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

Curator's Comment

이야기를 가진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습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이야기는 집단을 결속시키고 마침내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거든요. 1956년 밀가루 두 포대를 자산 삼아 대전역 노점 찐빵집으로 문을 열었던 빵집 성심당도 오랜 역사만큼 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90년대에 찾아온 극심한 슬럼프를 극복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한 기적의 빵집 성심당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성심당의 지혜를 엿보고 싶은 분들께 이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 관련 기사: '대전의 빵집' 성심당, 매출 500억 기업됐다 (한국경제, 2019.4.3)

불타는 성심당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6년 10월에 발간된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0.01.17]

 

"성심당에 불났다!"

 

2005년 1월 22일 토요일, 저녁 미사를 마치고 8시쯤 성당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미진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성심당에… 불이라고?' 번쩍 정신이 들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발이 떨려왔다. 성당에서 성심당까지 90미터 거리에 불과했지만 아무리 걸음을 재촉해도 다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급하게 건널목을 건너자 성심당 앞 사거리는 불구경하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큰불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길 건너에는 성심당이 화염에 휩싸이고 있었다. 더는 희망이 없어 보였다. 돌아가신 시아버지가 창업해 대를 이어 경영하던 그곳이 그야말로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였다. 무너져 내리는 가슴을 기댈 곳은 이곳 성당밖에 없었다.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오르더니 울컥 울음이 쏟아졌다.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을 다 쏟아내자 어느새 마음은 홀가분해지고 평안이 찾아왔다. 미진을 달리게 만들었던 혼란과 공포도 진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