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라고 다 같은 트렌드가 아니다

며칠 전 유명 글로벌 기업 한국지사의 마케팅 총괄에게 최근 좋은 성과를 낸 비결을 물었다. 답은 '트렌드를 잘 파악했다'는 것.

 

트렌드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트렌드를 거스르면 실적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마케팅 인턴이나 주니어에게 첫 번째 숙제로 주어지는 것이 트렌드 분석이다. 트렌드 분석은 마케팅 역량 평가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실무 현장에서 '트렌드 분석을 해라'는 업무를 받으면 막막한 마음부터 든다. 어떻게 트렌드를 체계적·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지, 그 흐름을 내 브랜드에 적용하고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 방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가 드물어서다. 트렌드 관련 업무 체계나 포맷이 정리되어 있는 회사가 생각보다 많지도 않다.

 

트렌드 분석이 어려운 이유는 그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이다. 분석해야 할 트렌드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파악하려면 마케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트렌드의 '조건'을 알아야 한다.

트렌드의 조건은 두 가지,
'지속력'과 '파급력'이다

먼저 지속력은 크게 마이크로 트렌드(micro trend, 최소 3개월 정도 지속)와 메가 트렌드(mega trend, 수년 이상 지속)로 나뉜다. 이 두 가지 트렌드는 각각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류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 마케터도 둘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주니어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메가 트렌드를 간과하고 마이크로 트렌드에 꽂히는 것이다. 물론 분기별 보고서 혹은 특별한 목적을 가진 트렌드 보고서에서는 마이크로 트렌드가 중요하지만, 연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만드는 트렌드 보고서에는 앞으로 1년 동안 해당 비즈니스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트렌드를 우선순위대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메가 트렌드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결국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는 처음 발생한 당시에는 마이크로 트렌드로 분류됐다가 일정 기간 꾸준히 지속되면 메가 트렌드가 되기도 하고, 생명력이 길지 않으면 그대로 죽기도 한다. 트렌드의 생명력을 초기에 예측하기가 쉽진 않지만 여러 트렌드가 뜨고 지는 것을 오랜 기간 관찰한 결과, 생애 주기가 긴 트렌드는 인간의 '근본적인 니즈(needs)'가 '거시적인 환경 변화'와 맞아떨어진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