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는 수영을 못 할까요?

"운동을 시작하고 싶은데, 어떤 걸 하면 좋을까요?"

 

내 경험담을 듣고 나면, 슬그머니 다가와 이렇게 묻는 여성들이 있다. 그럴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우선 '수영'을 권하곤 한다. 나 역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체력을 키워야 할지 막막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수영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첫째, 다행히 집 근처에 수영장이 있었다. 둘째, 아이가 잠을 자는 새벽밖에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했는데, 수영은 대개 새벽 여섯 시부터 강습을 시작한다. 셋째, 어차피 출근하려면 머리를 감고 씻어야 하니 아침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넷째, 수영이 뭔지 몰랐던 20대 때부터 막연한 호감을 갖고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자리 잡은 한 출판사는 유명한 월간 문학잡지와 소설 등을 주로 출간하는 곳이었다. 편집장을 맡고 있던 30대 후반의 시인은 독특한 매력을 풍기는 미인이었는데, 예민한 성격 탓인지 편두통을 심하게 앓았다. 일하면서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는지 바닥에 머리카락이 수북하다고, 편집자들끼리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딴사람이 된 듯 반짝반짝 활기가 돌았다. 늘 흐릿하던 눈동자에 힘이 생겼다. 비결을 물었더니 아침 수영을 시작했다는 거다. 언젠가 지끈지끈 편두통이 올 만큼 일이 많아지면 나도 수영이나 해야지, 그렇게 철없이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재미가 있어도 안 할 핑계를 찾는다

처음 물속에 들어갈 때 느끼는 차가움만 극복한다면, 수영은 재밌는 운동이다. 초보자는 물에 뜨는 킥판을 들고 25미터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발차기부터 배운다. 점차 발차기에 익숙해지면, 어깨를 돌려 양팔을 앞으로 번갈아 뻗으면서 물잡기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음파음파' 호흡법을 배운다.

 

물에 몸을 맡기는 게 겁이 나서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들어간다. 앞으로 나아간다기보다, 하체가 가라앉은 채 물에 빠진 사람처럼 푸드덕댄다. 일주일에 세 번, 한 달 정도만 강습을 받으면 제법 흉내는 낼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물이 깊어져도 공포감이 확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