조사(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17)

 

이러한 흐름은, 2018년 스스로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트렌드와, 2019년 오로지 '나'에 집중하는 포 미(FOR ME)행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강화됐다. 그리고 2020년, 취미 활동은 멀티 페르소나(부캐)를 위한 조력 활동으로, 2021년에는 팬데믹 위기에서 스스로의 해방과 탈출을 위한 일상의 위로로 활용되고 있는 중이다. 그야말로 취미 위주로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이 재편되고 있는 '취향 전성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취미는 슬기로워야 하며(슬기로운 취미 생활),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취미 부자), 좀 더 고급지면 더 좋고(플렉스 취미), 직업으로 이어지면 금상첨화(취미가 부업으로)란 인식이 많다. 심지어, 취미의 부재를 근거로 삶의 태도를 폄하(?)하기까지 하는 이상한 '강박관념'에 이른 모습도 보이고 있다.

어쩌다 취미, 어느새 취향

취미

1.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2.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
3. 감흥을 느끼어 마음이 당기는 멋

콕 집어 말하면, '전문적인 것이 아니고(=수단과 도구란 목적성이 없고)', '시간적 여유로움(=여유로운 잉여 시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게 '취미'라는 것이다. 그러니 가장 먼저 사람들이 앞다퉈 확보하려 했던 것이 바로, '시간'이다.

 

이제 대중 소비자들은 어떻게 시간을 확보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선택한 취미 활동? 그리 독특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영화 보기', '음악 감상', '독서', 'TV 시청', '게임' 등 대체로 남들도 누구나, 쉽게, 많이 하고 있는, 대중적인 활동을 취미 활동으로 즐기고 있었다.

ⓒ시크릿하우스

취미 생활에 대한 갈증이 크지만 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평범한 활동을 즐기다 보니, 남들보다는 조금 더 특별한 취미를, 남들은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독특하고 차별적인 개인들의 취미 생활을 "개인의 취향으로 존중해달라(개·취·존)"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취미로 완성되는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주는 '정체성으로서의 취향'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취향에 대한 두 가지 이론

2018년, 취향 문제는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때론 '차별'과 '무시'의 시선까지도 감당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중의 취향과 배치되는 소수의 취향을 '비주류'나 'B급'으로 표현하며 하대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만의 취향을 통해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고' '차별화'하려는 욕구가 점차 강해지고, 이를 자신의 개성이자, 경쟁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본능적으로 '취향'이라는 것이 남과 다른 나를 드러내주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