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패스오버'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6년 10월에 발간된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0.01.17]
화재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영진과 미진이 알아차리기까지 단 하루면 충분했다. 이튿날 화재 현장에 모인 직원들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며 복구 의지를 다졌다. '잿더미 속의 우리 회사 우리가 일으켜 세우자!'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청소와 함께 임시 공장 복구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직원들의 투지에 감동 받은 영진은 복구 과정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다. 공군 장교 출신인 영진은 군대에서 흔히 쓰는 '작전명'을 떠올렸다. 그렇게 '프로젝트 패스오버(Passover)'가 탄생했다. 패스오버는 '지나가다'라는 뜻으로 유대인이 문설주에 어린 양의 피를 바르고 죽음의 영이 지나가도록 했다는 유월절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화재로 인한 피해 역시 성심당을 지나갈 것이라고 영진은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한편 화재 소식을 들은 제과업계는 대부분 이제 성심당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매장 일부가 아니라 공장이 전소된 화재였다. 그 정도라면 재기가 쉽지 않을 거라 여겼다. 혹시 재기하더라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터였다.
그러나 일반 상식을 벗어난 그 무엇이 성심당의 복구 현장에 꿈틀거리고 있었다. 바로 회사를 다시 살려내고 말겠다는 뜨거운 열정으로 하나 된 마음이었다.
어렵게 구한 중고 기계를 들여 놓으며 임시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제빵사들도 떨리는 마음으로 반죽을 시작했다. 드디어 오븐에 들어간 단팥빵이 노릇노릇 구워져 나왔다. 불이 나고 불과 6일 만에 이뤄낸 기적이었다. 빵을 받아 든 영진과 미진, 그리고 직원들의 눈에 금세 눈물이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