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사장도 부장도 아니고, 나야"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7월에 발간된 <일꾼의 말>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 일꾼 A 

여러 언론사를 거치며 교육 분야 전문 기자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 시절, 나를 가장 괴롭혔던 건 수십명의 '꼰대들'이었다. 분명 나는 내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네가 걱정이 돼서"로 시작하는 이런저런 조언들이 나와 일을 뒤흔들어 놓기 일쑤였다. 그 모든 조언들을 잘 포개어 내 일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자료가 더 추가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리나케 조사해 장표를 더 채워 넣었다. 안 그래도 서툰 사회 초년생의 기획안과 문장들에 이런저런 덧댐이 보태어지다 보니 결과는 뻔했다. 마지막에 남는 건 이도 저도 아닌 기형적인 결과물일 뿐이었다.


무차별적인 수용이 나에게 무엇 하나 득 될 게 없음을 깨달은 건 직장인 경력 3년이 쌓인 뒤였다. 그 뒤론 웬만하면 쿨하게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한 귀로 흘릴 건 흘리려 했지만, 조언을 해주는 이들은 여전히 같은 비율로 존재했으며 그들은 절대 쿨하지 못했다. "내가 조언을 해줬는데 반영이 안 됐네?", "당연히 이건 고쳤어야 하는데 안 고쳐서 결과물이 아쉽다" 등등의 발언으로 그들만의 섭섭함을 표현했다. 특히 선후배 문화가 단단히 잡힌 조직에선 더 심했다. 


일꾼 A는 어려운 선배 중 한 명이었다. 일 처리가 칼 같아서, 취재원들도 괜히 "우리 사이에 이런 부탁쯤은 들어줄 수 있잖아" 하고 비볐다가는 민망함만 한가득 얻고 뒤돌아서야 했다. 그만큼 공사 구분이 확실했고, 내 일과 네 일에 대한 선도 명확했다. 차가워 보이기는 했지만 '저렇게 야무지게 일하려면 당연히 냉정해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