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요일의 그 비극, 아난티
정프로: 2000년 이후로는 어땠나요? 고평가된 주식을 사는 일이 있었나요?
최준철: 그렇죠. 주가는 미래에 대한 판단을 전제로 하는데 그 판단이 틀렸던 거겠죠. 굳건한 투자 기준을 세웠다면 피할 수도 있는데, 그 기준을 스스로 완화했거나 뭔가에 홀려서 원칙을 지키지 못했을 때 실수가 더 아프게 느껴집니다.
정프로: 예를 들면 어떤 회사였습니까?
최준철: 2006년도 에머슨 퍼시픽이라는 회사였습니다. 지금은 아난티로 이름을 바꿨고요.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 짐 로저스(Jim Rogers)가 사외이사로 선임돼 한창 화제가 됐는데, 당시엔 아무도 모르는 종목이었습니다.*
* 관련 기사: 아난티, 짐 로저스 사외이사 선임 '급등' (이투데이, 2018.12.11)
이 회사가 남해에 리조트를 지었는데요. 리조트는 대기업 오너가 취미 삼아 하는 거라 화려하기만 하지 돈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해 힐튼의 구조를 보니까 합리적으로 잘 만든 거예요. 저렴한 비용으로 간척지에 골프장도 만들었고요.
CEO를 만나 이야기했는데 '아웃사이더' 느낌으로 리조트 사업을 하더라고요. 기존 리조트 사업의 관행에 저항하는 모습에 매료됐습니다. 이런 비전을 가진 사람을 믿고 따라간다면 돈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따져볼 만한 숫자는 없었지만 미래를 보고, 알려지지 않았던 이 회사에 투자했습니다.
정프로: 대략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팔았나요?
최준철: 시가총액 1000억 원 정도에 사서 400억 원 정도일 때 팔았습니다.
이프로: 왜 판 거죠? 사람을 믿었다면서요.
최준철: 그다음 프로젝트로 금강산에 리조트를 만들었어요. 북한이 현대아산에 부지를 임대했고 아난티가 리조트를 담당했어요. 금강산을 자유롭게 여행하던 시기였거든요. 리조트에 직접 다녀와 보고 주가가 더 오를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금요일 뉴스에….
김프로: 아….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죠.*
* 관련 기사: 금강산 관광객 북한군에 피격 사망 (한겨레, 2008.7.11)