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브랜드를 무엇으로 띄울까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5년 5월에 발간된<나음보다 다름>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유해하다'는 어원을 가진 말리뇨(Maligno)라는 프랑스 와인의 라벨에는 괴기스러운 악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실 이 그림의 스토리가 흥미롭다. 유럽을 공포에 떨게 한 흑사병의 저주를 막기 위해 악마를 그려 넣은 와인 병을 주고받는 풍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단다. 이 와인이 풍기는 독특한 후추향과 라벨의 괴기스러운 그림이 제법 잘 어울려서 사람들에게 그런대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태원의 수제 버거 전문점인 자코비스(Jacoby's)의 명물은 단연코 '내장파괴버거'다. 두 겹의 두터운 패티 사이에 치즈 3장과 구운 양파, 토마토, 칠리소스를 넣어주는 이 버거의 양은 위장이 파괴될 만큼 어마어마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이 햄버거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 때문에 먹으려면 기나긴 줄에 합류해야 한다.

 

말리뇨나 자코비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기발한 차별화 제품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들이 얼마나 큰 브랜드로 성장할지 궁금하다. 차별화 성격이 강한 제품은 니치마켓(niche market)*에서 시작한다. 이런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는 브랜드가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진다.

* 틈새시장

 

즉 차별화로 화제가 되는 제품이라도 일정한 궤도에 올릴 강력한 추진 동력이 없으면, 시장에서의 퇴장은 시간문제다.

 

브랜드를 궤도에 올릴 수 있는 경쟁력은 다섯 가지, 가격·가성비·기능·품질·명성이다. 이 중에서 무엇을 우리 기업의 차별화 동력으로 삼을지는 각 기업이 보유한 자금동원 능력, 기술개발 능력, 이미지홍보 능력 등의 역량과 자원에 따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