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위기 1. 제로베이스의 동업자들

경상남도 진주엔 진주의 상징인 석류와 연꽃을 모티브로 한 유등빵을 파는 가게가 있다. 언제 그곳에 방문했는데 사람은 없고 매장 문이 활짝 열려 있더라. 외출 후 돌아온 사장님에게 누가 다 가져가면 어쩌냐고 여쭈니 이렇게 대답했다.

훔치라고 하지요. 맛을 보면 다시 와서 사갈 거예요. 그렇게라도 우리 빵이 맛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행여 도둑일지라도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말이 가슴에 남았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정성을 지켜내는 소상공인과 그들의 사랑받아 마땅한 가게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이런 내 생각과 뜻이 맞는 이들의 제안으로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합류했다. 전국의 카페를 소개하고, 주문도 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였다. 시작은 누구나처럼 아름다운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곧 당황스러운 문제에 봉착하고 만다.

 

공동 대표들은 모두 비전공자였다. 개발과 디자인을 외주로 맡겨두었고, 수박겉핥기 식으로 뼈대 없이 외부 디자인 수정만 반복하고 있었다. 손바닥 뒤집듯 시안을 뒤집으니, 개발사는 포기 직전이었다. 비즈니스 이해도가 없고 업무 프로세스가 잡혀 있지 않았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요령 없이 오랜 시간을 들인다든지, 신입이나 초보 사업자가 밟는 스텝을 그대로 밟고 있었다.

 

이전 회사의 동업자는 다른 건 괜찮지만 비즈니스 마인드가 강하지 않아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동업자들이 비즈니스 마인드는 물론, 사회생활 경험도, 관련 기술도 전혀 없는 제로 베이스(zero-base) 케이스였다.

 

외주로 맡긴 앱은 개발 시작일로부터 이미 석 달이 지났다. 계약 시 약속한 완료 일정도 한 달 넘게 지체됐다. 기획 단계부터 제대로 구현된 것이 없었다.

 

이 사업은 카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또한 성과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일이 카페를 찾아가는 아날로그적 영업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런 준비 없는 방문이어서 카페를 찾아간대도 사장님을 만나지 못해 허탕 치기 일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