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논리 1: 가파도 프로젝트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5년 10월에 발간된 <인사이드 현대카드>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 본문 속 현대카드 직원들의 직함은 책 출간 당시 직함입니다.

2013년 11월의 어느 날 오전 11시, 제주지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인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 여의도 사옥 2관 1층에 있는 오디토리움에 들어섰다.

 

전면 유리로 만들어진 문을 밀고 들어서니 가파도와 관련된 자료사진들을 잔뜩 붙여놓은 화이트보드, 가파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입체조감도, 제주 삼다수를 새롭게 디자인한 모형 등이 오른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호기심이 급상승해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순간 정태영 사장이 제주지사와 나란히, 뒤쪽으로는 십여 명 규모의 스태프와 함께 우르르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제주도청의 관계자들은 인구 280명, 약 0.9제곱킬로미터 크기의 이 작은 섬에 현대카드가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한 듯했다. 실제 계획안 및 조감도를 일별하고서는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 만한 특별한 볼거리가 무엇이냐, 새로운 건물을 많이 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는 등 눈에 확 띄는 화젯거리를 찾는 데 집중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현대카드 담당자의 대응이 미진한 느낌이 들자 정태영 사장이 바로 툭 밀고 들어온다.

이번 가파도 프로젝트는 화려한 볼거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실제로 자활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도 주민과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섬이라는 컨셉이지요.

올바른 관점이었다. 서울만 보더라도 이태원이든 가로수길이든 성수동이든 떴다는 소문이 나는 지역은 무수한 관광객과 그뒤를 따라 들어오는 상업시설들로 인해 짧은 시간 내에 초토화되기 일쑤다. 이 천혜의 환경이 거주자와 방문객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틀로 개발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8 현대카드 가파도 프로젝트 ⓒ현대카드

 

다만 이미 '예술의 섬'이라는 타이틀을 확고하게 차지한 나오시마를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예술이나 건축에서 의미 있는 시도 등이 계획되지 않은 부분은 아쉬웠다. 자연사박물관이라는 콘텐츠도 추상적인 느낌이 강했다. 크리에이티브하고 톡톡 튀는, 충격과 반향을 일으키는 컬처프로젝트를 진행해온 기존 활동과는 달리, 오랜 기간 지속해야 하는 진지한 프로젝트이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