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業(업)'의 여정

"가장 아름다워야 하는 20대에
슬프고 힘든 얼굴의 너의 모습을 보니
엄마가 마음이 참 아프다.
보라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2013년 어느 여름 출근길, 엄마의 따뜻한, 그리고 단단한 이 말 한마디에 삶의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하자. 그리고 저는 지금 샌프란시스코에 와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업'을 선택하는 과정은 제 마음 속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일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 조금 더 빡센 환경에서 일을 배워보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어디일까? 나의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내가 현재 있는 이 회사의 핵심 사업은 무엇인가? 핵심 사업의 한가운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행복한가? 나도 행복하면서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하는 과정 속에서 영화 투자/배급사의 해외사업팀, 국내 포털 업체 내 Project Management Office,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회사의 신시장개발팀, 그리고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는 비영리 기관인 루트임팩트까지 다채로운 '업'의 여정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돌이켜봤을 때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포털과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다루는 회사에 있으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세상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서비스가 성장하는 만큼, 저 역시 성장할 수 있었고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으니까요. 하지만 엄마의 말씀을 계기로 '행복의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내 주변에 있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사는 세상과의 관계를 생각하던 중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기업이 갖고 있는 자본과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사회공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언젠가 나이가 들면 저의 경험과 지식을 나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왜 꼭 '언젠가'여야 할까? 그 '언제'는 언제인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행복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깨닫게 되었지요.  저는 루트임팩트로 이직했고,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선한 의지를 갖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자신의 사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Social Entrepreneur들의 커뮤니티 조성과 클라이언트 사의 기업사회공헌 프로그램 운영 업무를 진행하였습니다.

 

비즈니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바로 저에게 행복을 주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주는 일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여정의 시작

현재 저는 샌프란시스코라는 새로운 도시에서 또 다른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아산나눔재단의 아산 프론티어 펠로우십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오게 됐습니다.

 

아산 프론티어 펠로우십은 미국에 위치한 비영리 및 임팩트 투자 기관에 1년 간 파견되어 실무 경험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글로벌 임팩트 투자 회사인 D3쥬빌리에 파견되어 근무 중입니다.

 

임팩트 투자 기관에서 일을 하면서 크게 다음 세 가지를 만나고 있습니다. 

 

• 목적과 미션을 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for-purpose 벤처들

• 형태와 섹터의 구분 없이 이러한 벤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하고 지원하는 임팩트 투자 기관들

•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공동의 선의와 목적을 가진 구성원들이 만들어가는 활기찬 생태계

 

그동안의 '업'의 여정을 거치면서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와 인연에 감사하며 용기를 갖고 도전해 보자', '내가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보자'는 단단한 마음을 먹고 하루하루 일에 임했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정말 맞는 일인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체인지메이커, 사회혁신, 커뮤니티 등 다른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제 일에 자신감이 사라졌던 때도 있었구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동기가 약해졌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임팩트 투자'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지금까지 제가 했던 '업'을 다시금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영리 기업에서는 비용 대비 수익이라는 철저한 계산과 성과의 프레임으로 비즈니스를 바라보았습니다. 비영리 기관에서는 그 비즈니스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임팩트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영리와 비영리를 연결하는 지점으로서 '임팩트 투자'라는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걸었던 여러 갈래의 여정이 하나로 수렴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알아가고 싶다는 열정과 욕망이 생겼습니다.

PUBLY 그리고 글

어렸을 적 제 꿈은 기자였습니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던 중 '왜 나는 기자가 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직업으로서의 기자가 아니라 내가 사는 세상 안에서 기자가 갖는 역할을 생각하게 된 계기였지요.

 

기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글'이라는 매체로 표현하여 사람들과 소통하고,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주변 사람들을, 사회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일에 동참하도록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습니다.  

 

'꼭 기자라는 직업이 아니라,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때가 오면 글을 써보자'는 생각으로 언론사 입사 시험 준비를 멈추고 (물론,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요) 지금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PUBLY에 첫 글을 쓰게 되었구요. 

 

저는 벤처캐피탈리스트도 아니고, 금융과 관련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임팩트 투자와 영리/비영리 스타트업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에서 보내는 1년이라는 시간 역시 미국의 전체 모습을 대변할 수 없는 짧은 시간이기에 그것 역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구요. 

 

하지만, 비즈니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벤처들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이성적으로 판단하지만 사람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려는 시선, 영리 기업과 비영리 기관에서의 경험을 통해 두 영역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균형 잡힌 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보내는 어리바리하고 좌충우돌하는 시간들, 그리고 더 성장하고 배우고 싶은 내면의 갈망. 이 모든 것들을 잘 버무려 부족하지만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리와 비영리라는 두 섹터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던 제가 글이라는 매체를 통해 작은 발걸음을 내딛어 보려고 합니다. 새로운 여정 안에서 제가 만나는 세 가지를 중심으로 글을 쓸 예정입니다.

 

하루하루를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제가 하는 일을 바라보겠습니다. 그리고 글을 통해 그 호기심을 나누겠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토론하고 싶습니다. 용기를 내어 다가선 저의 작은 걸음에, 함께 해 주시겠어요? 

 

[자본과 의미가 만나는 곳 - SOCAP 컨퍼런스]
자본에 의미를 연결하여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장, 임팩트 투자 업게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실리콘밸리의 SOCAP(Social Capital Markets) 컨퍼런스 

 

글로벌 임팩트 투자사 D3 쥬빌리 펠로우, 강보라님이 만드는 리포트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