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창업을요

링거를 맞아야 해서 한 간호사에게 주삿바늘을 열한 번 넘게 찔렸다. 바늘은 참을 만하다. 괴로운 건 바늘을 찌르고 그 안에서 이리저리 후비는 것이다. 결국 간호사는 도저히 안 되겠다며 발이나 목을 찔러야겠다고 했다. 나는 참다못해 다른 분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다행히 새로 온 간호사는 한 방에 바늘을 꽂았다.

 

상대방을 괴롭게 만들면서, 혹은 서로 힘든 것을 느끼면서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현명한 걸까?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당장 심신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포기나 퇴사, 이직, 이사, 이별, 이혼 등 '내려놓음'을 택하는 편이 모두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다.

 

남들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냐고 하지만 돌아서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미련이 없다. 물론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다면 훨씬 더 좋은 포트폴리오가 쌓이고 통장 또한 두둑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커리어와 안정적 수입만을 선택했다면 이런 경험을 놓쳤을 것이다. 좋은 인생 공부를 한 셈이다.

 

'피봇(Pivot)'이란 단어가 있다. 에릭 리스(Eric Ries)의 창업 방법론 책 <린 스타트업>에 언급된 이 말은, 기존의 아이템이나 서비스, 사업모델을 포기하고 사업 방향을 전환한다는 의미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다. 아니다 싶을 땐 '존버'하기보다는 빠른 피봇팅을 권한다.

 

나는 지금 또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며 경험을 확장 중이다. 주변에서는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고 또 창업하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사업을 하면서 만났던 소중한 인연, 결과물을 만들어내면서 느꼈던 보람 등도 이유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다. 그게 바로 만만치 않은 고충을 감수하면서도 재도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사업의 매력은 어디까지인가. 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은 얼마나 매력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