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라는 말
불안했다. 누가 12통이나 전화를 했단 말인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부재중 통화 목록을 살폈다.
'윤 팀장 10'에서 나는 말문이 막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윤 팀장이었다. 사내에서 성격이 제일 더럽고, 제일 까칠하고 제일 입이 험한 인물. 심지어 그는 고과 평가에서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나에게 태도 점수 0점을 줬다. 결과는 승진 누락. 나는 그를 회사 복도에서 마주치면 슬그머니 피해왔다.
지금,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그것도 우리 팀에서 사고를 친 상황에서. 10번이나 전화를 걸면서 얼마나 심한 육두문자를 퍼부었을까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그래, 매는 나중에 맞자. 먼저 사장 비서실 후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인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어제 퇴근하기 전, 오늘 7시에 비서실에 전체 메일이 발송되도록 예약을 걸어놨었다. 그 메일에 실수가 있다는 뜻이었다. 메일 세팅은 백진주가 했다.
백진주는 평소에도 실수가 잦았다. 데이터 처리에 있어 늘 한 가지 이상 실수했다. 중요한 걸 누락시키거나 오타를 자주 냈고, 10분 전에 지시한 것도 금세 잊어버려 두세 번 반복해서 알려줘야 했다.
팀 내에서 벌어지는 자잘한 실수는 교정하고, 바로 잡으면 된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나가는 문서에 오류가 발견된다면 팀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다.
백진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이제 올 것이 왔다. 이제 나는 윤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회사는 하기 싫은 일도, 마주하기 싫은 사람도 만나야 하는 곳이야. 그러라고 월급을 주는 거지.'
통화음이 길게 울렸다. 그 소리에 맞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네, 팀장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서…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이어 울리는 윤 팀장의 욕설.
🦹♂️ 야!!! 정신을 어디 두고 사는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