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습니까?

"아니, 혹시 편집장님 아니세요? 여기는 웬일이세요?"

 

춘천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하프 대회에 나갔을 때다. 아침 일찍 자전거를 내 번호 자리에다 거치해 놓고, 바구니에 운동화 같은 물품을 정리하고 있던 참이었다. 누군가 등 뒤에서 아는 척을 했다.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긴 한데, 처음엔 누군지 얼른 알아보질 못했다. 대중목욕탕에서 유명 배우라도 만난 듯 남자는 눈을 똥그랗게 뜬 채 수선을 떨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7개월 동안 다닌 적이 있는 강남의 출판사에서 물류 창고를 관리하던 분이 아닌가. 근무처가 달라 자주 보지 못했으니 이름까진 떠오르지 않았지만, 2박 3일 워크숍을 함께 간 적이 있어 얼굴이 기억난 것이다.

 

그때 워크숍에서 직원마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언뜻 그분이 '철인3종 선수'라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았다. 운동에 전혀 관심 없던 시절이라, 듣자마자 한 귀로 흘려보냈다. 퇴사를 한 뒤에는 전혀 보지 못하다가 거의 6년 만에, 서점도 아닌 '이상한' 곳에서 '괴상한' 차림으로 마주친 것이다.

 

그분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곳에서 나를 만난 것이 놀라웠나 보다. 책상에 점잖게 앉아 고지식하게 책이나 읽던 편집장 양반이 아닌가? 화장 안 한 맨 얼굴로 쫙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고, 이런 엄한 시간에 자전거를 만지고 있으니 황당하기도 했겠다.

 

지난 10년간 내가 변해 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지 못한 이들은, 오랜만에 만나면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예전보다 오히려 젊어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주름살이나 잡티, 피부의 노화 등을 따져 보면 그럴 리가 있나. 동년배에 비해 체중이나 몸매의 변화가 거의 없어서? 몸이 가벼우니 움직임이 재보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최근에 일하느라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 한 분을 몇 번 만났다. 내 옷차림이 비슷한 연배의 여성과 영 다르다고 했다. 칭찬의 의미로 한 말이다. 50대 여성이 흔히 선택하는 격식 있고 우아한 옷보다, 움직임이 편하고 캐주얼한 옷을 고수하기 때문이리라.

 

운동하는 여성으로 살다보니 선호하는 옷 스타일이 달라졌다. 가끔 남들은 입기 꺼리는 강렬한 원색 옷을 걸칠 때도 있다. 딱따구리처럼 앞머리에 빨간색으로 브릿지를 넣기도 한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달라진 점 중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