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만화방에서 한글을 뗐다. "책 읽을래, 나가서 놀래?" 물으면 주저 없이 책을 택하는 아이였다. 문학사상사, 디자인하우스 등에서 출판 에디터로 일하며 100여 권의 책을 만들었다. 책상 앞에 쪼그리고 앉은 13년 차 에디터로 살다 보니 고혈압과 스트레스, 저질 체력만 남았다. 생전 처음 지리산에 갔다가 나약한 정신노동자로 사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집 앞 수영장을 들락거리고, 달밤에 공터를 달리고, 바구니 자전거로 슈퍼를 다니기 시작했다. 마흔 살부터 그렇게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몸을 움직인 끝에 올빼미족 게으름뱅이에서 아침형 근육 노동자로 변신했다. 트라이애슬론 경기 15회, 마라톤 풀코스 10회, 미시령을 자전거로 오르내리는 강철 체력이 되었다. 웅진지식하우스, 펭귄클래식에서 11년간 70여 권의 책을 더 만들었다. 현재는 출판 에이전트로 일하고, '인생학교' 교감 선생님으로 강의를 하고, 라디오와 팟캐스트에서 책 소개를 한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은 인간으로 살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