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하반기, 둔화되는 일본의 경제성장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11월에 발간된 <매경 아웃룩 2020 대예측>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 본문의 정보와 수치는 2019년 11월 초 기준으로, 일부는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19.12.26]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정권을 되찾아옴과 동시에 안정적인 장기 집권을 위해 경제성장에 정책 방점을 두면서 오랜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고자 했다.
동일본대지진에 의한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복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지속적인 공공부문의 지출 확대, 금리 인하와 환율정책 등 다양한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 배경이다. 경기를 부양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지층을 결집시켜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 종국에는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전환하고자 하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 이에 따른 대중 무역수지 악화, 엔화 강세, 노동력 부족 등의 영향으로 2019년 후반에 들어서면서 경제성장 둔화 양상이 확연히 나타났다. 아베 일본 총리 측근에 의한 사학비리 연루, 참모들의 실언, 만족스럽지 못한 미일 무역협상 결과 등 잇따른 집권 여당 스캔들과 실정으로 목표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9년 일본 경제성장률은 2019년 1분기 전기 대비 0.5%, 2분기 0.3%를 각각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2019년 들어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함과 동시에 소매판매 증가율(2019년 7월 전년 동기대비 -2.3%), 실질가계소비(2019년 7월 전년 동기 대비 -1.9%) 등이 하락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순수출 성장 기여도가 1분기 0.4%포인트에서 2분기에 -0.3%포인트로 악화되는 등 적신호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본이 추진한 한국과의 무역전쟁 부작용도 뚜렷하다.
한일 무역전쟁의 부작용
일본은 2019년 한반도 정세 변화를 배경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무역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차단하고, 한국 내 강제징용·위안부 관련 소송을 저지하고자 하는 것이 그 주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2019년 하반기, 둔화되는 일본의 경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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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2019년 11월에 발간된 <매경 아웃룩 2020 대예측>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 본문의 정보와 수치는 2019년 11월 초 기준으로, 일부는 현재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19.12.26]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정권을 되찾아옴과 동시에 안정적인 장기 집권을 위해 경제성장에 정책 방점을 두면서 오랜 저성장 국면을 탈피하고자 했다.
동일본대지진에 의한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복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지속적인 공공부문의 지출 확대, 금리 인하와 환율정책 등 다양한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 배경이다. 경기를 부양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지층을 결집시켜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 종국에는 일본을 전쟁 가능 국가로 전환하고자 하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 이에 따른 대중 무역수지 악화, 엔화 강세, 노동력 부족 등의 영향으로 2019년 후반에 들어서면서 경제성장 둔화 양상이 확연히 나타났다. 아베 일본 총리 측근에 의한 사학비리 연루, 참모들의 실언, 만족스럽지 못한 미일 무역협상 결과 등 잇따른 집권 여당 스캔들과 실정으로 목표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9년 일본 경제성장률은 2019년 1분기 전기 대비 0.5%, 2분기 0.3%를 각각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2019년 들어 수출과 수입이 모두 감소함과 동시에 소매판매 증가율(2019년 7월 전년 동기대비 -2.3%), 실질가계소비(2019년 7월 전년 동기 대비 -1.9%) 등이 하락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순수출 성장 기여도가 1분기 0.4%포인트에서 2분기에 -0.3%포인트로 악화되는 등 적신호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본이 추진한 한국과의 무역전쟁 부작용도 뚜렷하다.
한일 무역전쟁의 부작용
일본은 2019년 한반도 정세 변화를 배경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무역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을 차단하고, 한국 내 강제징용·위안부 관련 소송을 저지하고자 하는 것이 그 주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예상과 달리 한국의 대응은 강경했다. 작금의 상황을 분석해볼 때, 한일 무역전쟁은 결코 일본 측에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한국 기업은 정부 지원 속에서 일본산 제품에 대한 공급처 다변화·국산화를 추진해 대일본 의존도를 낮추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 내에서 일본에 대해 수출 국가로서의 신뢰도가 그 어느 때보다 하락한 가운데, 현재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 품목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무역전쟁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대한국 수출이 급감하는 등 무역 수지가 크게 악화하고 있어 기업 불만이 큰 상황이다. 또한 한국 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관광·소매업에 크게 의존하던 일본 지역경제는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있는 국회의원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 발목 잡는 노동력 부족·엔화 강세·소비세 인상
이에 더해 일본이 현재 고심하는 문제 중 하나는 노동력의 심각한 부족이다. 현재 일본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근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인해 추가 노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 일본 고용시장은 근본적으로 매우 폐쇄적이기 때문에 해외로부터의 노동력 수급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의 노동력 부족 상황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이는 일본 경제성장세 둔화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일본의 편의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요식업계는 이 같은 노동력 확보의 어려움과 지역경제 악화라는 이중의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24시간 영업 포기·점포 폐쇄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세븐앤드아이홀딩스(Seven & I Holdings, 이하 세븐일레븐)는 2019년 10월 10일, 일본 내 편의점 1000개 점포를 순차적으로 폐쇄한다는 사업구조 개혁 계획을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아베노믹스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은 엔저다. 이 또한 일본의 희망과는 반대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어 일본 경제에 나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엔저를 기반으로 한 수출 증대를 통해 기업의 수출 채산성 향상과 기업 투자 확대를 꾀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 불안감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미중 무역전쟁, 한일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엔화의 강세가 이어졌다. 미국 연준이 향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엔화 강세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일본의 무역수지가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게다가 일본은 2019년 10월부터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했는데, 이에 따라 소비 둔화가 예상된다. 복잡한 세율 적용을 위한 투자가 어려운 영세 상인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은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방증한다. 참고로 2014년 4월 소비세율 인상을 단행했던 당시, 일본의 내구재 소비활동지수는 전월 대비 28.3%, 비내구재는 12.7%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2020년에도 적극적인 공공부문 지출 확대를 통한 지속적인 경기 부양책을 추진해 이 같은 대내외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정부 주도의 적극적인 지원,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대한 복구, 그리고 태풍에 의한 피해 복구 등을 위한 공공부문의 지출을 확대하는 식이다. 이로 인해 2020년 일본은 건설 경기와 관광업계 특수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또 재정정책 측면에서 아베 정부는 소비세 인상에 따른 충격 완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2019년에만 일본 정부는 약 2조 엔대 소비세 인상 완충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더불어 국회에서 자민당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만큼 추경예산을 쉽게 확보해 추가로 시장에 돈을 풀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도 그나마 일본 경제 입장에서는 대응 카드로 고려할 수 있다.
해외 경제 여건이 안 좋아져서 일본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부분도 어느 정도 대비책은 있어 보인다. 일본은행은 10년 만기 국채금리의 유도 수준을 현행 0~-0.2%에서 마이너스 폭을 더욱 확대하거나 본원통화의 증가량을 늘려 양적 금융완화를 할 여지가 여전히 있다. 다만 문제는 파티가 끝난 후 이 같은 특수가 계속될 것인가다. 이 물음에는 여전히 의문부호를 던질 수밖에 없다.
한일 갈등 해소의 실마리
한일 무역전쟁 양상이 당장 개선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섣부른 판단이다. 따라서 한국 입장에서는 한동안 현재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견뎌내야 할 것 같다. 더불어 2020년 이후 일본의 다양한 경제지표가 비관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일본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 또한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 앞으로 한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심화·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더불어 한일 경제단체 여론도 한일 정부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경제인들은 두 나라 갈등 후 수시로 만나 통상갈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2019년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일본 측 단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장은 "지난해 일본에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750만 명으로 모두 일본을 즐기고 갔을 텐데 지금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안타깝다"고 운을 뗐다. 모리야마 도모유키 한국미쓰이물산 대표도 반일 불매운동이 양국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내 희망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한일관계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정치적인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민간 차원에서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무코야마 히데히코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주임연구원은 한국 경제에서 탈일본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대안으로 '제3국에서의 양국간 협력'을 제안했다. 한국 기업인으로는 이우광 농심 사외이사가 나서 양국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베트남을 '제3국 협력'의 유력한 후보지로 삼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국 협회는 '제3국에서의 한일 협업 지속적 추진', '양국의 고용 문제, 인재 개발 등 공통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 '경제·인재·문화 교류의 지속·확대', '차세대 네트워크·지방 교류 활성화 등 우호적 인프라의 재구축',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을 공동성명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양국 정부 모두 경제 상황을 챙겨야 하는 만큼 갈등 해소를 위한 실마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시점은 좀 두고 봐야 한다. 아마도 한일 무역전쟁 해결의 실마리는 2020년 한국의 선거 이후 한국 내 정치 상황이 안정되고, 2020년 도쿄올림픽 폐막 이후 일본의 본격적인 경기 침체 신호가 현실화된 다음에야 비로소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