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시간이 늘어나는 건 환영할 일일까요?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1월에 발간된 <자존가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20년간 1500여 건의 부검을 담당한 법의학자 유성호.
인터뷰 섭외차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여러 번 신호음이 들렸지만, 받지 않았다. 아뿔싸, 그제야 생각났다. 오늘은 월요일, 그가 시체를 해부하는 날. 오후가 되자 콜백이 왔다. 부드럽고 신중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부검 중이었어요.
법의학자 유성호를 만나러 대학로에 있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찾았다. 죽어야 만날 수 있는 남자를 살아서 만나자니, 괜스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교 법의학 교실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을 겸임하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방송에서 의문의 죽음의 해결사로 등장하곤 했다.
그가 쓴 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는 그간 목격하고 공부한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존엄사, 가사, 뇌사, 식물인간. 검시, 검안, 부검, 해부……. 문장의 갈피마다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할 줄 알았건만, 페이지마다 서늘한 산소를 불어넣듯 '어떻게 살 것인가' 생의 의지가 선명하게 약동했다.
우리 모두 죽음을 구체적으로 마주 봐야 한다는, 법의학 앞에 완전범죄는 없다는, 의연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죽은 자들이 끝내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삶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빛도 없는 카메오라고 했다.
매주 월요일이면 시체를 보러 출근한다고요.
네. 전화하셨을 때도 세 구를 부검 중이었습니다. 용산, 동대문, 성동, 혜화 등등 경찰서 여덟 군데에서 시체가 옵니다. 사건에 따라 다르지만 육안으로만 보기도 하고 현미경으로 정밀 검사를 하기도 해요.
죽은 자를 마주할 때는 어떤 생각을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