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차피 살 거라면"이라는 말이 좋았어요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1월에 발간된 <자존가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이화여대 명예교수이자 정신의학자인 이근후 선생을 만나러 평창동 '가족 아카데미아'를 찾아갔다. 그가 쓴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을 읽고 나서다. 김형석 교수의 <백년을 살아보니>가 100세 시대 인생을 돌아보는 성실한 교과서라면, 그의 책은 눈감는 순간까지 야금야금 반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역동적인 100세 참고서다.
50년간 15만 명을 돌본 그는 말한다.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고. 그래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의 갈피마다 구체적 지혜와 노화의 생기가 넘쳐흘렀다.
그는 현재 시력을 거의 잃어 아내이자 나의 대학 시절 은사인 이동원 선생(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로 정년 퇴임 후 생애 교육터인 가족 아카데미아를 공동운영하고 있다)에게 연락해 인터뷰를 잡았다.
더위가 잦아든 늦여름 아침. 세검정 언덕 큰 바위 앞에 "죽을 때까지 재밌게 살고 싶다"고 선언한 노학자가 있었다. 형식적인 팔순 잔치가 싫어, 한 해 내내 "오늘이 내 팔순이야" 헤어질 때마다 지인들과 웃으며 기념했다던 그다.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제목 앞에 작은 명조체로 "어차피 살 거라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더군요. 두 문구의 분위기가 달라서 놀랐습니다.
나는 "어차피 살 거라면"이라는 말이 좋았어요. 우리 중 누가 이 세상에 나오고 싶어서 나왔습니까? 저세상으로 떠나는 것도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지요.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잖아요. 어차피 주어진 생명이니 나름대로 즐기다가 저세상으로 가자는 거죠.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에요.
85년을 살아오신 소감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