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을 자본으로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 시작합니다

작가의 말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을 내고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평균 나이 72세, 우리가 좋아하는 어른들의 말'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인터뷰집이 독자들의 가슴을 봄비처럼 적셨던가 봅니다.*

* 관련 콘텐츠: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 우리가 좋아하는 멋진 어른들의 말 (퍼블리, 2019.10)

 

좋은 인생에 대한 예우, 밑줄 그어 듣는 그 경청의 반듯함, 서로 덕담을 나누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질 때의 넉넉함,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 어른들이 있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 같은 것들. 제각기 떠났던 식구들이 저녁밥 짓는 냄새에 이끌려 돌아오듯, 그렇게 어른의 아름다운 선창에 하나둘씩 터 잡고 모여 앉는 풍경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1년이 조금 지나,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에 이은 두 번째 인터뷰집 <자존가들>을 여러분 앞에 내놓습니다.

 

1년간 저의 선택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저도 모르게 좀 더 적극적으로 이 땅의 '자존가들'을 찾아 나서고 있더군요. 나이의 많고 적음, 사회적 성취라는 세상의 기준보다 진정한 나로 살기로 결정한 사람들을 찾아 호명하기 시작했어요. 가치의 아노미 시대에 맞서, 자기만의 결연하고 우아한 목소리를 지켜 낸, 자존의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자존가들>은 "우리는 어떻게 나를 지키며 삶과 죽음을 마주해야 할까요?"에 대한 생생한 화답입니다. 젊었거나 늙었거나 자존을 자본으로 지닌 사람들은 각자의 색채로 빛났습니다.

 

자존가들과 만날 때마다 저는 습관적으로 거대한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인생은 달콤한가요. 씁쓸한가요. 아름다운가요. 슬픈가요. 당신은 약한가요. 강한가요. 다정한가요. 무정한가요. 하지만 이야기가 끝나면 자연히 알게 됐지요. 너와 나의 삶엔 그 모든 속성이 다 있다는 걸.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는 자의 진의는 듣는 자의 호의로 완성된다는 현자의 말을 믿습니다. 차마 내가 듣지 못했던 진리는 여러분이 발견해 내리라 믿습니다. 이 책이 부디 당신의 자존에 거름이 되길 희망하며.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를!

내가 배운 건 힘을 뺄 때 정말 좋은 게 나온다는 거예요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1월에 발간된 <자존가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 본 콘텐츠에는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