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관습으로 실패한 경남기업

최준철: 판단을 그르치게끔 만드는 게 바로 관성이라고 생각해요. 과거나 현재 추세를 부정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 같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제가 경험한 가장 큰 실패는 경남기업이었습니다.

 

이프로: 작고한 성완종 회장이 있던 곳*이지요?

* 관련 기사: 탄탄했던 경남기업, 성완종과 함께 사라지다 (오마이뉴스, 2015.4.14)

 

최준철: 네. 대우의 자회사였다가, 대우가 해체되면서 성완종 회장이 인수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 회사 경영 방향과 다르게 갔어요. 건설경기가 좋았던 시절이었는데 경남기업은 건설로 번 자본을 두 가지 사업에 배치했습니다.

 

하나는 베트남입니다. 하노이에 가면 제일 높은 건물이 있는데, 그게 경남기업에서 지은 거예요. 2007년에 베트남 붐이 불었는데 베트남이 '엘도라도(El Dorado)'라고 불리기 전에 이미 그 프로젝트를 했던 거죠.

경남기업에서 지은 랜드마크72 ⓒUnsplash두 번째는 복합화력발전소입니다. 가치투자하는 사람들이 에너지 사업을 좋아해요. 꾸준하고 검증된 사업이거든요.

 

그런데 금융위기가 오면서 모든 상황이 다 바뀝니다. 크게 벌린 사업이 짐이 되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도 건설업이니까 기본 사업이 탄탄하면 문제를 메울 수 있겠지만 같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는데, 잠에서 깨는 게 무서울 정도로 주가가 매일 빠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게다가 금융위기는 주택에서 나온 거잖아요. 회사의 부채도 많았고요.

 

어떤 고객이 이제라도 털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경기가 좋을 때 짜놓은 계획을 지금 실행하는 건데 전제가 다 틀릴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으니 판단도 바꿔야 한다고요.

 

하지만 제 실패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말도 안 되게 수익률이 높았던 시절이었거든요. 회사도 명성이 생겼고요. 진짜 그 시기에는 웬만한 건 다 올라서 실패담도 별로 없었어요. 2003년 투자자문사를 열고, 포트폴리오에 건설주가 많았는데 엄청나게 벌었어요. 나름대로 건설업 전문가라고 생각했고요.

 

그런 교만한 마음이 똬리를 틀고 있으니 그런 이야기가 귀에 들어올 리 없죠. 심지어 성완종 회장의 자서전을 보면 이분은 타고난 사업가임이 분명하니, 앞으로의 위기도 헤쳐나갈 거라는 확증편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러니까 애널리스트도 저에게 함부로 이야기 못 하는 거예요. 이렇게 확신하는데 옆에서 이야기한들 바뀌겠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